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맹아학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본인들의 얼굴을 본떠 만든 모형이 담긴 '3D 촉각 졸업 앨범'을 만져 보고 있다. [사진 전북맹아학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16/e8c473d2-718d-4b77-b26e-3735b5dbff10.jpg)
전북맹아학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본인들의 얼굴을 본떠 만든 모형이 담긴 '3D 촉각 졸업 앨범'을 만져 보고 있다. [사진 전북맹아학교]
전북맹아학교, 특별한 졸업식 열려
박소영양 등 7명 '3D 촉각 앨범' 받아
각각 얼굴 본떠 만든 얼굴 모형 담아
美 머서대·탈북인 학교 공동 프로젝트
학교 측 "'사진 무의미' 고민서 착안"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박소영(19·시각장애 3급)양은 "저는 저시력이어서 학급 친구들의 얼굴을 간직하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학교 측이 준비한 '특별한 선물'을 받고 나서다. 박양 등 졸업생 7명은 자신과 급우들의 얼굴을 본떠 만든 '3D(3차원) 촉각 앨범'을 품에 안았다.
자작나무로 만든 액자 안에 졸업생 7명 모두의 얼굴 모형이 담긴 앨범이다. 얼굴 모형마다 그 밑에 졸업생의 한글 이름이 적혀 있고, 점자가 새겨졌다. "손바닥 크기의 얼굴 모형은 하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촉감은 부드럽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전북맹아학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지난 11일 이 학교 강당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정문수 교장 직무대리로부터 '3D 촉각 졸업 앨범'을 받고 있다. [사진 전북맹아학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16/b9333958-8014-44ce-9f17-734bc469ee34.jpg)
전북맹아학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지난 11일 이 학교 강당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정문수 교장 직무대리로부터 '3D 촉각 졸업 앨범'을 받고 있다. [사진 전북맹아학교]
머서대 팀으로부터 3D 프린팅 기술을 배운 드림학교 고등학생들은 지난해 5월과 10월 전북맹아학교를 찾았다. 졸업반 학생들을 만나 스캔 작업을 하고 1차 결과물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스캐너를 이용해 각자의 얼굴을 360도 돌면서 사진을 찍은 뒤 컴퓨터로 '가상 얼굴'을 편집해 3D 프린터로 얼굴 모형을 찍어내는 방식이다. 두상(頭像) 하나를 완성하는 데 평균 10시간가량 걸렸다고 한다.
올해 졸업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가족과 외부인 초청 없이 재학생과 교직원만 모인 가운데 단출하게 치러졌다. 그런데도 '만지는 앨범'을 선물로 받은 졸업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전북맹아학교 고등학교 3학년 학생 7명이 지난 11일 졸업식을 마친 뒤 이 학교 정문수 교장 직무대리와 함께 '3D 촉각 졸업 앨범'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전북맹아학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2/16/f6ae53c9-fcd0-4375-b60c-fa81cc7481a4.jpg)
전북맹아학교 고등학교 3학년 학생 7명이 지난 11일 졸업식을 마친 뒤 이 학교 정문수 교장 직무대리와 함께 '3D 촉각 졸업 앨범'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전북맹아학교]
전북맹아학교 김운기(35) 미술 교사는 "미국 대학생과 남과 북의 청소년들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여서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박소영양은 "드림학교 친구들이 (촉각 앨범을) 만들어준 거라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가 많이 생겨서 전국에 있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친구들의 얼굴을 만져볼 수 있고, 특별한 졸업 앨범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대학 합격 소식만큼 감사하다"고 했다.
정문수(50) 전북맹아학교 교장 직무대리는 "'사진으로만 제작된 졸업 앨범이 우리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10년 넘게 사진첩으로 된 졸업 앨범을 만들지 않은 이유다. 정 교장은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만질 수 있는 졸업 앨범은 평생 잊지 못할 기념물이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학교에 있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3D 촉각 앨범'을 제작해 졸업생들에게 선물할 계획"이라고 했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