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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이해진은 왜 네이버 계열사 신고 빠뜨렸을까

중앙일보 2020.02.16 12:00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사회학회 주최 공동 심포지엄에서 말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사회학회 주최 공동 심포지엄에서 말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정부에 매년 계열사 현황을 신고해야 하는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창업자)이 본인 지분이 100%인 계열사 등을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 제재를 받는다.
 

공정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고발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의 동일인(총수)인 이 전 의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준 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자료를 허위 제출한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대기업은 매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동일인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 현황을 제출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이 계열사 신고를 고의로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이 전 의장이 2015년 본인 회사인 ‘지음’과 친족 회사인 ‘화음’ 등 20개 계열사를 누락했다고 봤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지음은 이 전 의장이 지분 100%를 가진 경영 컨설팅 회사다. 화음은 이 전 의장 지분이 50%고, 사촌이 대표다. 이 밖에도 네이버가 직접 출자해 지분 50%를 가진 ‘와이티엔플러스’나 라인이 출자해 지분 100%를 가진 ‘라인프렌즈’ 같은 회사를 신고에서 누락했다.
 
공정거래법상 신고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이 전 의장 스스로 100% 지분을 가진 회사나 친족이 보유한 회사를 판단하기 쉽다는 점, 자료를 내기 직전까지 본인 회사 사원 총회에 참석하고 정기적으로 회사 운영을 보고받은 점, 제출한 자료 표지와 확인서에 개인 인감으로 날인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고의로 누락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다만 2017~2018년 네이버가 100% 출자해 세운 비영리법인 임원이 간접 보유한 회사 8곳을 신고에서 누락한 건 단순 실수였다고 보고 경고 조치했다. 네이버 측은 이에 대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작은 자산 규모 신고 누락 건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 조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했는데도 이를 허위 제출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고의가 전혀 없었던 만큼 검찰 조사에서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일인의 계열사 신고가 중요한 건 공정위가 신고를 ‘기준점’ 삼아 대기업 집단을 규정하고 시장지배력 남용,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규제해서다. 공정위는 1987년부터 정량ㆍ정성 조건을 반영해 동일인을 지정해왔다. 정량 조건은 주식 ‘지분율’이고 정성 조건은 ‘지배적 영향력’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분율은 이건희 회장이 높지만, 동일인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정성 조건을 고려했다. 정부가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동일인 지정제를 운용하는 건 한국 재벌의 폐해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전 의장은 2017년 네이버 동일인으로 처음 지정됐다. 다만 네이버처럼 전문경영인 체계를 도입한 대기업에 대해선 동일인 지정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네이버는 공정위에 꾸준히 KTㆍ포스코 같은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분류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이 전 의장의 경우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데다 네이버 지분도 3% 수준이란 이유에서다.
 
정창욱 과장은 “이 전 의장이 이사회 주요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지분 1% 미만 소액주주가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지분율도 의미가 있어 (이 전 의장이) 네이버를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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