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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나와 문 닫은 청도대남병원···"고혈압·당뇨약도 못 탄다"

중앙일보 2020.02.20 14:00
"사망진단서를 떼야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는데 코로나 때문에 병원 문이 닫혔으니 어째야 합니까."  2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폐쇄된 경북 청도대남병원. 20일 오전 이곳을 찾은 한 남성이 굳게 닫힌 출입문을 흔들고 있었다.
20일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을 찾은 한 방문객이 굳게 닫힌 문틈 사이로 병원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진창일 기자

20일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을 찾은 한 방문객이 굳게 닫힌 문틈 사이로 병원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진창일 기자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 사망진단서 때문에 애타는 아들
장기간 당뇨병·고혈압 처방 환자도 약 못 받고 발길 돌려
제발로 찾아 온 발열 의심자에게 "경산 보건소로 가라" 황당

그는 좁은 문틈 사이로 병원 직원과 한참 실랑이를 한 끝에 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를 병원 측에 알려줬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 19일 화목보일러를 켜고 집에서 잠든 뒤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경찰이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진행 중이고 아들은 어머니의 사망진단서를 떼러 청도대남병원을 찾았다.
 
아들은 "어머니가 어젯밤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사망진단서를 미리 받아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서류를 뗄 곳이라고는 청도대남병원 밖에 없다"며 "그나마 병원에서 사정을 듣고 사망진단서만은 내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병원 앞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매만지며 눈시울을 붉히던 아들은 좁은 문틈 사이로 건네진 사망진단서를 들고 황급히 병원을 빠져나갔다.
20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 2명이 발생해 폐쇄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출입구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진창일 기자

20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 2명이 발생해 폐쇄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출입구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진창일 기자

 
청도대남병원은 인구 1만2756명의 작은 시골도시인 청도군에서 유일한 중급병원으로 응급환자나 장기간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20일 이른 아침부터 신종 코로나 확진 소식을 듣지 못한 환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지만, 모두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이날 오전 9시쯤 병원을 찾은 김모(81)씨는 "청도대남병원에서 당뇨병약을 한 달 치씩 받아먹는데 약이 다 떨어져 왔더니 진료를 못 받는다고 한다"며 "여기 근처에서는 당뇨병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어쩔 수 없지만, 며칠 더 기다려 보겠다"며 병원을 떠났다.
20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 2명이 발생해 폐쇄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출입구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진창일 기자

20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 2명이 발생해 폐쇄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출입구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진창일 기자

 
청도대남병원 뿐만 아니라 청도 보건소, 군립 청도노인요양병원, 효사랑실버센터, 청도군 주간보호센터 4곳도 현재 임시 폐쇄됐다. 4곳 기관은 각각의 건물이 아닌 하나의 건물처럼 연결돼 내부 통로로 직원들이 왕래할 수 있는 특이한 구조이기 때문에 4곳 근무 인원 298명과 환자 302명이 모두 신종 코로나 전수조사 대상자에 포함됐다.
 
20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 2명이 발생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과 연결된 건물을 사용하는 청도군 보건소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진창일 기자

20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 2명이 발생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과 연결된 건물을 사용하는 청도군 보건소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진창일 기자

청도노인요양병원과 청도군 주간보호센터는 어르신 환자들의 치료와 처방전 발급도 청도대남병원에서 받아왔지만, 현재 불가능하다. 청도군 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당장 처방전을 못 받게 돼 보유하고 있던 약품들을 아침 일찍 관리대상 어르신들에게 지급하고 당분간 못 올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왔다"며 "고혈압, 당뇨, 치매처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의료 공백이 계속되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했다.
 
청도대남병원과 청도군 보건소가 동시에 임시 폐쇄된 탓에 신종 코로나 의심증상을 확인하기 위하 선별진료소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발열 증상이 나타난 주민이 스스로 청도군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경산 선별진료소로 가라"고 돌려보내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20일 경북 청도군 보건소 앞에 신종 코로나 의심자를 확인할 선별진료소가 설치됐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진창일 기자

20일 경북 청도군 보건소 앞에 신종 코로나 의심자를 확인할 선별진료소가 설치됐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진창일 기자

 
청도군 주민 A씨는 "발열 증상이 의심돼서 청도군 선별진료소를 찾았는데 보건소 측에서는 경산 보건소 번호만 알려주고 알아서 가라고 한다"며 "만약 내가 보균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산으로 가도 괜찮은 건지 황당하다"고 했다.
 
청도대남병원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확진자 2명은 포항의료원으로 이송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2명의 환자가 최근 1달간 외출하거나 면회한 기록이 없어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청도대남병원에 입원한 99명 환자에 대해 신종 코로나 확진 검사를 마친 뒤 모두를 전원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청도=진창일·위성욱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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