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륙 울린 '여성 간호사 삭발' 영상…성차별·연출 논란

중앙일보 2020.02.19 16:47
지난 15일 간쑤성 한 병원의 여성 의료진들이 삭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5일 간쑤성 한 병원의 여성 의료진들이 삭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에 투입되는 여성 의료진이 삭발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중국에서 성차별, 연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간쑤(甘肅)성 관영언론인 간쑤일보가 공개한 ‘여성 간호사 삭발’ 영상이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 “여성 의료진이 선전 도구로 이용당했다”, “간호사들이 삭발을 강요당했다” 등의 강한 비판을 받은 뒤 삭제됐다.  
 
매체에 따르면 간쑤성의 한 병원은 최근 의료진 15명을 후베이성으로 보냈는데 이중 여성 14명은 투입 전 머리카락을 완전히 밀었다.
 
해당 병원 원장은 삭발식에서 중국 고대에 여자이지만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에 나간 화무란(花木蘭)을 언급하면서 "오늘 우리 병원은 인민을 위한 전쟁에 나간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이들 가운데 다수가 긴 머리를 밀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 공개 뒤 병원 측은 여성 의료진의 삭발이 자발적이었다고 밝혔지만 웨이보와 위챗 등을 중심으로 ‘여자 간호사들이 머리를 밀도록 강요당했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위챗에 게시된 ‘여성의 몸을 선전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는 조회 수 10만회를 기록하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 온라인에는 “긴 머리가 보호 장비 밖으로 노출돼 감염 위험이 커진다면 남자들처럼 머리를 짧게 잘랐으면 됐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간호사들의 눈물이 대중을 감격하게 하는 데 이용됐다”, “삭발에 대해 '싫다'는 의사 표시는 묵살됐을 것”, “삭발을 강요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 의견이 이어졌다.  
 
앞서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사태를 긍정적으로 보도하는 데 주력해왔다.  
 
현실과 동떨어진 당국 인식이 비판을 받는 가운데 이번 삭발 영상으로 연출 논란까지 불거지며 네티즌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구수 중국 난징대 철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잔인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미화된 사례가 많이 공개되고 있다”며 “하지만 사람들은 국영언론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이러한 홍보는 더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