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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안철수 싱크탱크 출신" 고발 취소한 민주당의 '뒤끝'

중앙일보 2020.02.14 12:00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임미리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임미리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의 공개 사과는 없었다. '안철수쪽 사람'이라며 임 교수의 이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 공보국은 이날 오전 문자메시지로 “임미리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씽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 공보국은 12분 뒤 ‘안철수’를 ‘특정 정치인’으로 수정한 문자를 다시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임미리 교수 고발 취소 내용을 전달하며 '안철수'라고 보낸 부분을 '특정 정치인'이라고 정정했다. 이태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임미리 교수 고발 취소 내용을 전달하며 '안철수'라고 보낸 부분을 '특정 정치인'이라고 정정했다. 이태윤 기자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2013년 ‘NL 계열’ 운동권인 ‘경기동부연합’의 기원을 분석한 논문을 쓴 진보 성향 학자다. 
 
고발 취하에 앞서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컸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고 썼다. 홍의락 의원(대구 북을)도 “오만이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다”며 “어쩌다 임 교수의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임미리 교수를 고발한 것 관련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오만이다"는 글을 올려 비판했다. [홍의락 의원 SNS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임미리 교수를 고발한 것 관련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오만이다"는 글을 올려 비판했다. [홍의락 의원 SNS 캡처]

 
김부겸 의원도 페이스북에 “고발을 취소해 달라”며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 온 정당이다. 증오에 가득 찬 독설조차도 가치의 다양성 차원에서 용인하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라는 신념으로 싸워온 정당”이라고 했다. 

 
표창원 의원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주로 표현에 자유를 억압하는 건 반대해 왔기 때문에 개인 의견을 피력한 부분에 대해 법적 조처를 하는 건 그간 민주당의 의견과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국정원은 표 의원이 신문에 기고한 칼럼 내용이 기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당시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을 지키라고 했더니 선거에 개입한 국정원이 이제 언론과 수사팀을 협박한다”며 “적반하장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진보진영 등 돌리고 야권도 맹공격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고발을 통해 집권당에 대한 비판을 막으려는 전형적인 ‘입막음 소송’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나도 고발하지. 나는 왜 뺐는지 모르겠네. 낙선 운동으로 재미 봤던 분들이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고 했다. 
 
야권도 맹공격을 퍼부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독재적 행태다. 이름에만 '민주'가 들어있다”며“반민주적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특정 정당 찍지 말자는 칼럼에 대해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은 최초”라며 “친문들에게만 민주주의 적용되고 비문들에게는 독재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하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을 빗대 "민주당의 본질은 민주(民主)가 아닌 문주(文主)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문주주의"라며 "친문(친문재인)에만 민주주의, 비문(비문재인)엔 독재"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웅 법치바로세우기특별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실정을 비판한 게 선거법 위반이면, 대통령 면전에서 '살려달라'고 외친 상인들도 선거법 위반"이라며 "국민의 답답한 속을 더 더부룩하게 만드는 더부룩 민주당"이라고 꼬집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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