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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비판 칼럼 고발...2004년 노무현 탄핵 기각 사유 잊었나

중앙일보 2020.02.14 16:00
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뉴스1]

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뉴스1]

"비판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 생각한다."
 
지난 1월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란 여당 비판 칼럼을 쓴 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고발을 당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말이다. 민주당은 14일 여론의 역풍에 밀려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소했다. 
 

임미리 교수와 민주당의 이견  

임 교수는 민주당의 고발엔 정당한 비판을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임 교수가 칼럼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쓴 것은 사전선거운동과 일부 투표참여 활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 본다. 민주당은 이날 고발을 취소하면서도 임 교수가 안철수 씽크탱크 출신이라는 '뒷끝'을 남겼다.
최근 경향신문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민주당에 고발을 당한 임미리 교수의 모습. [임미리 교수 제공]

최근 경향신문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민주당에 고발을 당한 임미리 교수의 모습. [임미리 교수 제공]

민주당의 고발 취지처럼 임 교수의 칼럼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일까. 민주당의 고발 사실이 알려진 뒤 SNS에서 벌어진 '나도 임미리다''나도 고발하라' 운동은 어떻게 봐야 할까. 
 
중앙일보는 공직선거법에 정통한 전·현직 검사와 공직선거법 위헌소송을 맡았던 변호사 등 법조계의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기각 결정문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盧 전 대통령의 탄핵기각 결정

노 전 대통령의 탄핵기각 결정문을 봐야 하는 건 발언 시점의 문제 때문이다. 임 교수의 칼럼은 1월 28일 오후 인터넷에 게시됐고 29일자 신문에 실렸다. 전현직 검사들은 칼럼이 게시된 시점엔 주요 정당의 총선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칼럼이 나간 지 2주가 지난 2월 13일에야 자유한국당은 일부 후보자의 공천을 확정했다. 민주당도 같은날 1차 경선지역 52곳을 발표했다. 선거 사건을 여러 건 맡았던 한 현직 검사는 "임 교수의 칼럼이 게재됐을 땐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아 칼럼에 피해를 보는 후보자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될 때 문재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다. [중앙일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될 때 문재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다. [중앙일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총선개입 혐의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총선을 두달 앞두고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와 같은 선거 관련 발언을 했다. 이 발언에 대해 헌재는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아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측면이 있지만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아니다"며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2018년 4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확정하며 대선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선거운동이 인정되는 시점은 "그 정당의 대선후보자 확정일 이후부터"라고 판시했다. 이런 대법원과 헌재의 판례를 살펴봤을 때 임 교수의 칼럼에 죄를 묻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미리 교수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민주당만 빼고' 칼럼. [경향신문 캡처]

임미리 교수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민주당만 빼고' 칼럼. [경향신문 캡처]

"선거운동 아닌 의사 표현"

임 교수 칼럼은 시점과 상관없이 선거운동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임 교수 칼럼의 전반적인 취지는 능동적으로 특정 정당과 후보자를 낙선시키려는 의도가 아닌 정치적 의견 개진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체 칼럼에서 마지막 문장인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문장만 떼어내 죄를 묻긴 어렵다는 것이다. 
 
2011년 헌재의 'SNS 선거운동 금지 위헌' 결정 당시 참여연대 위헌 소송을 대리했던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임 교수의 칼럼이 선거운동에 해당하려면 특정 후보자를 낙선시키려는 계획과 목적, 능동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여당을 비판하는 신문 칼럼을 구체적인 선거 운동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안철수 당시 의원이 2013년 5월 22일 서울 서교동 창비빌딩에서 열린 싱크탱크 '내일’ 개소식에서 이사장 최장집(고려대 명예교수)씨와 소장을 맡게 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안철수 당시 의원이 2013년 5월 22일 서울 서교동 창비빌딩에서 열린 싱크탱크 '내일’ 개소식에서 이사장 최장집(고려대 명예교수)씨와 소장을 맡게 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민주당이 주장했듯 임 교수가 안철수 전 의원의 씽크탱크 출신이란 점은 칼럼의 목적과 계획성이란 측면에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안철수 씽크탱크의 소장이 문재인 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였다"며 "출신을 문제 삼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NS 선거운동은 확 풀렸다 

임 교수의 민주당 비판에 동참하며 SNS에서 '나도 고발하라''#민주당만 빼고' 등의 주장을 하는 인사들에게 공직선거법이 적용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등 현 정부에 비판적이 진보성향 인사들은 '#민주당만 빼고'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임 교수를 지지하는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이미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이미지. [사진 페이스북 캡처]

2011년 헌재의 SNS 선거운동 금지 위헌 결정과 이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SNS와 인터넷 등을 통한 임 교수 지지 발언, 민주당 비판 발언은 허위 사실이 아니라면 선거 당일까지도 특별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SNS와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은 거의 규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후보자와 선거캠프 관계자의 경우 선거운동 방법에 있어 일부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은 "민주당의 이번 고발 사건은 법리적 문제를 떠나 집권 여당이 권력에 취해 오만해졌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뒤늦게라도 고발을 취소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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