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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판했다 고발된 교수 “민주라는 당명이 부끄럽다”

중앙일보 2020.02.14 00:04 종합 4면 지면보기
임미리

임미리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신문 칼럼을 기고했다가 검찰에 고발된 임미리(사진)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 ‘민주’라는 이름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임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직선거법의 사전선거운동 및 투표 참여 권유활동 금지 위반이며, 고발인은 이해찬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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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칼럼은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글이다. 임 교수는 칼럼에서 국민의 정치 혐오 현상을 지적하며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적었다. 인권운동을 해 온 그는 2013년 ‘NL 계열’ 운동권인 ‘경기동부연합’의 기원을 분석한 논문으로 주목을 받은 진보 성향 학자다.
 
지난달 29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임미리 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 [사진 경향신문]

지난달 29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임미리 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 [사진 경향신문]

어떤 심정인가.
“황당하다. 민주당은 민주화 운동으로 집권한 정당 아닌가. 민주화 운동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를 위해 저항했던 사람들이 그 자유를 억압하고 자신들을 비판했다며 나를 고발한 것이 정말 황당하다. 민주당에 민주란 이름이 들어간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이런 비판을 받았을 때 고발이 아닌 입장을 내야 한다.”
 
민주당 지지자인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진 않는다. 물론 민주당이 자유한국당보다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들에겐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다. 민주당은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으로 생긴 정당 아닌가.”
 
칼럼에서 조국 전 장관을 언급했는데.
“나도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었다.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충격이었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투표한 수많은 사람보다 조국 개인에게 더 미안해하고 있더라. 그 자체로 정말 분노할 일이다.”
 
민주당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 교수를 고발한 사실이 알려진 후 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한 ‘NO 더불어민주당’ 이미지. 민주당이 파시스트로 규정됐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 교수를 고발한 사실이 알려진 후 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한 ‘NO 더불어민주당’ 이미지. 민주당이 파시스트로 규정됐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왜 그렇게 직설적으로 글을 썼나.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모든 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민주당을 심판하자는 것 아닐까 싶었다. 다들 결국 그 말을 우회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왕 말할 것이라면 핵심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솔직히 검찰 고발은 태어나 처음 당한 것이라 지금도 살이 떨리고 무섭다. 하지만 검찰 소환에 응할 생각은 없다. 그 자체로 날 위축시키려는 의도에 말려드는 것 아닌가. 위축되지 않고 더 민주당을 비판할 것이다.”
 
결국 한국당을 도와준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판도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한국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말 크게 반성해야 한다. 내 비판이 한국당에 유리하게 작용해도 어쩔 수 없다. 민주당은 새로 태어나야 한다.”
 
진보 진영의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는 “우리가 임미리다. 나도 고발하라”면서 민주당을 파시스트로 묘사한 이미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낙선 운동으로 재미를 봤던 분들이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한다”고 했다. 우석훈 교수는 “민주당은 수도권 선거를 안 치르고 싶은가. 알아서 결정타를 던지는 것 같다”며 고발 취하와 사과를 촉구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아지자 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이날 당 핵심 관계자에게 “조치가 바람직하지 않으니 고발을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인·하준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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