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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버티기 힘든 한강 추위" 투신자 찾다 순직한 베테랑 경찰

중앙일보 2020.02.16 17:26
16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망원 한강경찰대 지구대. 한강경찰대기 조기가 게양됐다. 정은혜 기자

16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망원 한강경찰대 지구대. 한강경찰대기 조기가 게양됐다. 정은혜 기자

16일 오전 유재국(향년 39세) 경위는 영정 속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의 빈소를 찾은 친지와 동료들이 영정 앞을 오가며 서로를 위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인 유 경위는 전날 오후 2시 한강에 몸을 던진 한 시민을 구조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가양대교 북단에서 구조 작업 중 교각 돌 틈에 몸이 끼어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가 그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4시간 뒤 숨을 거뒀다. 망원동 한강공원에 있는 한강경찰대에는 한강경찰기 조기(弔旗)가 걸렸다.
 
빈소엔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오전에 도착했다. 빈소 바깥에는 민갑룡 경찰청장,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고위 간부들의 조화가 도착해 있었다. 
 
유족은 조화가 들어오고 조문객을 맞을 때마다 울음을 터뜨렸다. 끊임없이 조화가 들어오자 복도 의자에 앉아있던 유족들은 "저게 다 무슨 소용이 있어"라고 한탄했다.
 

"구조법 스스로 배울 정도로 열정 있던 베테랑"

16일 오전 서울 가락동 경찰병원에 차려진 유재국(39) 경위 장례식장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였다. 정은혜 기자.

16일 오전 서울 가락동 경찰병원에 차려진 유재국(39) 경위 장례식장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였다. 정은혜 기자.

유 경위는 2007년 경찰 공채에 합격해 순경이 됐다. 한강경찰대에서 일하면서는 매년 한강 투신자들을 살려내는 등 구조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사고 당시 계급은 경사였고, 순직 후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됐다.
 
 
유 경위와 함께 근무해온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유 경위는 구조에 필요한 능력을 따로 배워올 정도로 열정적인 구조 베테랑이었다"고 전했다. 빈소에서 만난 서울지방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한강경찰대는 보통 해병대, UDT 출신들로 많이 구성돼 있다"며 "수중 수색을 잘하고 그런 쪽 자격증이 있는 경찰들이 많이 지원하는 곳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 경위의 장례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치러진다. 상주는 이용표 서울청장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경찰이 장례의 모든 절차를 지원해 서울청 경찰들이 여기 와 있는 것"이라며 "요즘 경찰 순직도 줄어들고 있는데다 한강경찰대에서 순직은 처음 있는 일이라 마음이 너무 착잡하다"고 전했다.
 
빈소에는 서울청 소속 경찰 2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빈소에서 만난 서울청 소속 경위는 "얼굴을 알지는 못하지만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장례 절차가 끝날 때까지 경찰 직원들이 돌아가며 자리를 지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강카약클럽 회원들 "한강에서 많이 봤는데…"

한강카약클럽에서도 조화를 보내고 운영진 등 회원 8명이 조문을 왔다. 김일준 한강카약클럽 매니저는 "유 경위도 카약클럽 회원이었지만 교대 근무로 여건이 맞지 않아 참석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며 "카약 운동을 할 때마다 한강에서 많이 봤다. 한강이 겨울엔 수온이 차서 10분 이상 버티기 힘든데 하필 추운 날 구조하다가…"라며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다. 클럽 회원들은 카페에 "오며가며 한번 쯤은 뵀을 분일텐데" "카약 타다가 한강 위에서 만나면 손을 흔들어주고 경비정 속도도 늦춰주시던 경찰 중 한 분이셨을텐데"라며 애도했다.
 
정치권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유 경위를 추모하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민 경찰청장이 유 경위에게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영면을 기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너무 황망하지만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발인은 18일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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