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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칩 쓴 삼성, 다 계획이 있구나

중앙일보 2020.02.20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미국 퀄컴이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긴 ‘스냅드래곤 X60’ 모뎀칩의 모습. [사진 퀄컴 홈페이지]

미국 퀄컴이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긴 ‘스냅드래곤 X60’ 모뎀칩의 모습. [사진 퀄컴 홈페이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 X60’을 수주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냅드래곤 X60은 퀄컴의 3세대 모뎀칩으로 5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한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길이다. 퀄컴은 “기존 제품(1세대 X50, 2세대 X55)보다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현재 공정(7㎚)보다 더 미세한 공정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칩 크기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 퀄컴의 5G모뎀칩 생산 따내
파운드리 53% 장악한 TSMC 견제
IT매체 “삼성, 비메모리서 큰 승리”

5세대(5G) 이동통신 칩인 스냅드래곤 X60은 애플이 내년에 내놓을 신형 아이폰에 들어가는 게 확실해 보인다. 퀄컴과 애플은 지난해 4월 6년 약정의 특허 공유(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는 아이폰용 5G 모뎀을 퀄컴이 공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X60의 앞세대 격인 X55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에 탑재됐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X60을 ‘5G 모뎀 및 무선주파수(RF)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퀄컴은 RF 칩 개발 능력에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하이실리콘(중국 화웨이 자회사)의 기린보다 월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스냅드래곤 X60을 수주한 것은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리를 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크게 부품·모바일·가전 등 3개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 내 무선사업부는 올해 갤럭시S20 내수용 제품에도 애플리케이션(AP)과 5G 칩을 퀄컴 스냅드래곤으로 단일화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일부에선 퀄컴이 스냅드래곤 X60 생산을 삼성에 맡긴 데에는 대만의 TSMC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 칩 설계만 하는 퀄컴 입장에선 TSMC의 시장 지배력을 제어하기 위해 극자외선(EUV) 공정을 앞세운 삼성에 물량을 줬다는 해석이다. 삼성 모바일 관련 뉴스를 주로 보도하는 해외 매체인 샘모바일은 “삼성 비메모리 사업 부문의 큰 승리”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상무부가 TSMC를 겨냥해 새로운 무역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부품 공급을 제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세계 최대의 칩 위탁 생산업체인 TSMC의 전체 매출 중 10% 이상인 약 350억 달러(지난해 기준)가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 거래에서 나왔다고 WSJ는 전했다. 화웨이의 핵심 파트너인 TSMC가 미국 정부의 규제 타깃이 되면 화웨이의 부품 조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의 퀄컴 칩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TSMC도 퀄컴의 5㎚ 모뎀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컴으로선 TSMC와 삼성을 경쟁시키는 양상이다. 퀄컴은 통상적으로 AP와 파트너 격인 모뎀칩을 같은 회사의 동일 공정에서 생산하도록 한다.
 
로이터통신은 “많은 모바일 기기가 5G로 전환할 때 X60 모뎀칩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수주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을 신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17.8%였다. 같은 기간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2.7%였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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