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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안갔다 해라" 폐쇄적인 신천지···"본부 있는 과천 걱정"

중앙일보 2020.02.20 14:18
신천지교회 본부가 있는 경기도 과천의 대형마트 건물(왼쪽)과 교회 일시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 석경민 기자

신천지교회 본부가 있는 경기도 과천의 대형마트 건물(왼쪽)과 교회 일시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 석경민 기자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82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38명의 확진자가 신천지대구교회 교인으로 확인되면서 신천지교회 본부가 있는 경기 과천시의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1번 확진자(61ㆍ여)를 포함해 신천지대구교회 교인 3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교회를 중심으로 대구ㆍ경북 지역의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신천지대구교회 소속 전체 교인 수는 9000명 가량으로 알려졌다. 
 
31번 환자는 지난 9일과 16일 이 교회 예배당에서 각각 2시간 예배에 참여했다. 당시 그는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병원 측은 “환자가 예배에 가야한다며 외출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20일 이 교회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자 31번 환자와 함께 예배에 참석했던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1001명 교인 중에서 증상이 있다고 답한 인원이 90명(9%), 없다고 답한 인원이 515명(51.4%)이며, 396(39.6%)명은 전화 통화가 안됐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대구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다. 신천지 교회는 전국 곳곳에 위치해있어 교인 왕래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감염 클러스터(clusterㆍ무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구시 조사에 따르면 신천지대구교회에 다녀간 다른 지역 교인은 83명으로 확인됐다. 경산 69명, 경주 1명, 고령 6명, 구미 1명, 영천 2명, 칠곡 4명 등이다. 이 중 경산과 영천 등에서 20일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이 외에도 신천지대구교회를 다녀온 인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시에 따르면 과천 신천지교회 교인 6명이 신천지대구교회를 방문해 31번과 함께 예배에 참석했다.
19일 신천지 총회본부가 위치한 경기도 과천의 한 상가건물 입구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배와 모임을 잠정 중단한다는 신천지 측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19일 신천지 총회본부가 위치한 경기도 과천의 한 상가건물 입구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배와 모임을 잠정 중단한다는 신천지 측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19일 김종천 과천시장은 페이스북에서 “대구 신천지교회 예배에 참석한 과천 신도 6명 중 1명이 인후 미세 발적(목에 생긴 염증)이 생겨 보건소에 신고했다”고 알렸다. 
 
그는 “대구 신천지 교회에 방문한 과천 교인은 확인된 숫자만 6명이다”며 “1명을 빼고는 추적조사가 아직 이뤄지고 있지 않다. 과천시는 시민회관ㆍ종합사회복지관 등 관내 시설을 23일까지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심증상이 나타났던 과천신천지 교인은 20일 오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대구신천지교회를 다녀온 교인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서다. 과천 신천지교회는 현재 폐쇄 상태다. 과천신천지교회는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10층짜리 건물 내에 있다. 해당 건물에는 대형마트를 비롯해 병원, 미용실,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이 다수 입점해있다.
 
과천시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과천시 별양동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37)씨는 "누가 신천지 교인인지 알 수가 없으니 시내에 나가기 꺼려진다. 거의 매일 장보러 가는 대형마트 건물에 신천지교회가 있어서 걱정스럽다. 아이들도 근처에는 당분간 가지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신천지는 이용하는 상업지역 내 시설을 자체적으로 잠정 폐쇄하였고, 과천시는 위 시설들을 포함해 신천지 신도들의 대중교통 이동 동선에 있는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상가지역 개방화장실, 자전거 대여소 등에 대해서 전면 소독을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신천지 피해자 상담사’로 활동 중인 전도사 윤재덕 씨는 20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신천지의 폐쇄성이 국가방역망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31번 환자가 나온 뒤 신천지 대구교회 섭외부(교인이탈방지부서)가 ‘주변에 예배 안갔다 말해라’는 공지사항을 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천지 측이 해당 공지에 대해 ‘개인이 한 일’이라며 징계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신천지는 군대조직이라 하달없이 개별 신도가 공지했다는 거나, 징계했단 말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씨는 “신천지는 교주의 교리를 믿으면 ‘죽지 않는다’고 가르치기 때문에 질병 자체를 부정적으로 치부한다”며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쉬쉬하고 자기 조직을 지키려는 ‘폐쇄성’과 외부 향한 ‘적대감’이 일을 키웠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천지 교인에 대한 혐오는 경계해야하지만, ‘외부와의 전쟁’ 지령을 내리는 지도부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지금 좀 걱정되는 건 과천이다. 왜냐하면 과천에 신천지 본부가 있다. 그런데 타지로 가는 사람들, 대구를 떠나서 과천 본부에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까 타 지역에도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람이 갈 수 있다. 이 문제 대처를 위해서는 (방역당국도) 신천지 조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과천=석경민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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