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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초유의 신종코로나 시험대…기업들 당황하면 지는 거다

중앙일보 2020.02.14 00:04 종합 10면 지면보기
시험을 준비하는 이는 언제나 초조하기 마련이다. 고3 수험생이건, 취업준비생이건 다르지 않다. 시험이 임박해서는 누구나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위축된다.
 

매장 폐쇄, 대기업 44% 채용 변경…
상황 어려울수록 평정심 유지
순발력 있게 ‘정답’ 찾아나가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한민국 전체가 새로운 종류의 시험을 치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과목의 시험이다. 그런데 이 시험. 참 고약하다. 일단 정답이 없다. 걸리지 않는 게 유일한 답이다.
 
채용시장 코로나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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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출제자 역할을 하는 기업도 이 시험 앞에선 수험생일 뿐이다. 감염자가 발생하거나 방문하면 일단 점포든 공장이든 세우는 게 전부다. 지난 7일부터 사흘간 휴점했던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롯데면세점 본점의 매출 손실은 600억원을 넘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한때 ‘돌멩이만 갖다놔도 자동으로 팔린다’는 소리도 듣던 롯데백화점 본점이 전염병 방역을 위해 문을 닫은 건 1979년 개점이래 처음이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게 밝혀지면 사업장 폐쇄(GS홈쇼핑), 2~3일 매장 폐쇄(면세점, 마트, 영화관 등)로 이어지는게 예사다.
 
텅 빈 영화관은 일상적 풍경이 됐다. 문제는 코로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적은 기업들까지 정상적인 경영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신입 사원 채용을 미루는 일이 대표적이다. 구인·구직 플랫폼인 사람인이 기업 358개사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채용 계획이 바뀐 경우’를 묻자 기업 4곳 중 1곳(26.5%)가 “채용 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조사 대상 대기업의 경우는 절반에 가까운 43.5%가 변경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앙일보 자체 조사에서도 삼성그룹을 비롯한 우리나라 10대 대기업 모두 아직 신입 사원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채용은 물론이고, 다른 경영 일정도 상당 부분 차질을 빚고 있는 건 불문가지다.
 
벌써 올해 우리나라 예상 경제 성장률이 2%를 밑돌 것이란 전망치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예상치는 2.5%였다. 2.5%를 성장해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인데 그렇다. 현재의 코로나 사태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시험이라는 건 모두가 안다. 그렇다고 경제 활동까지 멈춰버릴 정도의 난이도일까. 방역 당국은 나름의 노력으로 감염자 수 증가 폭을 낮추고 있다. 심지어 국내에선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지도 않았다. 올겨울 1만명 넘는 독감 사망자를 낸 미국의 경기는 지난달 확장세를 기록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코로나란 시험에 대응하는 적응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단 점이다. 채용 시험의 경우 대학교를 방문해 열리는 오프라인 설명회 대신 온라인 채용 설명회 등으로 대체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SK그룹이나 롯데그룹이 이미 그런 계획을 세워놓았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별 채용 및 직무 관련 정보를 주는 유튜브 콘텐트를 제작하는 등 온라인 정보 제공에 주력한다고 했다. 불필요한 감염 우려를 피하기 위함이다. SK그룹은 필요할 경우 매년 4월 말 치러져 온 공채 필기시험을 대체할 방안을 강구 중이다. 코로나로 인한 부품 부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라는 시험도 언젠간 끝난다. 끝난 다음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은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가 없더라도 오프라인 설명회는 앞으로도 점점 사라져 갈 것이다. 달라진 소비패턴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어떤 시험이든 평정심을 유지해야 잘 치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1만명이 죽는 독감에도 경제가 굳건한 건 평정심을 유지한 덕이다. 그게 시험을 잘 보는 기본이다. 경제도 그렇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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