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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고발' 中시민기자 또 실종···마지막 영상서 독재 맹비난

중앙일보 2020.02.15 16:47
중국 우한 실태 고발하는 영상 올렸다가 실종된 두번째 시민기자 팡빈.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중국 우한 실태 고발하는 영상 올렸다가 실종된 두번째 시민기자 팡빈.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각종 콘텐트의 검열을 강화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실태를 고발해온 시민기자가 또 실종됐다.
 
15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저명 비디오 블로거 천추스에 이어 지역 의류판매업자인 팡빈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우한의 병원 밖에 늘어선 긴 줄, 쇠약해진 환자들, 괴로워하는 친척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찍은 영상 수십 편을 올린 뒤 실종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을 보도해 이미 명성이 높았던 시민기자 천추스와 달리 팡빈은 신종코로나 사태 전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의류업자였다. 이전까지 그의 유튜브 계정 대부분은 중국 전통의상에 관한 영상이었다.
 
팡빈이 유명해진 건 우한의 한 병원 밖에 주차된 베이지색 승합차의 살짝 열린 문틈으로 시신을 담은 포대가 8개 놓인 것을 포착한 40분짜리 영상 때문이다. 그는 당시 영상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괴로워했다.
 
그의 영상은 편집이 매끄럽진 않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저항적으로 바뀌는 모습이 천추스와 비슷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2일 영상에서 팡빈은 당국이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압수하고 시신 포대 영상을 찍은 경위를 심문했다고 전했다. 4일에는 자신에게 질문하겠다며 찾아와 집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을 촬영했다. 이들은 팡빈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그의 집문을 부수기도 했다.
 
9일 찍은 마지막 영상에서 팡빈은 자신이 사복경찰들에 둘러싸였다면서 “권력욕”, “독재”라는 표현을 사용해 당국을 맹비난했다. 이어 12초에 불과한 최후의 영상에서는 “모든 시민이 저항한다. 인민에 권력을 돌려주라”고 적힌 종이를 펼쳐 보였다. 중국에서는 매우 드문 노골적인 정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활동 중 실종된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 [AP=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활동 중 실종된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 [AP=연합뉴스]

 
NYT는 천추스와 팡빈의 영상 저널리즘은 중국 정부의 신종코로나 대처에 대한 중국인의 불만을 나타내는 징후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들의 실종은 집권 공산당이 언론의 자유에 대한 통제를 풀어줄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신종코로나는 정치·사회적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며 “간부들은 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신종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인권단체인 ‘중국인권수호자’(CHRD)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350명 이상이 신종코로나와 관련해 ‘헛소문을 퍼뜨린 죄’로 처벌을 받았다.
 
한편 현재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온라인에서는 천추스와 팡빈의 이름이 거의 검색되지 않을 정도로 신속히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 소속 중국 미디어 전문가인 세라 쿡은 NYT에 중국 당국이 최근 신종코로나 확진 기준을 완화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 이들의 영향력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쿡은 “이처럼 매우 용감한 개인들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저항하고, 정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병원 격리 병동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병원 격리 병동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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