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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검사, 공소권 없으면 사법경찰 불과…수사·기소 분리는 불법”

중앙일보 2020.02.14 00:04 종합 5면 지면보기
13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 장관은 전날 윤 총장에게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윤 총장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13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 장관은 전날 윤 총장에게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윤 총장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내부 수사, 기소 판단 주체 분리 검토”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추 장관 발언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크게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완규 변호사가 본 ‘분리 논란’
검사 공소권 제한, 세계 유례 없어
기소 신중하게 하자는 취지 좋지만
청와대 관련 있을 때 나와 의구심
전문가에 기소 검증받는 건 가능

우선 수사를 맡는 검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들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발언일 경우다. 이게 아니라면 기소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외부인 등으로 구성된 전문 수사자문단에서 사전 검토를 받는 방안을 상정할 수 있다.
 
전자일 경우에는 명백한 법 위반이다. 이와 관련해 우선 검사가 뭘 하는 사람인지, 검사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의 가장 본질적인 업무는 공소권 행사다. 공소권자인 검사가 수사 절차에서 어떤 방식과 정도로 수사에 관여하는지는 영미법계, 대륙법계 등에 따라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도 있고, 사법경찰의 수사를 지도하고 보완하는 선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에서 공통으로 검사가 행사하는 권한은 공소권이다. 따라서 검사와 검사가 아닌 수사기관을 구별하는 징표는 공소권이다.
  
수사·기소 검사 분리는 극단적인 제도
 
부산을 방문해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던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만난 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은 전날 윤 총장에게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윤 총장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부산을 방문해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던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만난 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은 전날 윤 총장에게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윤 총장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만일 어떤 검사에게 “기소권을 행사하지 말고 수사만 하라”고 해 보자. 그는 그 순간 검사가 아니라 검사가 아닌 수사기관, 즉 사법경찰관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검 검사 100여 명 중 30명의 수사 전담 인력을 별도로 추려 수사만 하게 하고, 다른 검사가 그들의 수사 결과를 넘겨받아 기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다면 이 30명은 그 순간 사법경찰관이 되는 셈이다. 현재 검찰청 내의 수사과 등에도 사법경찰관으로서의 수사관들이 수사한 뒤 그 결과를 검사에게 보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와 다를 바 없다.
 
반면에 후자, 즉 단순히 검사의 기소 판단에 대해 기소 전에 전문 자문단의 검증을 받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건 가능하다. 검사장이나 검찰총장이 재량에 따라 중요한 사건에 대해 외부 의견을 듣고 참고하는 방식이라면 검사의 공소권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13일 법무부가 내놓은 후속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가 추진하는 방안이 이 형태에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런 제도는 지금도 검찰에 존재하는 상황이라 굳이 재차 도입 필요성을 언급할 이유가 없다. 혹여 법무부령으로 모든 사건에서 필수적으로 자문 절차를 거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라면 이것 역시 불법이다. 검사의 기소권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로 규정해야 할 사항이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서다.
  
기소 자문 의무화하려면 법 고쳐야
 
기본적으로 기소를 신중하게 하자는 취지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재량에 따라 필요할 경우 수사자문단 회의 등을 거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차원을 넘어 검사들을 수사 검사, 기소 검사로 나누는 식의 극단적인 제도를 도입하자고 하는 것이라면 제도가 갖는 의미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설익은 주장을 섣불리 던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갑자기 이런 쟁점에 대한 화두를 던지듯이 하는 것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직권으로 청와대 관련 사건 기소를 강행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와 관련해 “이 지검장의 의견이 기소 판단을 신중하게 하고자 하는 적절한 것이었고, 윤 총장의 지시는 이러한 적절한 의견을 묵살한 부적절한 것이었다”는 식의 프레임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이미 기소된 청와대 관련 사건들에 대해 흠집을 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될 수 있다.
 
청와대 관련 현안이 없을 때, 예를 들어 전 정권 적폐 수사나 사법농단 사건 수사 때 이런 의견을 들고나왔다면 검사의 기소 과정에 신중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말을 믿겠지만 청와대 관련 현안이 있는 상황이라 의심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옛말에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고 했다. 의심을 살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문재인 정권에서 도입한 다른 제도들도 문제가 많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기본적으로 행정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을 어디에도 소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설치했기 때문에 위헌이다. 헌법은 행정권은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공수처는 정부에 소속돼야 한다. 정부 이외에 행정권을 행사하는 기구를 만드는 것은 국회 이외에 입법권을 행사하는 기구를 만드는 것과 같다. 헌법에 근거가 없는 기구다. 공수처는 설치되자마자 헌법소원이 제기돼 곧바로 없어질 거라고 본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도 문제가 있다. 검찰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검사의 직접수사는 줄이고, 수사는 가능하면 사법경찰이 행하도록 하되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통제력은 강화하는 것이다. 검사의 주된 기능은 경찰이 무리하거나 잘못된 수사를 할 때 그걸 바로잡아 주는 역할이 돼야 하는데, 이번 법안들은 오히려 경찰에 대한 검찰의 통제권을 약화시켰다. 개혁의 방향이 거꾸로 된 것이다.
 
이완규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
이완규 변호사

이완규 변호사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검 검찰연구관과 형사1과장, 서울북부지검 차장,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에서 ‘검사의 지위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형사소송법연구』 등의 저서가 있다. 법무법인 동인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완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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