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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盧사법개혁' 꺼내 추미애 쳤다 "수사·기소는 한덩어리"

중앙일보 2020.02.16 16:17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1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검·지검을 방문해 마중나온 간부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은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1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검·지검을 방문해 마중나온 간부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은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소송을 준비한 검사(수사 검사)가 기소를 결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윤석열)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추미애)
윤석열(60·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추미애(62·14기) 법무부 장관의 제안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윤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법개혁의 요체인 ‘공판중심주의 강화’의 흐름에 맞춰 수사 검사가 재판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평소 피력해왔다고 한다.  

 

尹 “컴퓨터 앞에 앉아 조서 치는 게 수사 아냐”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고·지검에서 검사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검사의 정체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간담회 대부분은 검사의 수사와 기소 업무의 연속성을 강조하는데 할애됐다. 이날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조서를 치는 게 수사가 아니다. 소추와 재판을 준비하는 게 수사”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평소 후배 검사들에게도 “여러분들의 배틀필드(battlefield‧전장)는 조사실이 아니라 법정”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수사는 기소와 재판의 준비 과정”이라는 취지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된 공판중심주의도 언급했다. 윤 총장은 “과거 대법원장이 ‘검찰의 조서를 집어 던지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운을 떼며 “이미 사법부는 구두변론주의, 공판중심주의로 전환했는데 대법원장의 강력한 선언을 불쾌하게 생각했던 검찰이 재판 운영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더는 조서 작성 수사 방식에서 벗어나 공판중심주의, 구두변론주의, 직접심리주의 강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른 사법개혁 방향에 맞춰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특히 윤 총장은 이러한 관점에서 수사와 소추는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러한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이 검찰에서 지켜지는 것이 공판중심주의 흐름과 합치된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직접 조사를 하고 두 눈으로 증거를 본 검사가 기소와 공판까지 맡아야 하는 것이 노무현 정부 때 강조됐던 사법개혁과 합치된다는 것이다.  
 
그는 “검사가 경찰 송치 사건을 보완하는 경우에도 경찰과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진술이 나온 상황, 물증을 입수한 경위 등을 사법경찰관에게 질문하고 소통하면서 업무를 하지 않으면 공소유지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기소 분리…조서 재판 회귀”  

추 장관은 21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정책’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 안팎에서는 반발이 크다. ▶현행법이 보장하고 있는 검사의 권한과 배치되고 ▶이미 시행중인 내부 감시제로 충분하며 ▶노 전 대통령 이후 시행된 공판중심주의 흐름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우선 현행법의 취지와 수사·기소 분리가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검사를 단독제 관청으로 명시한다”며“즉, 검사가 수사절차에서는 수사의 주재자로서 사법경찰관리를 지휘·감독하는 것은 물론 공소제기 여부를 독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秋 예시 든 日 비교해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추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회견 당시 일본 도쿄·오사카·나고야지방검찰청의 ‘총괄심사검찰관’을 모범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현재 시행 중인 인권수사자문관제의 실효가 더욱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에 따르면 대검 산하의 인권수사자문관제로 사건 처리 결과가 바뀐 경우는 2018년 이후 총 30건 중 30%(9건)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일본처럼 단순 ‘리뷰’ 개념의 수사·기소 분리라면 이미 우리나라에서 더 성공적으로 안착해 있다”며 “이례적 무죄 판결은 감찰 및 인사 고과 반영 등 내부 통제를 받고 특히 주요 사건에 대한 판단은 수시로 대검과 소통하며 과오 시정 절차를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윤 총장이 강조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사법개혁의 요체인 공판중심주의 흐름과 배치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현직 차장검사는 “윤 총장이 강조한 직접주의는 직접 증거를 보고 심증을 정확하게 형성한 사람이 기소와 재판까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기록만 보고 결정하면 부정확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큰데 심지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이러한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 의혹 수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비리 수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 주요 재판에서 수사 검사들이 공판에 들어가는 것 역시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는 얘기다.  
 

김수민‧박태인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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