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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손학규의 비토···"지역주의 안된다" 호남3당 통합 보류

중앙일보 2020.02.17 16:47
 대안신당ㆍ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 3당이 지난 11일 합의한 ‘조건없는 통합’의 디데이(D-day)였던 17일,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추인을 보류해서다. 그동안 3당간 협상 테이블에서 바른미래당을 대변해 온 것은 이 당 호남계 좌장인 박주선 의원이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선거 편의를 위한 지역주의는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 호남신당 창당은 결코 새로운 길이 될 수 없다”며 “인내심을 갖고 청년세력이 주도 하에 한국 정치 구조를 바꾸는 일에 적극 나서고 세대교체로 '제3의 길' 중도실용의 정도를 지킬 때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지칭하는 ‘청년세력’은 이달 말 창당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는 정치 그룹 ‘시대전환’이다. 이원재(LAB 2050 대표, 왼쪽)ㆍ조정훈(아주대 통일연구소장) 두 대표가 이끄는 이 단체는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라는 슬로건과 중도 실용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변호사ㆍ연구자ㆍ대기업 출신 등 30~40대 전문직 종사자들이 구성원의 주류다. 기본소득제 도입·미래산업을 위한 규제 개혁 등이 주요 정책어젠다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도 이들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끌어들여야 새로운 중도 정당으로서 정치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손 대표의 구상이다.  
이원재 시대전환 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중구 커뮤니티 공간 마실에서 열린 '시대전환 정치네트워크' 발족 기자간담회에서 "양당 구도와 함께 지역구 다선 의원이 주도하는 정치에 문제점에 주목한다"며 "기성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혁신적 방안들을 내놓고 실천에 옮기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달 말 창당을 목표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이원재 시대전환 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중구 커뮤니티 공간 마실에서 열린 '시대전환 정치네트워크' 발족 기자간담회에서 "양당 구도와 함께 지역구 다선 의원이 주도하는 정치에 문제점에 주목한다"며 "기성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혁신적 방안들을 내놓고 실천에 옮기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달 말 창당을 목표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대안신당 등 호남계에선 손 대표의 이같은 입장이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 또는 공동대표직 유지를 위한 꼼수라고 본다. 통합 정당의 공동대표를 맡기로 돼 있는 최경환 대안신당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동대표의 임기를 2월 28일로 못 박자는 것에 손 대표가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는데, 자꾸 입장을 바꾸니까 명문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3당이 먼저 통합하고 나서 이후에 청년 세대나 소상공인 등과의 추가 통합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시대전환에 관해서도 최 의원은 "실체가 있기는 한 단체냐"고 되물었다. 당장 3당의 호남 의원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 진행될 선거구획정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방어하는 게 급선무다. 
 
3당 호남계 의원들은 이날 합동 의원총회를 열고, 당장 합당이 어렵다면 일단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하기로 했다. 명칭은 '민주통합의원모임'으로 정하고 원내대표는 유성엽 대안신당 의원이 맡았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통합추진특별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 바른미래당 박주선 대통합개혁위원장, 대안신당 유성엽 통합추진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3당 통합을 선언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박주현 통합추진특별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 바른미래당 박주선 대통합개혁위원장, 대안신당 유성엽 통합추진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3당 통합을 선언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호남계 반응에 시대전환의 조정훈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기성 정당이라도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판갈이의 밀알이 되겠다고 하면 함께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독자 창당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계는 시간을 두고 손 대표를 설득해 본다는 입장이지만 협상의 출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여권 인사는 “손 대표와 호남의원들 사이의 불신이 깊어 합당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임장혁ㆍ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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