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글 중심] 자유가 자유를 억압한다

중앙일보 2020.02.20 00:07 종합 23면 지면보기
e글중심

e글중심

#. 전통시장엔 표현의 자유가 없나요
 
전통시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요즘 (시장 상황이) 어떠냐”는 물음에 상인은 “거지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침체된 경기에 대한 심정을 직접 전달한 건데요. 일부 여권 지지자들이 “대통령 앞에서 하기에 불경한 표현” “어리석은 아줌씨가 마음이 고약하다”고 비난하며 해당 가게의 ‘신상털기’와 불매운동을 벌였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이 수호신으로 나섰네요. “본인이 느낀 것에 비하면 정제된 대답이었을 것” “요즘 같은 경기에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며 공감의 뜻을 보였습니다.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좋지만, 그로 인해 개인의 의견과 소신을 말할 수 있는 자유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도 합니다. 여권 지지자들도 “상인이 순화된 표현을 썼다면 좋았겠지만, 신상까지 공개한 것은 과한 행동”이었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분위기입니다. 19일 문 대통령도 “안타깝다”며 상인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 전통시장에서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 전통시장에서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개그맨 이용진이 지난해 2월 방송에서 문 대통령을 ‘문재인씨’라고 지칭했던 사실이 뒤늦게 퍼지면서 이른바 ‘문빠’ 지지자들에게 “건방지다”는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죠. 그 반응과 이번 상인의 사례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네요. “자유가 역으로 자유를 억압한 사례”라는 지적에 많은 네티즌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다가오는 총선에 민심이 날카로워지고 있지만, “민주주의가 준 표현의 자유가 남을 공격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 칼럼 ‘노이즈 마케팅’
 
칼럼(column)은 신문이나 잡지에 사회 이슈에 대한 생각과 논평 등을 담은 글이죠.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쓴 임미리 연구교수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자 네티즌들은 “자기 칼럼에 자기 의견 쓴 게 죄냐”며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은 칼럼 말미에 등장하는 문구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를 선거운동과 같다고 본 것인데, 야권은 물론 권경애 변호사 등 일부 진보 성향의 인사들도 이를 두고 ‘옹졸한 처사’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온라인에선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과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게 하자’는 임 교수의 의견에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SNS에는 “촛불로 세워진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나도 고발하라’ ‘#민주당만_빼고’ 등의 표현과 함께 퍼졌지요. 혹자는 “정부를 비판하면 고발당하는 거냐”며 ‘더불어공산당’이라는 별명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임 교수의 칼럼은 인기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도 올랐는데요. 더 많은 이들이 칼럼을 읽게 되면서 “민주당이 원래 의도와 다르게 해당 칼럼의 노이즈 마케팅을 해준 셈”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임 교수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은 해시태그가 유행처럼 퍼지네요. ‘#민주당만빼고 #나를고발하라 #국민이무서운줄알아야 #심판하자 #오만과독선’
 
e글중심지기=윤서아 인턴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