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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회의 소집 추미애, 강금실 이후 17년만 ···"대충돌 우려"

중앙일보 2020.02.16 14:57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전국 검사장 회의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총장이 참석하지 않는 전국 검사장 회의는 극히 이례적이다. 그래서 회의 안건인 검사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윤 총장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충돌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송광수 면전서 "검찰 권위주의 극복하라" 했던 강금실

2003년 6월 17일 사회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는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왼쪽부터), 송광수 검찰총장, 강금실 법무부 장관.[청와대사진기자단]

2003년 6월 17일 사회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는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왼쪽부터), 송광수 검찰총장, 강금실 법무부 장관.[청와대사진기자단]

법무부 장관이 전국 검사장 회의를 개최하는 건 2003년 6월 강금실 법무부 장관 이후 17년 만이다. 그때와 지금 모두 ‘검찰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달랐다.
 
당시 강 장관은 회의에 참석한 송광수 검찰총장의 면전에서 “검찰의 권위주의적 문화를 극복하라”고 말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했다. 반면 송 총장은 “어려운 수사여건 아래에서도 적법절차를 준수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둥글게 화답했다. 아직 검찰 개혁의 첫발을 떼는 단계여서 검사들의 반발이 크지 않을 시기였다. 회의에 참석한 검사장들은 같은 날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과 점심도 함께했다.
 

"강금실 법무보다 더하다…참석하면 프레임 말려"

이후 검찰 개혁의 구체적 방안이 나오며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표면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강 장관과 송 총장은 검찰 인사 문제와 감찰권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검사장 회의 일년 뒤인 2004년 6월 송 총장은 중수부 폐지를 두고 “차라리 내 목을 치라”며 강 장관에 강하게 반발했다.
 
16~17년이 지난 지금엔 과거보다도 더한 충돌이 예고된다. 이미 검찰 '인사학살'과 울산 선거 개입 사건 피의자들 기소 문제 등으로 수차례 갈등이 벌어진 뒤다. 한 검찰 간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토론대에 올리고 검찰총장이 참석하는 것 자체가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단순히 검찰 개혁에 대한 원칙을 서로 교환하는 수준이었던 ‘강금실 회의’와 같은 선상에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검사장 소집, 법적 타당성에 의문

전문가들은 추 장관의 일선 검사장 소집이 검찰청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국회의원 출신 변호사는 “검사장 회의를 법무부가 하는 건 일반적 지휘 범위를 넘는 것 아니냐”며 “검찰총장이 회의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변호사 역시 “검찰의 근본 기능은 법원에서 기소를 분리한 사법적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행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못하도록 검찰청법에서 장관 개입을 막아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와 사법제도가 비슷한 일본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일본 사건 전문 박상진(법률사무소 에이블) 변호사는 “일본 검찰청법도 법무 대신(한국의 법무부 장관)은 검찰관의 사무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 다만, 개별 사건의 조사 또는 처분에 대해서는 검사총장(한국의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지휘하려면 일선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을 불러야 하는 것”이라며 “일본에서도 검찰총장이란 지위는 법무부의 하부 기관장이 아니라 독립된 준사법기관으로 인정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정한 검사들, 대충돌 상황 올 수도”

오히려 추 장관의 검사장 회의 주재가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작정한 검사장들이 검찰 무력화 의도, 검찰 독립 훼손 등 민감한 문제를 질문할 경우 대충돌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 변호사는 “추 장관이 본인은 물론 정권의 운명을 걸고 대모험을 하는 것 같다”며 “제가 법무부 참모라면 절대 이런 회의를 기획하지 않고 말릴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 실제로 이러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재경 지검 검사장은 “회의에 참석하겠다”며 “가서 우리의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가영‧김민상‧강광우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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