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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노장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실험…기괴한 패션쇼에 숨은 메시지

중앙일보 2020.02.19 13:00
가운데 백발의 여인이 영국이 자랑스러워하는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다. [사진 비비안 웨스트우드 홈페이지]

가운데 백발의 여인이 영국이 자랑스러워하는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다. [사진 비비안 웨스트우드 홈페이지]

런던패션위크가 한창인 지난 2월 14일 오후 7시(현시 시간). 푸른 잔디가 깔린 런던 켄싱턴 가든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선 독특한 형태의 패션 이벤트가 열렸다. 영국 패션계의 대모,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개최한 프레젠테이션 겸 전시회 ‘트루 펑크’(True Punk)다.  

패션 통해 정치·사회·문화 메시지 외쳐온 디자이너
올해는 어산지의 인권과 언론의 자유를 외치다

이 행사는 흔히 보던 일반적인 패션쇼나 전시회와는 달랐다. 19070년대 런던 펑크 문화의 개척자이기도 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80년대 패션계에 뛰어든 후 줄곧 패션을 통해 정치·사회·문화적 메시지를 표현해왔다. 그가 이번엔 영국 벨마시 감옥에 수감 중인 ‘위키리크스’ 최고 책임자 줄리안 폴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반대하며 패션 이벤트를 통해 일종의 ‘시위’를 벌인 것. 어산지는 미국 군사외교 기밀문서를 입수하는데 공모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영국에 수감돼 있는 상태.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175년을 구형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반대해온 웨스트우드가 전 세계 패션 관계자들이 모이는 런던패션위크 기간에 메시지 파급 효과가 큰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20 '트루 펑크' 전시. 윤경희 기자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20 '트루 펑크' 전시. 윤경희 기자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20 '트루 펑크' 전시. 윤경희 기자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20 '트루 펑크' 전시. 윤경희 기자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20 '트루 펑크' 전시. 윤경희 기자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20 '트루 펑크' 전시. 윤경희 기자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20 '트루 펑크' 전시. 윤경희 기자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20 '트루 펑크' 전시. 윤경희 기자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20 '트루 펑크' 전시. 윤경희 기자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2020 '트루 펑크' 전시. 윤경희 기자

웨스트우드는 관람객에게 나눠준 안내장에서 “런던패션위크에서 인권과 언론의 자유를 변호할 기회를 얻었다. 줄리안의 재판이 열리는 2월 24일 전에 이 행사를 개최해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권 사건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또 “(줄리안의 송환은) 줄리안 개인에 대한 범죄일 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다. 만약 그가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그와 함께 책임 있는 저널리즘까지 함께 가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패션 프레젠테이션 겸 전시회였던 트루 펑크는 아름다운 의상과 모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기괴하다 싶을 만큼 파격적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 처음 접하게 되는 건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직접 쓴 안내장 형식의 종이를 나눠주는 괴이한 차림의 직원들이다. 이들은 긴 망토를 늘어뜨리고 얼굴엔 교수형 당한 남성의 머리 그림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손님을 맞았다. 전시장 더 안쪽에선 잡지 화보의 한 장면 또는 설치미술 작품처럼 분한 11명의 모델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올해 봄·여름 시즌 옷을 입고 붓으로 거칠게 쓴 ‘정의’ ‘줄리안’ 등의 문구가 있는 앞치마, 깃발 등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무대와 관객석의 구분 또한 없어서 관객들은 모델과 대화를 하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패션쇼 런웨이에서 사회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사진 비비안 웨스트우드 홈페이지]

패션쇼 런웨이에서 사회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사진 비비안 웨스트우드 홈페이지]

삭발한 비비안 웨스트우드. 2014년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풍성한 백발을 밀어 버렸다. [사진 비비안 웨스트우드 홈페이지]

삭발한 비비안 웨스트우드. 2014년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풍성한 백발을 밀어 버렸다. [사진 비비안 웨스트우드 홈페이지]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늘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에 대한 지적을 비롯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정치·사회·문화·역사 등 다양한 사안을 주제로 삼아 패션쇼 와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2014년엔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삭발을 감행한 적도 있다. 세월이 흘러 머리카락은 다시 자랐지만, 백발의 노장은 여전히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런던=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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