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재국 경위 삶 앗아간 그곳 "한강, 물속 30cm 앞도 안보였다"

중앙일보 2020.02.20 06:00
19일 한강경찰대 외관 모습. 박현주 기자

19일 한강경찰대 외관 모습. 박현주 기자

“한강 물에 들어가면 자기 손도 안 보여요. 30cm 앞도 안 보여요”
 
19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한강경찰대에서 만난 하동진 대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경찰대 앞에는 ‘유재국 경위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나흘 전인 15일 하 대장의 말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어두운 강물에서 투신자 수색 작업을 벌이던 한강경찰대원 유 경위는 세상을 떠났다. 그는 가양대교 북단에서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수색하던 작업 중 교각 돌 틈에 몸이 끼여 결국 한동안 물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해 사고를 당했다. 
 

하루 평균 8건 신고…구조대원은 28명뿐 

18일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서 故 유재국 경위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18일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서 故 유재국 경위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유 경위가 소속된 한강경찰대의 업무 구역은 서울 행주대교부터 강동대교에 이르는 41km의 한강 물 속이다. 차를 타고 이동해도 1시간 정도가 걸리는 긴 거리다. 한강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신을 수색하는 일까지 한다. 지난해 9월 ‘장대호 몸통 시신 사건’에서 시신을 발견한 것도 한강경찰대 소속 구조요원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강경찰대에 신고된 사건 건수는 총 2989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8건 이상의 신고가 들어오는 셈이다. 
 
사건은 많고 구역은 넓은 데다가 일손은 부족하다. 한강경찰대는 대장을 포함해 총 3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지원팀 2명을 제외하면 구조 작업에 투입되는 요원이 28명뿐이다. 이들은 망원·이촌·뚝섬·광나루 4곳의 치안 센터 사무실에서 2인 1조,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신고가 들어와도 권역별로 나누면 인명 구조 작업에 투입되는 인원은 2명밖에 없는 셈이다. 인명 구조 외에도 한강경찰대 구조요원들은 변사체 인양과 한강 범죄 예방 및 단속도 해야 한다.
 

"한강 속 들어가면 바로 눈앞도 안 보여"  

19일 한강경찰대 구조선이 정박돼 있다. 박현주 기자

19일 한강경찰대 구조선이 정박돼 있다. 박현주 기자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시야 확보’다. 인명 구조 및 수색을 위해 들어가는 한강 물속은 한 치 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탁하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수색에 나서면 한강 주변에 버려지는 쓰레기나 교각을 만들다 떨어진 시멘트, 그물 같은 게 너무 많다”며 “불순물로 인해 위로 올라가는지 아래로 내려가는지 가늠이 안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윤상식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장은 “시야가 너무 확보가 안 되다 보니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손으로 만져서 감각으로 수색을 한다”고도 밝혔다. 겨울에는 추위로도 힘든데, 여름에는 한강 물에 녹조가 생겨 더 힘들다. 아예 눈 앞을 가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 확보해 전문 수색·구조 인력 양성해야"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력과 장비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균 명지대 해양레저학 교수는 “부족한 수중 구조 인력을 늘리려면 정부 차원에서 한강경찰대 구조요원을 육성해야 한다”며 “수색 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조직을 따로 만들어 전문적인 수색·구조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대장은 “한강의 사고 위험은 늘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실종자가 발생하면 구해내는 게 우리의 당연한 역할이자 업무”라며 “다만 인력을 늘려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장비를 좀 더 확충할 수 있다면 앞으로 수색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주·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