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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9.3%에 원금손실까지…‘불안불안’ P2P

중앙일보 2020.02.20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개인 간 거래(P2P, Peer to Peer) 금융업계가 오는 8월 제도권 진입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에서 직접 연결해주는 신종 금융 서비스다. 높은 연체율과 더불어 일부 상품에선 원금손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누적대출 230배 급성장의 그늘
1위 테라펀딩, PF서 첫 원금손실
8퍼센트, 뮤지컬 상품 -28% 기록
“몸집 키우려 무리한 투자 화 불러”
8월 P2P법, 옥석 가리는 계기될 듯

19일 P2P 업계에 따르면, 테라펀딩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상품에서 첫 원금손실을 기록했다. 경기도 고양·파주시, 충남 태안군 등의 다세대 주택, 연립주택 신축사업에 투자하는 부동산 PF 대출상품 세 건에서 평균 20%대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들 상품은 총 102억원 규모다.
 
테라펀딩은 지난달 말 기준 누적대출액 1조400억원을 기록한 업계 선두 회사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업계 1위 회사에서도 원금손실이 발생하는데, P2P 투자가 얼마나 안전한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테라펀딩 이외에도 다수 회사에서 꾸준히 원금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8퍼센트도 뮤지컬 제작 크라우드 펀딩 상품인 ‘더 뮤지컬 1~12호’에서 평균 28%의 원금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8퍼센트 관계자는 “현재 추가 추심이 진행되고 있어서 회수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가 ‘혁신 금융’ 모범 사례로 선정한 ‘팝펀딩’은 사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손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투자금으로 돌려막는 방법으로 분식 회계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팝펀딩에 투자한 사모펀드 가운데 2개는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했지만 투자 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한 채 상환을 연기하기도 했다.
 
P2P금융업체 수 및 대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P2P금융업체 수 및 대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업계에서는 P2P 업체들이 난립하고,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무리한 투자가 화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373억원에 불과했던 P2P 업계의 누적 대출액 규모는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원금 보장은 안되지만 저금리 기조에서 고수익이 기대되고, 전에 없던 핀테크 방식의 편리성·혁신성을 앞세워 돈을 끌어모았다. 이후 일부 업체들이 더 많은 수익을 노리고 위험도가 큰 부동산 PF나 부동산 부실채권(NPL), 동산 담보대출 등에 투자한 게 화를 불렀다. 제도권 금융회사에 비해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담보평가나 심사가 상대적으로 부실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쉽게 말해 신용등급이 낮은 곳에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원금손실 위험이 크다”며 “투자자라면 투자처가 다변화한 곳, 부동산 쏠림이 상대적으로 덜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협회에 등록한 P2P업체 평균 연체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금융협회에 등록한 P2P업체 평균 연체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P2P금융협회에 공시된 45개 회원사의 평균 연체율은 9.32%다. 지난해 11월 말 7.89%, 12월 말 8.43%와 비교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 등록된 P2P 업체는 총 239개인데, 상당수 업체의 연체율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연체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평균 연체율이 고공행진을 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 있다. P2P 업체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가입한 간접투자자도 덩달아 좌불안석이다.
 
오는 8월 이른바 ‘P2P법’으로 불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의 시행으로 제도권 편입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일련의 부정적 이슈들로 P2P 연계 투자 자체가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 중금리 대출 시장을 개척할 혁신금융 서비스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해외에서처럼 법제화 이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서 P2P 금융이 빠르게 안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오늘 8월부터 P2P 업체들은 최소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추고 금융위에 등록해야 하며, 대출 금리 상한을 수수료를 포함해 대부업법상 최고 금리(개정 후 연 24%)를 넘지 못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실제 현재 자본금 5억원에 미달하는 업체들도 많고, 8월 이후 폐업하는 곳들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일부 업체는 증자나 투자유치로 자본금을 확충할 거고, 또 실적이 검증된 곳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집중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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