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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논설위원이 간다] SNS 들끓게한 외식사업가의 실체···간장게장이 폭로했다

중앙일보 2020.02.20 00:37 종합 26면 지면보기

SNS 달군 유명 외식사업가의 ‘호갱’ 마케팅

코로나바이러스에다 집권당 민주당의 임미리 연구교수 고소로 촉발된 ‘#민주당만_빼고’ 운동의 확산 등 굵직굵직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는 와중에 최근 트위터에선 뜬금없이 간장게장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은 잠잠한데 유독 트위터에서만 시끌벅적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한 유명 외식사업가가 SNS상 유명세를 이용해 수억 원대의 간장게장을 팔았는데(※대대적인 크라우드 펀딩은 관련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이뤄졌다), 배송 상태와 품질에 문제가 있어 연일 논란을 빚은 탓이다.  
 

트위터 달군 월향의 SNS 판매
순식간에 억대 펀딩으로 주목
‘뻥게’ 배송에 환호가 원성으로
‘호갱’ 노린 제2의 ‘임블리’였나

전문성 없이 명망으로 장사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대표적인 폐해 사례로 꼽히는 2019년 ‘임블리 사태’의 판박이로까지 회자되는 이 사건의 주인공은 막걸리 주점 월향의 이여영 대표다. 2018년 그가 쓴 『장사특강』 띠지 문구를 그대로 옮기자면 ‘무일푼에서 연 매출 100억이 넘는 외식기업을 만든 CEO’다. 월향·조선횟집 등 다양한 한식 관련 브랜드의 식당 10여 개를 운영 중이다.  
 
월향 이여영 대표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로 간장게장 고객을 모아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SNS엔 속이 빈 ‘뻥게’ 불만이 넘쳤다. [트위터 캡처]

월향 이여영 대표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로 간장게장 고객을 모아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SNS엔 속이 빈 ‘뻥게’ 불만이 넘쳤다. [트위터 캡처]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SNS에 ‘간장게장은 왜 이렇게 비쌀까’라며 ‘함께하겠다는 댓글이 100개가 넘으면 태안(※꽃게 산지)에 내려가겠다’며 고객을 모았다. 이후 텀블벅에선 ‘값싼 수입산이 아닌 좋은 게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한다’며 ‘7.5톤을 매입해야만 (간장 포함 3㎏ 박스당) 7만9000원에 제공할 수 있지만 목표를 달성 못 해도 손해는 고스란히 월향이 가져가겠다’며 간장게장을 팔았다.
 
활발한 SNS 활동과 방송 출연으로 쌓은 유명세에다 이런 매력적인 홍보 문구 덕분인지 판매 이틀 만에 목표액 5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1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대부분 평소 그의 SNS 팔로워들이었고 응원 글이 잇따랐다. 여기서 끝났다면 인플루언서와 팔로워가 이뤄낸 해피엔딩이었겠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월향 이여영 대표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로 간장게장 고객을 모아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SNS엔 속이 빈 ‘뻥게’ 불만이 넘쳤다. [트위터 캡처]

월향 이여영 대표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로 간장게장 고객을 모아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SNS엔 속이 빈 ‘뻥게’ 불만이 넘쳤다. [트위터 캡처]

연말 배송이 시작되면서 ‘간장이 다 샜다’ ‘게가 전부 녹아 있더라’ 등 배송과 품질에 불만을 제기하는 인증샷이 쏟아졌다. SNS에서 쌓은 친근함에다 성공한 외식사업가라는 포장을 더 해 단기간에 돈을 모았지만 결국 전문성 부족으로 이 대표는 위기를 맞았다. 이후 식품제조업 허가 없는 불법 제조가 아니냐는 의문에다 중국산 꽃게 사용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월향 이여영 대표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로 간장게장 고객을 모아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SNS엔 속이 빈 ‘뻥게’ 불만이 넘쳤다. [트위터 캡처]

월향 이여영 대표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로 간장게장 고객을 모아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SNS엔 속이 빈 ‘뻥게’ 불만이 넘쳤다. [트위터 캡처]

지난해 임블리 사태가 큰 사회적 파문을 불러오자 공정거래위원회는 “SNS상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점검하겠다”고 칼을 뺐지만 현실에선 이렇게 여전히 소비자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 대부분은 묻히지만 이번엔 역설적으로 이 대표가 평소 전문가 이미지를 내세웠기에 역풍이 더 거셌다.
 
유명 간장게장 식당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제대로 잘 만들려면 꽃게값이 워낙 비싸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간장게장 자체가 만들어 팔기 쉬운 품목이 아닌데 너무 만만하게 보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한 식품 MD 역시 사건이 불거진 뒤 트위터에 “게장뿐 아니라 식품으로 유통되는 상품이 비싼 이유는 누군가의 비상식적인 폭리가 아니다”라며 “같은 메뉴라도 식당에서 파는 것과 식품으로 유통하는 건 더는 내가 잘 알던 게장이 아니라 그냥 다른 개념”이라고 적었다.
 
월향 이여영 대표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로 간장게장 고객을 모아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SNS엔 속이 빈 ‘뻥게’ 불만이 넘쳤다. [트위터 캡처]

월향 이여영 대표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로 간장게장 고객을 모아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SNS엔 속이 빈 ‘뻥게’ 불만이 넘쳤다. [트위터 캡처]

실제로 간장게장은 까다로운 음식이다. 요리 솜씨 뛰어난 배우 김수미씨는 지난 2005년 홈쇼핑에서 자신의 이름을 붙인 간장게장을 팔다 혹평이 이어진 끝에 사업을 접기도 했다. 지난 설 명절에 간장게장 선물세트를 판 신세계백화점의 식품 담당 MD는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까 봐 당시 냉동으로만 배송했다”며 “평소 식품관에서도 간장게장만큼은 아예 배달을 안 해준다”고 말했다. 마켓컬리에 게장을 공급하는 게방식당 역시 “주문받은 수량에 맞춰 만들면 마켓컬리 측이 냉장 탑차로 곧바로 배송한다”고 했다.
 
질 좋은 꽃게를 대량으로 확보하기 어려울뿐더러 유통 과정에서 변질 우려도 있어 대량 생산과 배송은 백화점이나 홈쇼핑도 쉽게 나서지 못한다. 이 대표는 이런 기본도 모른 채 펀딩을 해 결과적으로 자신을 믿는 SNS 팔로워를 기만한 셈이 됐다. 임블리는 논란 후 식품 사업을 아예 접었지만 이 대표는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SNS를 통해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가 임블리 사태 당시 SNS를 통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비판한 전력 탓에 SNS엔 그의 부도덕성을 질타하며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도 적지 않다.
 
뜻밖의 수확이라면 간장게장이 뜻하지 않게 이 대표의 과거 전력까지 소환해내며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불거지던 2015년 그는 오마이뉴스에 ‘홍대 터줏대감 월향은 어떻게 쫓겨났나’라는 장문의 기고를 통해 스스로를 젠트리피케이션의 희생자로 정의하며 응원을 받았다. 이 기고문에서 그는 ‘홍대 상권 건물주들이 세입자 내쫓기에 혈안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지금 이 글을 검색하면 제목 바로 아래 긴 반론보도문이 떠 있다. 임차인(이여영 대표)이 장사가 잘 안돼 영업을 종료하겠다며 먼저 임대차계약해지를 통보했고 그 이후 실제로 매장을 비우기까지 1년 가까이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하고 임대료를 내지 않은 가해자가 피해자인 건물주를 돈에 미친 건물주로 여론몰이한 셈이다.
 
이번 간장게장 사태는 전문성 없이 감성에 호소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위험성, 그리고 결국 진실은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 같다.
 
“간장게장 경험·지식 없는데 만들어 팔았다”는 월향 대표
이여영 대표(왼쪽)는 원산지 의혹이 불거지자 유튜브에 회의 동영상을 올리는 등 여론전에 나섰지만 명확한 해명은 하지 않았다. [유튜브 캡처]

이여영 대표(왼쪽)는 원산지 의혹이 불거지자 유튜브에 회의 동영상을 올리는 등 여론전에 나섰지만 명확한 해명은 하지 않았다. [유튜브 캡처]

간장게장 불량 배송에서 시작해 품질 낮은 중국산 사용 의혹에 이르기까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여영 월향 대표와 지난 1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SNS가 시끄럽다. 진실은 뭔가.
“원산지 허위 표기가 중죄인 걸 안다. 사실이 아니다. 10년간 다양한 한식 관련 외식사업을 하면서 한정식 마지막 밥반찬이나 횟집 서비스로 간장게장을 낸 적은 있지만 단 한 번도 정식 메뉴로 내본 적은 없어 간장게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다. 우리가 매입한 게 봄 꽃게가 아니라 가을 꽃게다. 이번에 사고가 나면서 가을 게가 알이 적고 살도 잘 녹는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봄 게는 가을 게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품질이 더 좋아 대부분의 유명 간장게장 집은 1년 내내 봄 게(냉동)만 사용한다. 월향은 알 없고 살이 녹아내린 ‘뻥게’를 배송해 문제가 됐다.
 
관련 경험도 전문지식도 없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SNS에서 대량 판매를 했다는 건가.
“간장게장에 이런 문제가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 못 했다.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다.”
 
명확한 해명 없이 여전히 SNS를 통해 다른 식품 판매를 하고 있다. 다른 상품은 어떻게 믿나.
“인터넷에선 잘못한 것만 지적하는 게 아니라 ‘죽어라 죽어라’ 한다. 회사가 좋은 상태가 아닌데 이걸로 맞으니까 거의 망할 지경이다. 요즘 식당 이미지는 SNS가 좌우하는데 장기적으로 안 좋다. 오프라인은 미래가 없다. 매장에서 술도 잘 안 마시는 분위기다. 그래서 온라인 사업을 했다. 이번 간장게장 판매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가 완벽하게 확인할 수 없는 건 하지 말자, 그걸 배웠다. 어쨌든 회사는 계속 가야 하니까 우리 쪽 조리를 최소화하는 밀키트(meal kit) 쪽으로 판매하려고 한다.”
 
사업 전략이 아니라 소비자가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 물었다.
“음식으로 10년 살아남은 건 그동안 못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배송으로 받아먹게 하는 방식에 시행착오가 있었다. 한 통에 대략 네 마리 넣고 간장을 가득 채워 배송했다. 간장이 엄청나게 무겁다. 고객이 보내준 인증샷 보니 용기가 산산조각 났더라. 마켓컬리가 한 마리씩 개별포장해서 파는 게 그런 이유인가 싶었다. 또 네 마리 중 한 마리만 문제가 있어도 큰일이다. 한 마리씩 팔아 리스크를 줄인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전문가들은 게 해동 시간, 간장 식히는 온도 등이 주요 노하우라고 한다. 조리과정 문제가 아닌가.
“주방에 확인해봐야 한다. 주방에서 같이 검수는 했지만 내가 조리 전문가가 아니니까 디테일은 잘 모른다. 다만 이 부분(※값싼 중국산은 탄력이 떨어져 살이 쉽게 녹아내리는데 월향 제품이 그랬다)에서 중국산 의혹이 생겼는데, 중국산 포함해 국산·수게·암게, 매입 자료상으로는 500만 원어치를 샘플로 사서 얼렸다 녹였다 간장을 넣었다 연습을 하긴 했다. 그게 샘플이다보니 실제 매입 게랑 달랐던 것 같다. 게를 간장에 3일도 담가보고 그날 바로 꺼내보기도 했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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