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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700t 뿌렸다는데 왜···차량 30대 미끄러진 터널의 비밀

중앙일보 2020.02.20 05:00

"제설제 다량 살포"…48명 사상 사고 원인 '촉각'

지난 18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 사고현장에서 불에 탄 화물차가 견인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8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 사고현장에서 불에 탄 화물차가 견인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터널 속 연쇄 사고로 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친 순천∼완주고속도로 구간에 한국도로공사가 다량의 제설제를 살포 했다고 밝힌 가운데, 경찰은 사고 구간에 대한 노면 결빙상태와 제설작업 여부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통해 본격적인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도로공사, "사고 30분 전에도 터널 제설"
터널 있는 구간엔 염화칼슘도 110t 뿌려
경찰, CCTV분석 등 사고원인 조사 착수
완주방향 상행선, 통행재개 2∼4주 걸려

19일 전북경찰청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사매2터널이 위치한 임실IC~전남 동순천 구간(85㎞)에 이틀 동안 소금 700t과 염화칼슘 110t 살포됐다. 사고 전날인 지난 16일 오전 0시부터 제설차 32대를 동원해 1시간 단위로 제설제를 뿌렸다는 것이다. 사매2터널에서는 지난 17일 낮 12시20분께 트레일러와 트럭 등 차량 11대가 추돌해 5명이 숨지고 43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사고 직전까지 터널 안팎에 다량의 제설제가 살포됐다는 주장 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사고 발생 30여분 전인 지난 17일 오전 11시 56분에 사고 구간에 대한 제설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작업에는 15t 제설차가 투입돼 사고 터널에 염수 및 제설제를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TV(CCTV)에는 대형 차들이 심하게 미끄러지는 모습이 담겨 있어 사고 원인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 17일 낮 12시23분쯤 터널 안 100m 지점에서 장갑차를 실은 군용차량과 25t 화물차가 부딪치는 것을 시작으로 화재가 발생할 때까지의 모습이 남아 있다.
 

"터널은 응달…진·출입구 극히 위험"

당시 참사는 25t 화물차가 앞선 군용차량에 올라탄 상태로 약 10초 동안 끌려가는 추돌사고가 난 게 발단이 됐다. 사고 후 두 차량이 멈춰 서자 뒤따르던 트럭과 승용차들이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잇따라 추돌사고를 낸 것이다.

 
터널 안이 차량으로 뒤섞인 상황에서 잇따라 달려든 탱크로리들은 사고를 키웠다. 미쳐 속도를 줄이지 못한 질산 탱크로리 화물차가 터널 내부 결빙구간에서 미끄러져 전도되면서 연쇄 추돌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PVC 수송 화물차와 곡물수송 화물차가 잇따라 부딪힌 후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살포된 제설제의 양과 터널 속 안전성은 별개”라는 주장도 나온다. 터널은 햇볕이 들지 않는 진·출입구의 경우 일반도로보다 오히려 결빙될 가능성이 있어 제설작업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터널, 눈오면 일반도로보다 위험?  

완주~순천고속도로 상행선 사매 2터널에서 발생한 다중추돌 사고 현장감식이 실시된 지난 18일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완주~순천고속도로 상행선 사매 2터널에서 발생한 다중추돌 사고 현장감식이 실시된 지난 18일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제설업체 관계자 A씨는 “터널 속은 폭설에 안전할 것이라는 운전자의 생각과는 달리 제설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하는 구간”이라며 “일반도로에서 제설 살포기를 돌릴 때를 100%라고 친다면 터널 진출입 구간에는 130%까지 살포량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측은 이번 사고가 난 원인이 도로결빙 등의 문제가 아닌 운전자의 부주의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제설작업이 끝난 구간의 도로는 비가 내린 상황과 유사하며 이런 상태가 1시간가량 유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눈이나 비로 젖은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감속하고 앞차와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1차 사고를 낸 25t 화물차량 운전자 B씨를 원인 제공자로 지목하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25t 트럭이 앞서가던 장갑차를 실은 트레일러를 들이받았고, 이후 터널 안에 멈춰선 차량들을 탱크로리와 곡물차량 등이 잇따라 들이받으면서 사고가 커졌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차량 블랙박스 등 분석 중

지난 18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 사고현장에서 불에 탄 탱크로리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8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 사고현장에서 불에 탄 탱크로리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B씨는 “앞서가던 군용차량이 감속해 엔진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이려고 했으나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군용차량 위로 올라탔다”며 “앞차에 끌려가던 차량이 이탈된 뒤 방향조절이 불가능해 멈춰 선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터널 안팎의 현장 정리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사고원인을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등 사고 당시의 영상이 담긴 자료 분석에 착수한 상태다. ^노면의 결빙상태와 제설작업 여부 ^차간거리와 과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또 사망자 5명 중 3명의 신원 파악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시신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식과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한국도로공사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오수IC~북남원IC 구간(13.7㎞) 순천 방향 하행선을 개방하고 차량 진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완주 방향 상행선은 통행 정상화까지 2∼4주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충격으로 파손된 터널 시설을 보수하고 내부에 남아 있는 차량 잔해, 유류품 등을 정리한 후 종합안전진단을 거쳐 차량 진입이 허용된다.
 
남원=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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