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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70명 만찬뒤 환자 쏟아졌다···日 이번엔 '공포의 놀잇배'

중앙일보 2020.02.17 11:22
“(새로운 감염 루트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1월15~16일 우한 관광객 방문 뒤
1월 18일 택시 회사 신년회 열려
참석자 11명 접촉 통해 4명 감염
비때문에 창문 못 열고 70명 식사
접촉자 200명 바이러스 검사 시행
택시 승객들은 신원 파악 어려워
도쿄도 "새 감염원으로 떠오를듯"

16일 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도쿄도의 담당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다.
 
도쿄만에 떠 있는 야카타부네의 모습. 야카타부네에서 찍은 사진. [서승욱 특파원]

도쿄만에 떠 있는 야카타부네의 모습. 야카타부네에서 찍은 사진. [서승욱 특파원]

 
담당자가 말한 새로운 감염 루트는 벌써 15명의 관련 감염이 확인된 도쿄의 야카타부네(屋形船,지붕이 있는 소형 놀잇배)를 가리킨다.      
 
지난달 15일 또는 16일 중국 우한시에서 온 관광객이 탔던 이 놀잇배에선 이틀 뒤인 18일 개인 택시 조합의 신년회가 열렸다. 
 
조합에 소속된 기사들과 가족들 모두 70여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16일 현재 이 신년회에 참석한 사람 중에서만 운전사 6명과 가족 3명, 놀잇배 종업원 2명 등 모두 11명의 신종 코로나 감염이 확인됐다. 
 
일본‘코로나19’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일본‘코로나19’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들뿐만이 아니다. 
 
신년회에 참석하지 않은 4명도 참석자들과의 직접 접촉, 또는 간접 접촉으로 인한 감염이 확인됐다. 
 
감염이 확인된 택시 기사의 80대 장모(가나가와현)는 지난 23일 일본 내 첫 사망자로 기록됐다. 
 
또 이 택시 기사와 업무상 대화를 나눈 택시 조합 지부의 50대 여성 직원, 또 신년회에 가족 자격으로 참석했다 감염된 간호사와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며 3차례에 걸쳐 식사를 함께했던 도쿄도의 60대 의사도 감염이 확인됐다. 
 
17일엔 첫 사망자가 치료를 받던 가나가와현 병원의 간호사도 감염이 확인됐다. 
 
도쿄만에 떠 있는 야카타부네의 모습. 야카타부네에서 찍은 사진. [서승욱 특파원]

도쿄만에 떠 있는 야카타부네의 모습. 야카타부네에서 찍은 사진. [서승욱 특파원]

 
야카타부네는 통상 도쿄 내 하천에서 출발해 도쿄만 앞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하천으로 돌아오는 2시간~2시간 30분 코스가 많다.
  
1월 18일 열린 택시 조합의 신년회는 놀잇배 전체를 임대해 이뤄졌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당일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창문은 닫힌 채였다.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염되기 쉬운 환경이었다. 
 
70여명은 옆 사람과 팔이 닿을 정도로 밀집된 공간에 장시간 함께 머물며 식사를 했다. 
 
또 이들은 마이크 한 개를 돌려가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 전문가인 다구치 후미히로(田口文広) 전 국립감염증연구소 실장은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좁고 폐쇄된 공간에서, 접근된 상태에서 감염자와 식사를 함께 할 경우 많은 사람에게 감염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감염자라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길 수 있다”고 했다.  
 
도쿄만에 떠 있는 야카타부네의 모습. [서승욱 특파원]

도쿄만에 떠 있는 야카타부네의 모습. [서승욱 특파원]

 
대화 때 튀는 침이나 수저에 묻은 타액 등을 통한 전염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감염자가 15명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택시 기사라는 직업의 특징 때문에 도쿄도와 일본 정부는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약 200명 정도의 접촉자를 확인해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지만, 택시 승객들의 경우 소재 확인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가나가와현 병원 간호사의 경우처럼 간접 접촉을 통한 감염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공포의 크루즈’로 불렸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이어 ‘공포의 놀잇배’가 새로운 감염원으로 일본 사회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16일 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관저에서 열린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전문가회의’는 현재 일본 내 감염상황에 대해 “국내 발생의 초기 단계”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환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국내 감염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하지만 일본 정부는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는 입장이다. 
 
그래서 불필요한 외출을 삼갈 것과 재택근무·시간차 출근 등을 국민에게 요청하기 시작했다.  
 
일본 최대 통신회사인 NTT 그룹은 약 20만명에 달하는 국내 종업원들에게 재택근무와 시간차 출근을 장려키로 했고, 이런 움직임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일본 내 최대 규모의 마라톤 대회인 도쿄마라톤(3월 1일) 주최 측은 일반인(3만 8000여명)들의 참가는 허용치 않고 선수 200명만으로 대회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23일 나루히토(徳仁) 일왕의 60세 생일 때 일반 국민의 축하행사도 취소하는 방향이다.    
 
한편 이날 가나가와현의 병원에서 첫 사망자를 담당했던 간호사외에 크루즈선에서 업무를 했던 후생노동성 직원 1명, 와카야마현에서 4명 등 총 6명의 감염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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