본문 바로가기

한진 실적 엉망은 '팩트'…조현아 연합군, 조원태 급소 찔렀다

중앙일보 2020.02.20 16:33

조현아 측 ‘3자 연합’, 대반격 

한진그룹의 경영상황이 "총체적 실패"라고 발표하는 강성부 KCGI 대표. 문희철 기자.

한진그룹의 경영상황이 "총체적 실패"라고 발표하는 강성부 KCGI 대표. 문희철 기자.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측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일격을 가했다. 조원태 회장의 ‘아킬레스건’인 기업 재무구조를 낱낱이 들추면서, 자신들의 재무 전문성을 강조했다. 이번 갈등도 ‘남매간 경영권 싸움’이 아닌 ‘경영 선진화 계기’라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더불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인적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자기합리화에만 치중한 흠집내기식 기자간담회였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뉴스분석]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그룹, KCGI가 합세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3자 연합)’은 20일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핵심은 ‘회장 사임’이다. 조원태 회장에게 한진칼 대표이사직은 물론이고 “모든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그룹의 경영 상태는 ‘총체적 실패’”라며 “현재의 경영위기에 책임을 져야할 단 한 사람은 바로 조원태 회장”이라고 지목했다.
 

강성부 “3월 주총 반드시 이긴다” 

KCGI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신배 전 SK그룹 회장(왼쪽)과 강성부 KCGI 대표. 문희철 기자.

KCGI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신배 전 SK그룹 회장(왼쪽)과 강성부 KCGI 대표. 문희철 기자.

 
한진칼·대한항공의 경영실적이 근거다. 강 대표는 취약한 한진그룹 재무 상황을 지적하기 위해서 이날 발표의 36.4%(12페이지)를 할애했다. 예컨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861.9%)은 시가총액·거래량 상위 200개 코스피 기업 중 가장 높다. 부채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기업(589.6%)의 2배 수준이다.
 
이렇게 빌린 돈이 많은 대한항공은 한해 5464억원이라는 막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또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금융위기가 찾아와 은행이 자금을 회수하면 기업이 망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는 게 KCGI 논리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이런 지적이 견강부회(牽强附會·이치에 안 맞는 주장)라는 입장이다. 한진그룹은 “기타 산업보다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 업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지적”이라며 “최근 회계기준이 달라지고 환율이 상승하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졌지만, 이미 재무안정성 강화 조치를 진행 중이다”라고 반박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20일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강성부 KCGI 대표가 20일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뉴스1]

3자 연합은 한진그룹의 수익성이 낮은 이유도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KCGI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무려 1조793억원이나 발행했다. 이 영구채의 평균이자율(5.67%)은 2년이 지날 때마다 2.50%씩 가산한다고 한다. 때문에 회계상 ‘자본’이지만, 사실상 ‘고금리 부채’라는 것이 KCGI의 설명이다.
 
강성부 대표는 “영구채를 부채로 계산하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618%에 달한다”며 “외환위기 직전 대우그룹의 부채비율(580%)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조원태 회장의 허술한 경영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전문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영구채는 이자율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먹튀 아닌 장기투자"…엘리엇과 선 그어 

조현아 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左)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右). [중앙포토]

조현아 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左)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右). [중앙포토]

KCGI는 지난해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한진그룹의 재무구조는 오히려 악화했고, 한진그룹이 직접 발표한 재무구조·지배구조 개선 계획(한진그룹 비전 2023)도 지지부진하다는 게 3자 연합의 불만이다. 이에 대해 강성부 대표는 “경영진이 주주를 심각하게 실망시켰다”고 평가하면서 “전혀 공부를 안하던 아들이 갑자기 내일부터 공부해서 전교 1등하겠다고 말하면 믿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들이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사내·외 이사 후보를 선임하자고 제안한 배경이다. 이들이 한진그룹의 의사결정구조를 바꾸면 한진그룹 실적도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신배 후보가 한진그룹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배경태 후보가 삼성그룹의 선진 경영 기업을 도입하고, 서윤석 후보가 부실한 한진그룹의 회계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강성부 대표는 “임시 주주총회는 생각지도 않는다”며 “3월 주주총회에서 (3자 연합이 조원태 회장을) 반드시 이긴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한진그룹은 3자 연합이 추천한 인물에 대해서 “전문성·독립성·다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인사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조현아, 계약상 경영 참여 절대 불가” 

KCGI가 20일 여의도에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문희철 기자

KCGI가 20일 여의도에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문희철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여론의 우려에도 3자 연합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진그룹은 “이미 많은 행동주의 펀드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쥐고 이른바 ‘먹튀’했다”며 "KCGI도 투기세력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다가 주주총회가 끝나자 얼마 못가 지분을 팔고 나갔다.
 
이에 대해 강성부 대표는 “우리가 운용하는 펀드는 만기가 무려 14년이고, 장기간 보유한 주식을 마음대로 팔지 못하는 조항(의무보호예수)으로 단기 시세차익 매매를 지양한다”며 “한진그룹 실적이 개선되는 시점까지 끝까지 간다”고 약속했다.
 
3자 연합의 일부가 중도 이탈할 가능성도 부정했다. 강 대표는 “3자는 철저하게 법률적인 관점에서 구속력 있는 계약서에 서명했다”며 “3자 중 어느 일방이 입장을 바꾸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뉴스1]

이 계약서에는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도 차단했다고 한다. 그는 “결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는 구속력 있는 조항이 (비공개한) 계약서에 존재한다”고 못박았다.
 

임직원엔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한진그룹 임직원에게는 “결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했다. 이는 한진그룹 3자 노조가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는 등 사내 여론이 조원태 회장 쪽으로 기우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대표는 “실제로 현대시멘트·이노와이어리스를 인수한 이후에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목을 축이고 있다. KCGI는 이날 조 회장이 "KCGI는 1만 주주 중 단 1명"이라고 발언한 걸 문제 삼았다. [뉴스1]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목을 축이고 있다. KCGI는 이날 조 회장이 "KCGI는 1만 주주 중 단 1명"이라고 발언한 걸 문제 삼았다. [뉴스1]

이처럼 3자 연합은 모든 한진칼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조원태 회장에게만큼은 예외였다. 그는 “그 동안 한진그룹 경영진은 근시안적인 투자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심각한 경영 실패를 야기했다”며 “누군가 한 명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책임져야할 인물이 바로 조원태 회장”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기고만장,’ ‘오만’ 등의 용어를 사용해 조 회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강성부 대표는 “한진칼의 1대주주인 KCGI를 조 회장이 폄하했다”며 “소통능력도 경영능력의 일부인데, 오만한 조원태 회장의 부족한 소통능력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원색적인 비난 일색인 상식 이하의 행동”이라고 반박 비판했다.

관련기사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