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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 실종 스텔라데이지호 회장 1심서 집유…실종자 가족 ‘분노’

중앙일보 2020.02.18 19:47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 [연합뉴스]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 [연합뉴스]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와 3년 동안 싸웠는데 겨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됐다니 허탈할 따름입니다.”
 

부산지법,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 징역 6월에 집유 1년 선고
선박 결함 미신고 부분만 유죄…복원성 유지는 무죄
세월호 후 개정된 선박안전법 적용 첫 사례

18일 오후 5시 30분 부산지법을 나서는 허경주(41)씨의 두 눈은 벌겋게 부어 있었다. 허씨는 2017년 3월 31일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이등항해사 허재용(36)씨의 누나다.  
 
부산지법 형사 5부는 이날 오후 4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폴라리스쉬핑 김완중(64) 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김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내용 중 선박 결함 미신고 행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복원성 유지 부분은 무죄로 봤다. 검찰이 지난해 말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한 것에 비하면 낮은 형량이다.  
 
특히 이번 1심 선고는 세월호 사고로 개정된 선박안전법이 적용된 첫 사례여서 관심이 쏠렸다. 세월호 사고 후 해상안전에 대한 선박소유자 책임을 강화하고자 선박 결함 신고를 의무화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스텔라데이지호의 결함 사실을 알고도 해양수산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 후 해상안전에 대한 선박소유자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이 이뤄졌다”며 “선박 결함 미신고는 개인 차원 범행이 아니라 안전보다 실적을 우선한 기업문화를 답습한 것으로 선박의 잠재 위험을 은폐,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에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결함 보고를 받은 뒤 수리가 이뤄진 점, 범죄 전력 없는 점을 감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자 허씨는“개정된 법이 적용된 첫 사례인 만큼 본보기 차원에서라도 높은 형량을 적용했어야 했다”며 “돈 있는 사람은 법을 어기더라도 빠져나간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분노했다.  
2017년 3월 31일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은 실종 선원 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17년 3월 31일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은 실종 선원 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재판부는 선사가 복원성을 갖추지 않은 채 선박을 항해했다는 검사의 기소 내용은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씨는“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복원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배가 빠르게 침몰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선사 관계자 5명 중 2명은 무죄, 3명은 벌금 300만원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까지를 받았다. 폴라리스쉬핑 법인에는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실종자 가족은 20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검찰의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철광석 26만t을 싣고 2017년 3월 31일 오후 11시 20분께(한국시간) 남대서양 해역을 운항하다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24명(한국 선원 8명, 필리핀 선원 16명) 중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되고 나머지 22명이 실종됐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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