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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잉어 그림 속 태극기·성조기, 한·미 같이 가자는 뜻”

중앙선데이 2020.02.15 00:21 673호 10면 지면보기

시크릿 대사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1일 관저인 하비브 하우스 내부에 있는 포석정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1일 관저인 하비브 하우스 내부에 있는 포석정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1일 관저인 하비브 하우스를 중앙일보에 전격 공개했다. 관저 이름의 주인공인 고 필립 하비브 대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자 단아한 한옥 스타일 관저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모델이 된 곳이기도 하다.
 

한·미 동맹 상징 ‘하비브 하우스’ 공개
서울 수복 전 북한군이 잠시 점거
시설·가구·자료 강탈 않고 보존

‘맨해튼 강남스타일’ 칵테일 즐겨
신라시대의 포석정 본 뜬 정원도

1971~74년 재임한 하비브 대사는 노후화된 관저 재건축에 공을 들였다. 한국의 전통은 살리되 미국 자재를 활용해 건축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고 한다. 해리스 대사가 인터뷰에서 “하비브 하우스는 한·미 동맹을 상징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관저에 들어서자 해리스 대사는 바로 전날인 10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진정 쿨하고 멋진 영화”라며 “대사관 직원들과 짜파구리를 먹으며 시상식을 함께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의 짜파구리 사진은 트위터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날 해리스 대사는 1시간에 걸쳐 관저 곳곳을 직접 안내했다. 이례적이다. 그는 “하비브 대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올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인터뷰는 그 신호탄인 셈이다. 해리스 대사는 “관저 기둥이 내 고향 테네시주의 나무라는 것도 소중한 인연”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가 하비브 하우스에 유독 강한 애정을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 관저를 보면 답이 나온다. 곳곳에 한·미 동맹의 역사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관저 정문을 열고 들어서면 좌측에 유화 그림 한 점, 우측엔 흑백 사진 한 장이 액자에 걸려 있다.
 
관저 내 다이닝룸.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여럿 걸려 있다. 우상조 기자

관저 내 다이닝룸.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여럿 걸려 있다. 우상조 기자

사진은 미군 병사가 관저 지붕에 올라 성조기를 꽂는 장면이다. 그는 “1950년 9월 서울 수복 직전 북한군이 잠시 미국 관저를 점거한 적이 있다”며 “관저를 되찾은 미군이 성조기를 관저에 다시 게양하는 사진이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건 북한군이 미 대사관저를 점거하면서 건물 내 시설과 가구·자료들을 훼손·강탈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했다는 점이다.
 
이 사진을 마주 보고 있는 건 연못의 잉어 무리를 그린 유화다. 그는 “주한 미대사 부임이 결정되면서 (당시 미 태평양사령관으로 부임 중이던) 하와이 현지 화가에게 의뢰한 그림”이라며 “잉어 그림 속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그려 넣었다”고 말했다. 그림 제목도 한·미 동맹 구호인 ‘같이 갑시다’에서 힌트를 얻어 ‘같이 수영합시다’로 정했다고 한다. 해리스 대사가 해군이란 점과도 연결할 수 있는 포인트다.
 
그가 애정을 갖고 있는 게 또 있다. 바로 안동소주와 안동 하회탈이다. 응접실을 지나 아담한 규모의 왼쪽 방에 들어서면 한쪽 벽 전체가 하회탈로 장식돼 있다. 방 입구엔 김구 선생이 미 대사관에 선물한 친필 글씨인 ‘한미친선평등호조(韓美親善平等互助)’도 걸려 있다.
 
다른 쪽엔 안동소주와 위스키 컬렉션 장식장이 있다. 그는 이날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본인이 직접 만든 칵테일을 선보였는데 이름하여 ‘맨해튼 강남스타일’이었다. 해리스 대사는 “아버지가 테네시에서 보내주신 위스키에 비밀 재료가 들어간다”며 안동소주를 섞어 쉐이킹했다. 그는 ‘맨해튼 강남스타일’과 함께 ‘마포 뮬’ 등 한국 색채를 더한 칵테일을 직접 제조해 트위터에도 올려 화제를 모았다. 그만의 개성적인 공공외교 방식인 셈이다.
 
칵테일 한잔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은 따로 있었다. 관저 중정(中庭)에 있는 신라시대 포석정을 본뜬 정원이다. 그는 “날이 풀리면 포석정 연못에 잉어도 노닌다”며 “신라시대 귀족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또 아끼는 곳은 서재 격인 방. 여기엔 미국과 한·미 동맹, 북한과 관련된 책들이 가득하다. 서가 중심부엔 문재인 대통령·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찍은 사진 액자도 놓여 있다.
 
그는 이날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하비브 하우스가 갖는 동맹의 상징적 의미를 특히 강조했다. ‘한·미 동맹이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란 질문에 그는 “어떤 동맹이든 이슈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한·미 동맹에도 많은 현안이 있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하비브 대사처럼 비전을 가진 리더들 덕분에 강력한 동맹을 유지해 왔고, 하비브 하우스가 그런 동맹의 굳건한 상징이 돼왔다”고 강조했다.
 
전수진·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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