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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전보단 개선됐지만…금융위기 수준 못 벗은 소득 불평등

중앙일보 2020.02.20 12:00
빈부격차 이미지. [중앙포토]

빈부격차 이미지. [중앙포토]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소득 불평등은 여전히 금융위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일자리 사업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근로장려금 확충 등 정책 효과로 한 해 전보다는 개선됐다. 그러나 부진한 민간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다 보니 소득 분배 개선 효과도 미미했던 셈이다.
 

작년 4분기 소득 분배 성적표는?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상위 20%(5분위)의 소득을 하위 20%(1분위)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6배로 5.47배를 기록한 한 해 전보다는 개선됐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5.20배)과 2009년(5.23배)에 비해서는 더 나빠졌다. 5분위 배율은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지나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4.3~4.6배 수준을 유지하다 2018년부터 급격히 악화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체 가구 소득은 늘었나 

분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가구 소득은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은 477만2000원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상위 20% 소득은 1.4%, 하위 20% 가구는 6.9% 등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소득이 증가했다. 상위 20% 소득은 10.4% 늘어난 반면, 하위 20%는 17.7% 줄어 '분배 참사'를 기록했던 2018년보다는 눈에 띄게 나아졌다. 특히 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계속 감소세를 보이다 7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지난해 4분기에는 취업자 증가 등 고용 시장이 양적으로 확대했고, 정부의 사회보장 강화 노력 등으로 전체 소득이 3.6% 증가했다"며 "1분위 소득도 작년 4분기에 여러 가지 재정 일자리 사업 등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 가구, 저소득층 전락 얼마나? 

민간 경기 부진 여파로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사업소득)은 전체 가구에서 2.2% 줄었다. 5분기 연속 감소세다. 특히 상대적으로 경제 형편이 좋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감소하면서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에서 사업소득이 줄었다. 상위 20%는 4.2%, 상위 20~40%는 7%, 상위 40~60%는 10.9%로 사업소득이 줄었고, 하위 20%는 11.6%, 하위 20~40%는 24.7% 증가했다. 비교적 소득이 많았던 자영업자의 벌이가 줄어들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소득 차이가 좁혀진 게 분배지표 개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의미다.
 

확장 재정에, 가계 소비 여력은? 

특히 전체 소득은 증가했지만, 민간 소비의 '실탄' 구실을 하는 처분가능소득(전체 소득에서 세금·사회보험료 등을 빼고 개인이 마음껏 쓸 수 있는 소득) 증가율은 0.1%포인트 하락한 2%를 기록했다. 재정과 사회보장 사업이 늘어나면서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 등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 '부동산 광풍'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잔액이 늘어 이자비용이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4분기 세금과 사회보험료·이자 등 비소비지출(개인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지출) 증가율은 9.8%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4년부터 2016년에는 비소비지출이 -1~2% 사이의 증감률을 보였지만, 2017년부터는 3년 연속 10%에 가까운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구상한 '확장 재정→소득 확대→소비 증가'로의 선순환보다는 '확장 재정→세금 등 비소비지출 증가→소비 여력 후퇴'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 매장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 매장 [뉴스1]

 
정부는 지난해 분배 지표가 한 해 전보다는 개선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분배 참사' 수준으로 평가받던 2018년보다 개선된 것을 근거로 분배가 나아졌다고 해석해선 곤란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평소 70점을 받던 학생이 40점으로 떨어졌다가 45점을 받았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년 넘게 준 것은 시장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재정으로 가계 소득을 떠받치는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민간의 성장 기여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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