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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민심르포]대권 잠룡 종로 빅매치···"최악 피해 차악" 주민은 싸늘했다

중앙일보 2020.02.15 10:00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뉴스1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뉴스1

종로 대전(大戰)의 막이 올랐다. 대권 잠룡 두 명이 맞붙는 ‘빅 매치’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참전했다. 종로가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앞다퉈 “정치 1번지를 책임질 적임자”라고 본인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종로 주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중앙일보가 나흘간 종로 일대의 상인·주민들을 만나며 바닥 민심을 청취한 결과가 그렇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 개표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종로는 동네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명확히 나뉘는 지역구다. 종로구의 동쪽 끝인 창신동과 숭인동, 그리고 서쪽 끝인 무악동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평가된다. 호남 출신 인구가 많은 데다 서민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라서다. 반면 부촌이 몰려 있는 평창·구기·사직동과 가회·원서동은 보수세가 강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대 총선에서 종로를 거머쥐었지만, 이들 지역에서는 득표율이 저조했다.   
 

정권심판 vs 야당심판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동시에 뿜어져 나온다. 다만 민주당에 우호적인 유권자마저도 집권 여당과 정부에 대한 회초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지역 주민을 만나 수첩에 관련 사안을 적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지역 주민을 만나 수첩에 관련 사안을 적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 심판을 요구하는 배경으로는 경기 불황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종로구 부암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60대 주민은 “지금 정부가 경제를 너무 망쳐 놔서 앞날이 깜깜하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여야 떠나서 경제 살려주고 서민들 잘살게 해 주는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한국당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정권심판도 중요하지만 한국당의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종로구 창신동에 거주하는 정순금(70)씨는 “황교안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때 최고 책임자 아니었느냐”며 “그때 가만히 있다가 뭘 잘했다고 이제 종로에 나오나"라고 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주거환경 점검을 위해 창신동 일대를 둘러보며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뉴스1]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주거환경 점검을 위해 창신동 일대를 둘러보며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뉴스1]

지역적 특성상 ‘광화문 집회’를 언급하는 이도 있었다. 종로 2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상찬(33)씨는 “전광훈 목사와 황교안 대표가 주도한 애국보수 집회로 교통이 마비되다 보니 주말에도 종로 먹자골목에 손님들이 찾아오시질 않는다”며 “집회의 자유도 좋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상인들 생각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효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수연(39)씨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서 정부와 여당은 '경기가 어렵다'는 말만 반복할 뿐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긴 것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무당층이 표심 가른다  

“뽑고 싶은 후보도, 지지하는 정당도 없다”는 의견도 제법 나왔다. 종로구 누하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55세 서모씨는 “실질적으로 뽑을 정당이 두 개밖에 없는데 둘 다 마음에 안 든다”며 “국민은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인데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종로의 환심을 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역대 국회의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종로구 역대 국회의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히 2030중에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20대 중 43%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한국갤럽의 14일 여론조사(※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가 종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안모(28)씨는 “여야가 서로 갈등하면서 형성된 프레임이 선거에 그대로 옮겨붙은 탓에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 모두 공감이 안 된다”며 “한국당의 시위를 보면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데, 정부 역시 이런 현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만난 많은 유권자는 최악을 피해 차악(次惡)을 택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인물 투표와 정당 투표 간 괴리도 많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60대 여성은 “지역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입지만 다지고 가려는 한국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도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황교안 대표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종로구 청운동에 거주하는 박주현(28)씨는 “이낙연을 좋아한다기보다 황교안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다만 박씨는 “지금 정부가 하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정당 투표에선 민주당이 아닌 한국당을 찍겠다”고 했다.
 
정진우·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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