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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회비 추가 부담 없다” 스포츠센터의 이말 믿지 마세요

중앙일보 2020.02.20 10:00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20)

복합 스포츠센터나 호텔 같은 시설에서 운동을 즐기려면 회원으로 가입해 목돈의 입회보증금을 예치하고 수백만 원의 연회비까지 납부해야 합니다. ‘회원제 체육시설이용계약’이라고 하는데요. 스포츠센터나 호텔이 다수의 회원을 모집해 각종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원은 그 대가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치하는 입회보증금의 이자와 연회비를 시설의 이용 대가로 지불하는 셈이지요.
 
스포츠센터의 규약에는 센터에서 회비를 조절할 수 있는 규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설사 회원 가입 시 “평생 아무 추가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하더라도 실제 그런 약정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스포츠센터에서도 각종 공과금이나, 물가인상, 금리 인하의 상황에서 계속 적자를 볼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센터의 규약에는 회비를 조절할 수 있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회원 가입 시 "평생 아무 추가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하더라도 실제 그런 약정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사진 pxhere]

스포츠센터의 규약에는 회비를 조절할 수 있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회원 가입 시 "평생 아무 추가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하더라도 실제 그런 약정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사진 pxhere]

 
대법원은 과거 “다수의 회원과 시설이용계약을 체결한 시설 주체로서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그 연회비의 인상 여부 및 인상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적이 있습니다(대법원 1996년 2월 27일 선고. 95다35098, 판결). 합리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일부 회원이 연회비 납부를 거부한다면 시설 주체가 이용계약을 해지하고 회원을 제명해도 된다는 말입니다.
 
최근 회비 인상과 관련한 스포츠센터와 회원 사이 분쟁이 문제 된 적이 있었습니다. 2012년 454명의 특별회원이 인상된 회비를 못 내겠다며 스포츠 시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은 2019년이 돼서야 대법원에서 판결이 선고되었는데요. 대법원은 약 4년에 걸친 숙고 끝에 하급심과는 달리 특별회원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다시 파기환송심이 계속 중입니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다78857).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스포츠센터는 개관 당시 600여명의 특별회원에게는 318만원의 입회보증금을, 일반회원에게는 128만원의 입회보증금과 36만원의 연회비를 받았습니다. 특별회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개관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마련한 것이지요. 스포츠센터는 이후 특별회원들에게는 추가 비용을 받지 않은 채 일반회원의 연회비만 올렸습니다. 그래서 2012년 가입한 일반회원은 128만원의 입회보증금 외에 286만원의 연회비를 지급해야 했지요. 스포츠센터는 주기적으로 시설이나 주차장 등의 공사를 한 탓에 43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스포츠센터는 2012년에도 특별회원들에게 연회비 191만원을 납부하거나 추가로 4774만원의 입회보증금을 추가 납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특별회원들이 스포츠센터에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대법원은 물가상승이나 금리하락만으로는 특별회원의 회비를 인상할 수 없다고 봤다. 물가상승과 금리하락의 이유로는 회비를 인상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했다고 본거다. [사진 pxhere]

대법원은 물가상승이나 금리하락만으로는 특별회원의 회비를 인상할 수 없다고 봤다. 물가상승과 금리하락의 이유로는 회비를 인상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했다고 본거다. [사진 pxhere]

 
1심과 2심은 스포츠센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센터의 규약에는 스포츠센터가 회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었고, 1985년부터 2012년 사이에 물가지수는 상승했지만,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계속 하락했고 43억원의 공사가 이루어졌음에도 일반회원들의 연회비만 증가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요.
 
반면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습니다. 먼저 물가상승이나 금리하락만으로는 특별회원의 회비를 인상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스포츠센터는 특별회원으로부터 일반회원의 두 배 넘는 가입비를 받아 개관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마련했고, 그전까지 스포츠센터가 이를 이유로 회비인상을 요구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가상승과 금리하락의 이유로는 회비를 인상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했다고 본 겁니다. 또 일반회원의 연회비가 인상됐다는 사정만으로 특별회원에게 회비 인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지출한 공사비는 특별회원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문제는 스포츠센터가 지출한 43억원의 공사비와 비교해도 너무 과하다고 본 겁니다. 600명의 특별 회원으로부터 4775만원의 입회보증금을 추가로 받게 되면 286억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또 스포츠센터 공사비 가운데 노후시설 교체 등 시설 증·개축과는 무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역시 특별회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지요. 즉 대법원은 스포츠센터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회비를 인상했다고 본 겁니다.
 
스포츠센터가 적자를 이유로 입회보증금을 돌려주고 시설을 폐쇄할 수 있을까요. 클럽규약에 그러한 내용이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만약 기존 규약을 회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 스포츠센터를 폐쇄하고 같은 장소에서 헬스장·사우나·수영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회원으로부터 입회보증금과 입회금 없이 연회비만 받는 형태의 신규 클럽을 설치해 운영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겁니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5다33441 판결).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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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김용우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필진

[김용우의 갑을전쟁] 갑질이 난무하는 사회다. 하지만 법 앞에 권력이 군림할 수 없다. 갑이 을이 될 수도, 을이 갑이 될 수도 있다. 분쟁의 최전선에서 쌓은 내공을 통해 갑질에 대처하는 법(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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