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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민주당 소속' 법무부 장관…정치적 중립성 지켜질까

중앙일보 2020.02.20 05:0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신임 국무위원 인사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신임 국무위원 인사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며 선거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의 당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당적을 버리도록 조치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현직 법무부 장관 당적, 확실히 이례적”

19일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현재 선거 관리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 선거사범을 단속하는 법무부 장관,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까지 모두 여전히 민주당 당원”이라며 “이래서야 어떻게 중립적 선거관리를 기대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즉각 이들이 당적을 버리도록 조치하고 선거 중립 내각을 구성하라”며 “문 대통령이 이 요구를 거부한다면 곧 공명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선거범죄 수사 경험을 가진 현직 검사는 “통상 총선이 끝난 뒤 고발 사건의 10%를 기소한다”며 “실제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현직 장관이 당적을 갖는 건 확실히 이례적이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안통 출신의 변호사 역시 “법무부 장관이나 행안부 장관처럼 수사권을 가진 검‧경을 산하에 둔 장관은 당적을 안 갖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검사들이 알아서 수사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임 안 한다면 선거 전 당적이라도 버려라”

현행법상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막을 수 없다. 국회법 제29조는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장관)직은 맡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의정활동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됐으나 한 달 넘게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 장관으로 임용되는 자는 정당의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대통령은 정당의 당적을 가진 사람을 법무부 장관에 임용할 수 없으며 법률 시행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인 자는 3개월 이내에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법안이 통과돼 시행된다면 추 장관이 사임해야 한다는 뜻으로 여당 의원들의 찬성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우택 미래통합당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가 쉽지는 않겠으나 끝까지 노력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장관직에서 물러날 수 없다면 최소한 선거 전 당적이라도 버리라”고 주장했다.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정신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특성상 정치 중립의 의무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다른 장관직보다 국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더욱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과 데칼코마니

2006년 열린 희망포럼 토론회에 참석한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

2006년 열린 희망포럼 토론회에 참석한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

선거를 앞두고 총리와 법무부 장관의 당적을 둘러싼 논쟁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있었다. 박상천 전 법무부 장관이 김대중 정부 시절 민주당 소속으로 제2회 지방선거를 치르기는 했으나 정부 출범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당적 논란이 불거지지는 않았다.  
 
2006년 제4회 5‧31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모두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역대 정부 중 여당 당적을 가진 총리와 선거 주무장관이 언제 있었느냐”며 “최소한 선거 때까지만 총리와 장관직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한 달 뒤 노 대통령이 이 총리를 대신해 역시 열린우리당인 한명숙 의원을 국무총리에 지명하자 한나라당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당적 문제를 정리하고 중립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지금처럼 대화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압박했다. 한 총리와 천 장관은 끝내 당적을 유지한 채 지방선거를 치렀고, 당시 시‧도지사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한 석만을 가져가며 참패했다.
 
이가영·박사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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