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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의 식당] 3 아재 마음 속 만두집 1위 '미스터 서왕만두'

중앙일보 2020.02.20 05:00
올해 50대가 된 아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다.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 클럽도 열심히 가고, 하루에 1만보 이상을 걷지만 별로 날씬하진 않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재의 최애 맛집은 가성비 좋은 노포다. “가격은 저렴한데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킬 정도면 믿고 먹을 만한 맛집이 아닌가”라는 게 아재의 주장이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아재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아재의 식당을 과연 요즘 젊은층도 좋아할까. 그래서 25살의 뽀시래기 한 명이 아재의 식당에 동행하기로 했다.  

오늘의 아재 식당은 서울 신촌 기차역 부근에 위치한 ‘미스터 서왕만두’. 짜장면, 짬뽕 없이 만두 4종(군만두·찐만두·소룡포·새우만두)이 주 메뉴인 식당이다. 중국인 부부가 인천에서 이화여대 서부교육청 앞으로 이사 와서 테이블 3개 놓고 시작한 집이다. 테이블 12개를 놓을 수 있는 곳으로 확장·이전했고, 1년 4개월 전 2호점을 열고 사장 부부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간판.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간판.

아재: 내 맘대로 서울의 만두 맛집을 꼽는다면 후암동 산동만두, 숙대 앞 구복만두, 그리고 서왕만두인데, 개인적으론 이 집이 젤 좋아.
뽀시래기 : 와, 그런데 대학가 앞이라 그런가요. 정말 깔끔하네요. 방금 문 연 집 같아요.
아재 : 지금 막 문 열었지. 어제까지 문 닫았다가 오늘 점심 장사하려고. ㅋㅋ.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메뉴판. 여느 중국집과는 메뉴도 다르고, 가격은 정말 착하다.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메뉴판. 여느 중국집과는 메뉴도 다르고, 가격은 정말 착하다.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연태고량주 작은 것 한 병을 시켰다. 안주로 빼선 안 되는 단무지는 가득.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연태고량주 작은 것 한 병을 시켰다. 안주로 빼선 안 되는 단무지는 가득.

역시나 오늘도 주문은 아재 몫. 군만두·찐만두·소룡포·새우만두 4종과 연태고량주 작은 것 1병을 주문했다.  
 
아재 : 며칠 전에 선배와 함께 와서 만두 3개 시켜놓고 연태고량주 작은 거 1병 시켰다가 역시 부족해서 1병 더 시켰어.  
뽀시래기 : 아재는 술꾼. ㅎ.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군만두가 나왔어요.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군만두가 나왔어요.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군만두가 제일 먼저 나왔다.  
 
뽀시래기 : 만두피가 엄청 맛있어요. 전 만두전문점에 와본 것도 처음이에요.  
아재: 오늘 일기에 써.  
뽀시래기 : 짜장면이나 이런 걸 먹으면서 사이드로 군만두를 시켜도 원래 한 입도 안 먹는데, 이집은 정말 맛있어요.  
아재: 그건 ‘만두피 튀김’이라고나 할까. 속이 너무 부실하잖아.  
 
아재 : 만두가 정말 유명한 한국 영화가 있는데 알아 맞춰봐.
뽀시래기 : ??
아재: ‘올드보이’라고, 그 영화를 보면 정말 군만두가 먹고 싶어져. ㅋㅋ.
영화 '올드보이' 속 군만두 장면.

영화 '올드보이' 속 군만두 장면.

뽀시래기 : 난 또~. 그럼 중국 영화 중에 만두 이야기로 유명한 건요?  
아재: 원래 중국영화에선 만두가 늘 이렇게 등장하지. 길가는 나그네가 묵는 곳을 ‘객잔’이라고 하는데 술집 겸 음식점 겸 숙소를 제공하는 곳이야. 누군가 와서 객잔에서 하룻밤 묵고 나면 그 다음날 그 사람은 사라져. 알고 보면 만두 안에 들어가 있지. 사람을 죽여서 그 인육을 만두소로 쓰는 거야. ㅋㅋ.  
뽀시래기 : 말도 안 돼. 너무 잔인해요.  
아재 : 옛날 무협 영화 단골 스토리인데. ㅋㅋ.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찐만두. 만두피가 얇아서 속이 투명하게 비친다.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찐만두. 만두피가 얇아서 속이 투명하게 비친다.

한꺼번에 만두 3종이 배달됐다. 짜자잔~. 아재, 급한 마음에 젓가락 댔다가 멈춤.(뻘쭘)  
뽀시래기 :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영상을 찍어야 한단 말이에요. 만두피가 얇아서 속이 투명하게 다 보여요. 우와~. 새우 통통한 거 봐요!!  
 
아재는 동영상을 찍는 뽀시래기를 엄청 열심히 도와준다. 그런데 예쁘게 자르지 못해 다시 도전.  
 
뽀시래기 : 얘도 하나 찢어 봐요.(과격한 뽀시래기) 그런데 더 지저분해졌어. ㅠㅠ.  
아재 : 대충 찍었으니까, 이제 먹으면 안 될까? 배고프다.
 
아재: 메뉴판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만두라고 부르는 걸 중국과 일본에선 ‘교자’라고 해. 중국에서 고추잡채 시키면 함께 나오는 꽃빵을 만두라고 불러. 똑같은 한자를 일본에선 ‘만쥬’라고 읽지. 이 만두의 이름에는 유래가 있어.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이면 다 알거야. 제갈량이 남만(지금의 베트남 쪽) 정벌을 가는데, 앞에 큰 강이 나타나. 강 속의 귀신이 ‘사람을 재물로 바쳐야 강을 지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고 하는 거야. 제갈량이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거든. 그래서 밀가루로 사람 머리 모양을 만들어서 강에 던지고 귀신을 속인 후 강을 건넜다고 해. 한자로 ‘만’은 오랑캐, ‘두’는 머리 두를 쓰거든. 그러니까 만두는 오랑캐 머리라는 뜻이야.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메뉴판. 아재 말로는 이집은 술 가격도 착하다고 한다.

신촌 기차역 부근 '미스터 서왕만두' 메뉴판. 아재 말로는 이집은 술 가격도 착하다고 한다.

뽀시래기 : 우리는 ‘연태고량주’를 시켰는데, 메뉴판에는 ‘연택고냑’이라고 써 있네요. 연태‘꼬냑’을 말하는 걸까요?  
아재 : 한국어가 서툴러서 그런 거겠지. 나는 이 집의 저 서툰 메뉴판도 맘에 들어. 중국 현지에 온 것 같잖아. ㅎ.  
 
아재 : 얘는 이름이 또 달라. 소룡포. 중국식으로는 ‘샤오롱바오’라고 하는데 ‘바오’가 포, ‘샤오롱’은 찜기야.  
뽀시래기 : 포? 샤오롱바오?  
아재 : 얘는 안에 육즙이 많아서 먹는 방법이 따로 있어. 이렇게 움푹한 중식 숟가락에 올리고 만두피를 먼저 찢어서 숟가락에 육즙을 흘러나오게 한 다음, 국물을 먼저 먹는 거야.  
 
아재: 주방이 좁아서 만들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인 게 늘 아쉬워. 볶음밥 하시면 정말 잘 하실 것 같은데. 쩝. 원래는 탕수육, 깐풍기도 없었어. 그래도 가격이 너무 착해서 좋아. 이 정도의 소룡포를 5000원에 먹을 수 있는 집이 흔하지 않거든.    
뽀시래기 : 역시 아재 눈에는 가성비가 먼저! ㅎ.  
아재 : 나도 맛이 우선이라고. 이 사람아.  
 
오늘도 우리의 식사는 딱 적당한 양이었다. 늘 아재가 주문을 하면 부족할 듯 보이는데, 어쩌면 그렇게 딱 알맞게 주문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재 : 자, 이제 디저트 먹으러 신촌 독수리 다방으로 가볼까?
뽀시래기 : 고고!!
 
진행=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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