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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확진자 폭증 논란 뒤엔, 시진핑 지시 뭉갠 후베이성 반항

중앙일보 2020.02.16 09:52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중국 사망자가 1665명을 기록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6일 발표에서 15일 하루 14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중증 환자가 15일 자정 현재 11272명이나 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5일 142명 사망, 중증·신규 환자는 줄어
지난주 조작 논란 부른 통계 혼란 배경엔
“한 사람도 빠트리지 말고 치료하라”는
시진핑의 지시 이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중국 당국이 확진환자 범위를 넓힌 때문
후베이성 지도부 일주일간 따르지 않다가
13일 전격 경질되면서 환자 수 폭증 초래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 나선 중국의 부부 의사가 서로의 방호복 매무새를 고쳐주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 나선 중국의 부부 의사가 서로의 방호복 매무새를 고쳐주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증 환자 증가는 15일 219명에 그쳤다. 전날 849명보다 크게 줄었다. 또 신규 확진 환자 증가도 2009명으로 전날의 2641명보다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확산 추세가 꺾이는 조짐이다. 
 
중국 신종 코로나 확진·사망자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중국 신종 코로나 확진·사망자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하지만 누적 환자는 6만 8500명에 달하고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수는 5만 741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와 확진 환자가 대거 증가한 건 지난 12일부터 통계 방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던 생후 9개월 아기가 건강을 회복해 퇴원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던 생후 9개월 아기가 건강을 회복해 퇴원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과거 의심 환자로 분류하던 임상진단 환자를 12일부터 확진 환자에 포함했다. 임상진단 환자란 핵산 검사에선 음성이지만 영상학적으로 폐렴 소견을 보이는 환자 등과 같이 임상학적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말한다.
 
이에 따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13일 발표 시 신규 확진 환자가 무려 1만 5251명이나 폭증하고 사망자도 254명이나 급증하며 통계 조작 논란을 야기했다. 14일 발표 때는 사망자가 '1367명'에서 '121명' 늘어 '1380명'이 됐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모두 받아 치료해 한 명도 빠트리지 말라"고 지시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모두 받아 치료해 한 명도 빠트리지 말라"고 지시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이같은 혼선의 원인과 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앙 지도부와 후베이(湖北)성의 지방 지도부 간에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3일 후베이성 장차오량(蔣超良) 당서기와 마궈창(馬國强) 우한(武漢) 당서기를 전격적으로 경질한 직접적인 이유로 관측된다.
 
시 주석은 이제까지 중국 최고 지도부 회의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세 차례 개최했다. 지난달 25일 첫 회의를 열어 당 중앙 차원의 신종 코로나 대응 소조를 구성했다. 조장으로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임명해 대응에 나서게 했다.
 
중국 산둥성에서는 지난 15일 눈보라가 거세게 휘날리는 가운데에서도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작업이 계속됐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산둥성에서는 지난 15일 눈보라가 거세게 휘날리는 가운데에서도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작업이 계속됐다. [중국 인민망 캡처]

 
두 번째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지난 3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당 중앙의 통일된 지휘 아래 전국적인 차원의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모두 받아 한 명도 빠트리지 말라”며 감염 환자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튿날인 4일 다섯 번째 신종 코로나 진료 가이드를 내놓았다. 이어 후베이성엔 ‘임상진단 환자’ 분류를 만든 뒤 이들을 의심 환자에서 떼어내 확진 환자로 판정하라고 요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베이징의 한 주민센터를 찾아 신종 코로나 예방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베이징의 한 주민센터를 찾아 신종 코로나 예방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들이 의심 환자로 분류돼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었다. 폐렴 증상만 있어도 확진 환자로 분류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방안이다. 시 주석이 요구하는 몸이 아픈 모든 이를 빠트리지 않고 치료하라는 지시에 부합하는 조치였다.
 
그러나 후베이성 지도부는 따르지 않았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요구를 일주일 이상 뭉갰다. 한 마디로 중앙의 명이자 시진핑 주석의 지시를 어긴 셈이다. 마침내 시 주석이 지난 12일 세 번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었다.
 
장차오량 전 후베이성 당서기는 신종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거듭 실수를 하며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지난 13일 경질됐다. [중국 바이두 캡처]

장차오량 전 후베이성 당서기는 신종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거듭 실수를 하며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지난 13일 경질됐다. [중국 바이두 캡처]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전국적으론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하면서도 후베이성 상황은 매우 힘든 시기로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기타 사항'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기타 사항'은 이튿날인 13일 장차오량 후베이성 당서기와 마궈창 우한시 당 서기의 경질로 나타났다. 후베이성 성장과 우한 시장을 자른 게 아니라 성과 시의 당 책임자를 교체한 것이다. 당 책임자가 실제 권력자인 탓이다.
 
새로 후베이성 당서기에 오른 인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저장성에서 5년 동안 함께 일해 시 주석의 사람으로 불리는 잉용 전 상하이 시장이다. [중국 바이두 캡처]

새로 후베이성 당서기에 오른 인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저장성에서 5년 동안 함께 일해 시 주석의 사람으로 불리는 잉용 전 상하이 시장이다. [중국 바이두 캡처]

 
이후 시 주석은 후베이성 일인자 자리에 자신의 사람을 앉혔다. 2017년부터 상하이 시장을 맡고 있던 잉용(應勇)이 그 주인공이다. 잉용은 저장(浙江)성에서 시 주석과 함께 5년을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러자 후베이성의 확진 환자 수가 폭증했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은폐와 기만으로 일관하던 위생부장과 베이징 시장을 경질하자 바로 베이징의 사스 환자가 30여 명에서 10배 가까운 300여 명대로 뛴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춘절 연휴를 끝내고 대도시로 속속 돌아오는 이들에 대한 방역 작업이 중국 곳곳에서 강화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춘절 연휴를 끝내고 대도시로 속속 돌아오는 이들에 대한 방역 작업이 중국 곳곳에서 강화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문제는 신종 코로나 사태 속에서 나타난 지방 정부의 반항이다. 현재는 시 주석의 강력한 1인 체제에 도전할 어떤 세력도 없는 상태다. 소수 민주화 운동가의 저항이 있긴 하지만 산발적이다. 이번처럼 지방 정부의 불복종이 드러난 건 이례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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