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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냉동 90% 미혼女···정부지원? 내돈 300만원 낸다

중앙일보 2020.02.20 05:00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에서 성숙난자를 냉동보관하기 위해 옮기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백경민 인턴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에서 성숙난자를 냉동보관하기 위해 옮기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백경민 인턴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난자 냉동을 하고 싶다 하니까 엄마는 정신 나간 소리라고, 그 시간에 결혼할 상대를 찾는 게 나을 거라고 했죠.”

장윤주(40)씨는 7년 전 처음 난자 냉동 이야기를 부모님께 꺼냈을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장씨가 난자 냉동을 하게 된 건 지난해 4월. 장씨는 “2000년대 중반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처음 난자 냉동 이야기를 봤을 땐 ‘저렇게까지 애를 가져야 하나?’라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제24화> 난자 냉동
초혼 연령 높아지면서 난자 냉동도 증가
난자 냉동 90% 이상이 30대 미혼여성들
“애 낳기 위해 급하게 결혼할순 없잖아요”
“저출생시대에 필요한 제도, 지원 필요해”

주변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합니다. “미혼인 친구들은 운명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렇게까지 하고 싶으냐고 많이 물어봤고요, 반대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더 늦기 전에 잘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난소 냉동시술자 박모(41)씨는 “나이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운동하며 살았는데 내 힘으로 안 되는 유일한 것이 폐경과 임신이더라”며 "그렇다고 애를 낳기 위해 일부러 급하게 결혼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라고 웃으며 되물었습니다.
 
난자 냉동, 더는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미혼 여성들의 난자 냉동도 늘고 있습니다. 결혼을 늦추는 미혼여성들이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서인데요. 난자는 35세 이전이 가장 건강하기 때문이죠.
 
김란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교수는 "여성계 질환이나 항암치료 때문에 난자 냉동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난자 냉동을 찾는 90% 이상이 가임력 보존을 위한 30대 미혼 여성"이라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한 전문병원의 경우 지난해 난자 냉동을 한 여성은 총 635명으로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15배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정자 냉동의 수는 확연히 적었는데요. 그 이유로 김 교수는 “정자는 난자와 달리 나이보단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에서 기자가 냉동난자 과정을 참관하는 모습. 백경민 인턴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에서 기자가 냉동난자 과정을 참관하는 모습. 백경민 인턴

  
미혼 여성들은 왜 난자 냉동을 택하고, 실제 난자 냉동과정은 어떻게 될까요? 밀실팀이 난자 냉동과정을 따라가 봤습니다.
 
 

"난자는 도난당하지 않게 보관해"

배양실 내부의 인큐베이터. 이 안에서 미성숙 난자를 하루정도 보관해 성숙시킨다. 냉동과정을 재연하고 있는 모습. 백경민 인턴

배양실 내부의 인큐베이터. 이 안에서 미성숙 난자를 하루정도 보관해 성숙시킨다. 냉동과정을 재연하고 있는 모습. 백경민 인턴

난자채취는 생리 시작 이틀째에 과배란 주사를 7~10일 정도 맞아야 합니다. 이길영(29)씨는 이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10개 이상의 난자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임신한 것과 같은 상태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지요. 이 과정을 겪고 나면 수면 마취해 난자를 채취합니다. 그 이후에 배양실에서 동결과정을 거치는데요. 
수분을 뺀 성숙난자에 동결보호제를 넣는 과정을 재연해 보여주고 있다. 백경민 인턴

수분을 뺀 성숙난자에 동결보호제를 넣는 과정을 재연해 보여주고 있다. 백경민 인턴

배양실은 몸속의 조건과 가장 비슷하게 유지합니다. 어두운 내부의 이곳에서 난자의 냉동과정이 이뤄지는데요. 이곳의 온도는 섭씨 27도 정도입니다. 여러 대의 인큐베이터를 통해 덜 자란 난자가 있다면 여기서 충분히 키워 내보냅니다. 수분을 뺀 성숙 난자에 동결보호제와 함께 냉동 통에 넣으면 이 난자들은 이제 바이오 탱크로 향합니다.

 
이 5개의 바이오탱크에는 하나당 3000개 이상의 난자들이 있습니다. 내부 온도는 섭씨 영하 180도입니다. 채취된 난자들은 주인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1년, 2년 기다리게 되는데요. 특이한 점은 바이오 탱크가 병원 입구 쪽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이재호 차여성의학연구소 연구실장은 “건물화재를 대비해서 입구에 설치했다”며 “불길이 닿기 전 안전한 곳으로 바이오탱크를 옮기기 위해서다”고 설명했습니다. 튼튼한 유리로 도난의 위험은 없습니다.
  

“미혼여성을 위한 지원, 왜 없는 거죠?”

당일 채취된 성숙난자를 동결한 뒤 바이오탱크에 보관하는 모습. 보관기간은 1년, 2년 단위고 내부는 섭씨 영하 180도다. 백경민 인턴

당일 채취된 성숙난자를 동결한 뒤 바이오탱크에 보관하는 모습. 보관기간은 1년, 2년 단위고 내부는 섭씨 영하 180도다. 백경민 인턴

미혼 여성이 난자 냉동을 할 땐 약 250만~300만원 정도가 듭니다. 제도적 지원이 있는 난임 부부와 달리 미혼여성의 냉동 난자 시술은 비보험으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난자 냉동 시술을 한 미혼 여성들은 입을 모아 “가임력을 보존하려는 미혼여성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김진선(31)씨는 “저출생이 사회적인 큰 문제라고 말하면서 일찍부터 가임력 보존을 시도하는 미혼여성들에 대한 도움은 하나도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국민 청원이 올라와 있을 만한데, 찾아보고 없으면 내가 직접 청원을 올려볼 생각이다”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미혼여성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지원이 출산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말도 했는데요. 박씨는 인터뷰를 마칠 때쯤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못 할까 봐 나이가 많은 여성을 며느리로 삼는 걸 꺼리는 게 한국사회인데, 이런 지원이 있다면 여성들이 조금은 나이 압박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을까요?”
 
최연수·김지아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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