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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안 나면 접는다”더니…롯데 200곳 닫는다

중앙일보 2020.02.14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실적 악화에 빠진 롯데쇼핑이 칼을 들었다. 앞으로 5년간 백화점·할인점·슈퍼·롭스 등 롯데쇼핑의 718개 매장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200곳 이상(약 30%)을 정리한다. 불어난 손실과 격화되는 경쟁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1970년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이 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사장단회의에서 “수익이 안 나는 사업은 다 접는다”고 말했다. 그 발언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롯데쇼핑 살벌한 구조조정
영업익 4279억 순손실 8536억원
대형마트 40%, 롯데슈퍼 70개 폐점
백화점은 아웃렛 등 5개 점포 정리
“유통 버리고 서비스회사로 간다”

롯데쇼핑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운영 전략’을 발표하고 지난해 실적을 공시했다. 실적은 시장 예상치보다 나쁘다. 연결기준 전년 대비 1.1% 줄어든 매출 17조63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279억원으로 전년보다 28.3% 감소했고 순손실은 8536억원으로 확대됐다.
 
롯데쇼핑 점포 구조조정 규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롯데쇼핑 점포 구조조정 규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유통망 중 롯데슈퍼는 가장 많은 점포를 줄이게 된다. 전국 412개 매장(1월 기준) 중 70여개가 문을 닫게 될 전망이다. 매출이 떨어지는 수익성이 없는 지방 점포부터 정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슈퍼와 같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규제 강화 등으로 성장률이 정체돼왔다.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신규 출점은 사실상 막혔고, 경기 불황에 따른 내수소비 부진, 의무휴무제, 영업시간 단축이 겹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대형마트(할인점)인 롯데마트도 124개 매장 중 최소 40%를 정리한다. 매장 50개 이상이 사라질 전망이다. 시장 포화 상태에서 수익성 개선이 되지 않는 헬스 앤 뷰티(H&B) 매장 롭스도 당초 규모를 키우기로 했던 계획을 접고, 131개 매장 중 20개를 우선 줄인다. 1위 사업자인 CJ올리브영과의 경쟁 대신 특화 매장으로 방향을 틀 전망이다. 롯데쇼핑 사업부 중 유일하게 실적이 괜찮은 백화점은 아웃렛을 포함해 5개 정도의 점포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규모의 경제를 포기하고 수익성 좋은 점포만 남겨 사업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오프라인 채널을 주력 사업으로 지닌 다른 유통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경량화하고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해 재무 건전성과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의 경우 점포를 물류거점으로 바꾸려고 해도 노동법에 걸리는 등 규제로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앞서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 개편을 통해 1인 최고경영자(CEO)가 전체를 총괄하는 통합 법인(HQ) 구조로 전환했다. 과거에는 법인 내 각 사업부(백화점·마트·슈퍼·롭스)가 개별 대표 체제로 독립적 의사결정을 해왔다. 이런 형태가 롯데쇼핑 전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롯데쇼핑은 조직을 슬림하게 운영하면서 ‘유통 회사’를 버리고 생활 방식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신설 HQ가 통합적 의사결정을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각 사업부는 ‘상품 개발 및 영업 활동에 집중’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롯데쇼핑의 총 매장 공간(총 330만5785㎡), 축적된 상품기획(MD) 노하우, 방대한 고객 데이터(3900만명)를 주요 자산으로 보고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30% 사라지면서 롯데쇼핑이 유휴 인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9월 기준 롯데쇼핑 전체 직원은 2만6285명(시간제 근로자 8551명)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이날 “당장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롯데는 “현장에 인력을 늘리고, 직무 전환을 통해 남는 인력을 재배치해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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