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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 연애하게 하자"…트럼프 때문에 연애도 양극화됐다

중앙일보 2020.02.20 05:0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를 지지하는지 여부에 따라 워싱턴의 연애 가능성도 달라진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를 지지하는지 여부에 따라 워싱턴의 연애 가능성도 달라진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 DC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다. 인구는 70만명, 면적은 177㎢에 불과하다. 서울은 973만여명에 약 605㎢다. 서울에서도 사랑할 상대 찾기가 힘든데, 워싱턴은 오죽하랴. 여기에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젊은 보수층이라면 워싱턴에서 연애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케이티 로저스가 17일(현지시간) 쓴 칼럼성 기사인 ‘백악관 메모’의 주장이다. 기사에 달린 제목은 이렇다. ‘트럼프 정부에서 일하는 젊은 보수층의 문제: 데이트할 사람이 너무 없다.’  
 
NYT와 로저스 기자가 물론 반(反) 트럼프 성향이긴 하다. 하지만 로저스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인기 소개팅 앱인 오케이 큐피드(OkCupid)의 워싱턴 거주자들 사이에선 최근 프로필 소개란에 아예 안티(anti) 트럼프 성향을 밝히는 게 트렌드가 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인 2017년 이후부터 안티 트럼프 관련 프로필이 52% 늘었다는 게 오케이 큐피드 측이 밝힌 통계다.  
 
트럼프 지지 여부는 소개팅 시장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사진은 안티 트럼프 데이팅 사이트. [웹사이트 캡처]

트럼프 지지 여부는 소개팅 시장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사진은 안티 트럼프 데이팅 사이트. [웹사이트 캡처]

 
심지어 ‘네버 트럼프 데이팅’(www.nevertrump.dating)이라는 소개팅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트럼프 지지자와는 절대 데이트 하지 않겠어”라는 게 이 소개팅 사이트의 모토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트럼프 이름엔 빨간 줄까지 그어놨다. 로저스 기자는 “워싱턴은 정치적으로 쪼개져 버렸고, 그것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탓”이라고 적었다. 
 
데이팅 코치(이런 직업이 있다니)이면서 『트럼프 시대의 사랑법: 정치가 연애까지 양극화시켰다』를 쓴 줄리 스피라는 NYT에 “젊은 층,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정치적 성향이 같은 사람들끼리만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연애 및 결혼을 하기를 원하는 성향이 뚜렷하다”며 “정치 양극화를 무기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연애까지 (친 트럼프 대 반 트럼프로) 양극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 트럼프 성향 데이팅 사이트. 트럼프 구호를 패러디해 "미국을 다시 연애하게"라고 써놨다. [웹사이트 캡처]

친 트럼프 성향 데이팅 사이트. 트럼프 구호를 패러디해 "미국을 다시 연애하게"라고 써놨다. [웹사이트 캡처]

 
하지만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돼 있는 법. 이들만을 위한 소개팅 틈새시장까지 나왔다. 친 트럼프 성향끼리만 모이는 연애 사이트다. 이름도 ‘도널드 데이터즈(Donald Daters)’부터 ‘리퍼블리칸 싱글즈(Republican Singles, 공화당을 지지하는 싱글)’ 등으로, 트럼프 지지자임을 커밍아웃하는 셈이다. 도널드 데이터즈의 웹사이트엔 “미국을 다시 연애하게 하자(Make America Date Again)”라는 구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 것. 
 
그럼에도 40대 이하 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인재 풀이 좁기는 좁은 모양. 결국 사내 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독 그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근무한 이들끼리 결혼하는 사례도 여럿 나왔다. 결혼 장소는 당연히 트럼프 호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정책을 입안한 스티브 밀러 백악관 정책 고문과 국토안보부의 대변인으로 일했던 케이티 월드만이 지난 16일 결혼식을 올렸고, 지난 11월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자문역인 잭 바우어와 트럼프 행정부에서 오래 일해온 메건 퍼테노드도 결혼했다. 이들의 결혼 사진은 외신에도 좀처럼 안 나온다.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결혼식을 올린 스티브 밀러와 케이티 월드만. 사진은 지난해 한 행사에 참석했을 때 사진이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결혼식을 올린 스티브 밀러와 케이티 월드만. 사진은 지난해 한 행사에 참석했을 때 사진이다. [AP=연합뉴스]

 
바우어와 퍼테노드의 결혼식은 당연히 트럼프 호텔에서 열렸는데, 피로연 비용만 3만 5000달러(4100만원), 하객 숙박비만 1인당 375달러가 들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결혼까지 골인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수행비서인 닉 루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의 보좌관인 캐시디 덤볼드 역시 커플이다.  
 
데이팅 코치인 스피라는 NYT에 “정치적 성향이 똑같은 사람들하고만 연애하고 결혼하겠다는 건 연애 상대를 반으로 줄이는 것과 같다”며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이민 또는 인종 문제, 건강보험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들과는 상종도 않겠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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