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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다이어트했는데 뱃살 안빠지고 볼살만 빠지지?

중앙일보 2020.02.18 07:00

[더,오래] 강하라·심채윤의 비건라이프(21)

남프랑스 니스의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하게 된 까쥬 비건은 멋진 커플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다. 현재는 식당을 잠시 쉬고 장기간의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말 많고 친절한 커플 덕분에 우리는 이곳에서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영업시간이 거의 끝날 즈음 우연히 방문했던 이곳에서 주인 커플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얼마나 입담이 좋은지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이 활기찬 커플이 진행하는 토크쇼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알고 보니 두 사람 모두 방송인 출신이었다.
 
모델과 아나운서 등 다양한 활동을 했던 두 사람은 홍콩에서 수년간 생활하며 방송 활동을 했다고 한다. 부인은 이름만 말해도 아는 미국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했다는데 대화 중 신이 났는지 예전의 광고 모델 시절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잘나가는 셀러브리티로 살다가 화려한 삶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델에게 음식은 매우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고 욕망의 일부이기도 하다. 늘 제한해야 하기에 보이는 화려함 뒤에는 존경할만한 노력과 끈기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생활방식뿐 아니라 음식도 새롭게 생각하고 바꾸었다고 했다. 우리가 이 커플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음식을 바꾸게 된 이유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진정한 먹을거리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니스에서 채식 기반의 식당을 시작했다고 한다. 프랑스 니스는 남자 주인의 고향이다.
 
이 세상 어딘가를 여행 중인 유쾌한 커플. [사진 cajuvegan SNS]

이 세상 어딘가를 여행 중인 유쾌한 커플. [사진 cajuvegan SNS]

 
그들은 완전 채식 즉 엄격한 채식이라 부르는 비건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품질의 채소와 과일을 더 큰 비중으로 식탁에 올리고 육류를 먹더라도 공장 축산이 아닌 자연 방사의 고기와 우유, 달걀을 위주로 한다고 했다. 우리 또한 비건 식사를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가 비건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동물성 식품을 먹더라도 공장 축산에 대해 알고 먹고 횟수와 양을 줄이면 건강과 환경 면에서 얻는 이점이 많다는 것을 말한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열심히 운동했던 과거보다도 오히려 식사를 바꾸는 것만으로 더 놀라운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몸매 관리에서 음식이 9할이라면 운동은 1할이라는 어떤 운동 훈련사의 말이 기억난다. 몸매 관리와 건강을 위한다면 운동보다 식단 조절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세상에는 많은 식단 조절법이 있다. 그중 우리가 선택한 것은 식물 기반의 식사로 동물성 식품을 줄이고 곡류와 과일, 채소와 견과, 씨앗류를 월등하게 늘리는 것이었다.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고, 굶주린 배로 음식을 상상하며 힘들게 참지 않는 식단이었다. 음식의 양을 줄이면서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우리는 먹는 양이 아니라 먹는 음식의 종류에 집중해야 한다는 다이어트의 숨겨진 본질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육류보다 채소와 과일의 비중을 늘리고 설탕과 가공식품 섭취를 줄인 지 2개월 후의 변화. 근육량의 큰 변화 없이 체지방만 조절되었다. [사진 심채윤]

 
하와이 출신 여주인은 화려한 삶을 뒤로하고 니스에서 골목 식당을 하게 된 과정을 말하면서 현대인의 식사 영양에 대해 꼬집었다. 자신이 어린 시절 먹었던 유기농 채소와 지금의 채소를 비교하면 영양소의 차이가 너무도 크다고 했다. 칼로리만 높고 영양이 없는 음식을 먹으면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단다. 우리 몸이 필요한 영양소가 음식으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몸은 여전히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고 음식을 더 먹도록 부추긴다고 했다. 맛있다고 알려지고 몸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영양소가 형편없는 가짜 음식을 먹고 사람들이 병든다고 했다. 반면 영양소가 가득한 진짜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실험해 보라고 한다. 감자 칩과 쿠키, 핫도그를 먹으면 이내 배가 고픈 이유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로 덩치와 색만 키운 채소와 과일은 맛이나 영양이 부족해 현대인은 심각한 영양결핍을 겪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발표한 식품 표준 성분표에 의하면 1950년대와 2000년대의 영양가 비교에서 채소와 과일의 영양소는 많게는 80%나 줄었다고 한다. 공장형 축산 달걀은 목초 방목 달걀보다 오메가3 지방산이 세배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여주인은 패션과 화장품 모델 활동을 하면서 힘들게 몸매 관리를 했던 그때보다 지금 더 많이 먹고 운동을 덜 하지만 오히려 더 건강해졌고 몸 상태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다이어트에 대한 명언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의 모든 말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고 공감되었다. 음식의 양보다 음식의 종류에 집중하고 운동이 적절하게 보조가 된다면 힘들게만 느껴지는 다이어트에서 추월차선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무가당 코코넛 밀크나 견과류 밀크에 채소나 과일을 갈아 마시는 스무디 한 잔은 오랜 시간 든든하고 영양도 훌륭하다. [사진 readhara SNS]

무가당 코코넛 밀크나 견과류 밀크에 채소나 과일을 갈아 마시는 스무디 한 잔은 오랜 시간 든든하고 영양도 훌륭하다. [사진 readhara SNS]

 
일반적으로 30대 중후반이 되면 대사가 느려져서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 굶으며 단기간에 살을 빼도 배와 허벅지의 살은 만족할 만큼 줄지 않고 오히려 볼살만 빠지는 슬픈 일이 생긴다. 살이 있어 좋을 곳과 살이 빠지기를 원하는 부분의 불균형이 점점 심해진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고도로 가공된 음식과 디저트 산업의 발달로 이제는 성인이 되기도 전에 허벅지와 배에 살이 찐다. 요즘은 배가 볼록 나온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맛집 탐방과 먹는 것만 보여주는 방송은 인기가 멈추지 않는다. 입맛을 자극하고 우리를 살찌게 하는 음식은 집까지 배달된다. 그만큼 우리는 음식의 유혹을 피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다이어트는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거대한 영역이다. 사람들은 살을 쉽게 뺄 수 있다고 하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하지만 프랑스 부부가 조언했듯이 우리도 다이어트에 돈을 쓰지 않았다. 어떤 음식을 한 가지만 계속 먹거나 어떤 운동을 매일 해야 한다거나 엄격하게 칼로리를 계산하며 먹어야 하는 방법은 필요치 않았다. 살을 빼는 데 도움을 준다는 특정한 가공식품과 건강보조식품도 필요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상업의 일부일 뿐 우리 몸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해마다 다이어트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다양한 방법이 유행하고 사라진다. 다이어트 방법이 계속 바뀌면서 유행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효과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이 계속 등장한다. 살이 찌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잘못된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작가·PD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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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라 강하라 작가 필진

[강하라·심채윤의 비건 라이프] ‘요리를 멈추다’ 저자. 음식을 바꾸면서 간결한 삶을 살게 된 부부가 유럽 주요 도시들에서 경험한 채식문화와 가족이 함께 하는 채식 실천 노하우를 소개한다. 음식을 통해 삶이 얼마나 즐겁고 홀가분할 수 있는지 그 여정을 함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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