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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대 성장률 전망한 무디스 "더 나빠질 수도"

중앙일보 2020.02.17 16:49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로부터다.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 19)의 발원지인 중국이 받는 경제 충격이 한국 경제에 그대로 전이될 거란 게 무디스의 예상이다. 지난해 나랏돈을 풀어 간신히 2% 성장을 지킨 한국 경제가 반등은커녕 다시 주저앉을 위기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여파로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여파로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연합뉴스]

 
무디스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1%)보다 0.2% 포인트 낮췄다. 무디스는 “신종 코로나에 따른 중국 경제의 충격이 다른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국가의 관광 등에 악영향을 주고, 일시적인 생산 공급망 붕괴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중국의 성장률을 기존 5.8%에서 5.2%로 0.6%포인트 대폭 낮췄다. 그러면서 주변국인 일본, 호주와 함께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내려 잡았다. 올해 주요 20개국(G20)의 전체 성장률도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마드하비 보킬 무디스 부사장은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도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중국 경제의 중요성, 세계 경제와의 상호 연계성을 고려하면 다른 국가들까지 충격이 확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무디스가 성장률 하향 이유로 꼽은 관광 악영향과 생산 공급망 붕괴는 이미 현실화했다. 지난달 24∼31일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1년 전보다 11% 줄었다. 이달 들어 감소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일부터 중국 후베이(湖北) 성에서 입국하거나 후베이 성을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이 제한되고, 중국인의 제주 무사증 입국도 중단돼서다. 지난해 방한 관광객의 34.5%를 차지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면세점과 백화점 등의 매출은 급락하는 추세다. 
 
또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공급망이 끊기면서 자동차 공장이 멈춰 서기도 했다. 일부 공장이 생산을 재개했지만 완전한 정상 가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요 제품의 생산 차질은 수출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수출 증가율을 0.5%로 전망했다. 정부 수출 증가율 전망치(3%)에 한창 못 미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 내수에 주로 악영향을 끼쳤던 것과 달리 신종 코로나는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도 큰 악재”라며 “공급망 붕괴는 물론 중국의 수요 감소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무디스는 추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5.2%로 전망한 건 신종 코로나 여파가 올해 1분기에 마무리됐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만약 2분기에도 신종 코로나가 중국이 소비 및 생산에 타격을 입힐 경우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4%, G20은 2.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무디스는 내다봤다. 이러면 수출 중심 경제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 경제와 연관이 깊은 한국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청와대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청와대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에 따른 경제 후폭풍이 점점 커지면서 경기 반등을 꾀하던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최근 1일 속보지표 점검 결과 대중 수출과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뚜렷하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음식ㆍ숙박업과 백화점, 대형마트 매출이 줄었다”면서“현장 어려움이 지표로 확인된 만큼 극복 대책이 매우 긴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종합 경기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 여파가 이어지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및 금리 인하 조치가 시행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을 편성할 수도 있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재정을 많이 풀어놓은 상황이어서 추가 재정 투입이나 금리 인하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경기 회복 흐름을 살리고 신종 코로나 여파를 최소화하려면 정책의 초점을 부진한 민간투자 활성화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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