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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서 투신했는데 멀쩡한 피의자…그날 검사실선 무슨 일이

중앙일보 2020.02.20 15:04
서울북부지검 전경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서울북부지검 전경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한 거리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다치기까지 했다. 수사에 나선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1일 용의자 A씨(25)를 검거해 13일 구속했다. 18일에는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보완 수사에 들어간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는 19일 오후 2시쯤 A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사실 안에는 검사와 수사관, 교도관, A씨 등이 있었다. 그런데 신문이 진행되던 오후 5시30분쯤 A씨가 돌발 행동을 했다. 10층 검사실 내 별도로 마련된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잠갔다. 뒤이어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A씨가 창문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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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서 떨어졌는데…큰 부상은 없어 

노원소방서 수락119안전센터가 출동해 A씨 상태를 확인했을 때 다행히도 의식이 명료했다. 맥박과 호흡도 정상이었다. 오른쪽 귀가 찢어졌을 뿐 별다른 외상도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인근의 권역외상센터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의정부성모병원에 따르면 A씨는 골절이나 내장파열 등의 증상도 없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지만 당분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집중 치료를 한 뒤 퇴원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4층 푹신한 경량토에 떨어진 덕분”

2010년 7월 서울북부지검 4층 정원 [사진 대검찰청 블로그 기자단]

2010년 7월 서울북부지검 4층 정원 [사진 대검찰청 블로그 기자단]

A씨가 10층에서 투신했는데도 숨지거나 크게 다치지 않은 건 투신 지점이 4층 높이의 건물 돌출부인 덕분이다. 사실상 6층에서 지상으로 떨어진 셈이었다. 또 건물 돌출부 옥상에는 정원이 조성돼 있다. A씨가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흙바닥에 떨어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쌓여 있는 흙은 일반 흙보다 가볍고 탄성이 강한 경량토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경산업기사이자 조경 관련 유튜버인 장대근씨는 “경량토가 쌓인 정원은 스티로폼처럼 푹신푹신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시멘트 바닥에 떨어졌다면 즉사할 수 있지만 경량토 위에 떨어지면 이렇게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가 20대 청년인 점도 목숨을 지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
 
2010년 북부지검을 건설한 신동아종합건설 관계자는 “1층 조경과 달리 옥상 조경은 건물에 작용하는 하중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량토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수사 압박에 극단적 선택 시도했나

그럼 A씨는 왜 투신한 걸까. 초기 수사를 담당한 경찰은 “A씨에게 불안 증세 등 사전 징후는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동대문서 관계자는 “구속 수사를 한 이유도 극단적 선택을 막을 목적은 없었고 A씨가 범행을 부인해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투신 당일 검찰이 A씨를 상대로 강압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북부지검은 “현재로썬 강압 수사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피의자가 검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20일 사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대상 3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5년 발간한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를 통해 “검찰 조사는 폭행이나 폭언이 없어도 조사받는 사실 자체가 생을 포기할 만큼 겁나고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며 “조사 전후 피조사자들이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신변보호관을 따로 지정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중·박건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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