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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日크루즈 갇힌 한인 "정부, 우한처럼 우리도 데려가달라"

중앙일보 2020.02.13 20:0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고령자와 지병이 있는 승객들을 우선 하선시키겠다고 13일 밝혔다. 80대 이상 고령자가 우선 대상이며, 하선은 14일 시작된다.
 
신종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격리돼 있는 재일교포 60대 여성 K씨(오른쪽)가 베란다에 걸어둔 태극기 앞에서 두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신종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격리돼 있는 재일교포 60대 여성 K씨(오른쪽)가 베란다에 걸어둔 태극기 앞에서 두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13일 선내 감염자가 44명 추가돼 모두 218명으로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크루즈에 탑승한 한국인 14명(승객 9명, 승무원 5명)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인 14명을 포함한 탑승자 약 3600명은 지난 4일부터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이 크루즈에서 열흘째 하선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연합뉴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연합뉴스]

 
이 크루즈에서 일본인 남편과 함께 격리 중인 재일교포 64세 여성 K씨(일본 오사카 거주)를 중앙일보가 단독으로 전화 인터뷰했다. 그는 “빨랫비누가 다 떨어져 빨래를 하지 못하고 있고, 샴푸와 린스도 다 떨어졌다”고 일상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서) 한국인만 데려간다고 하면 한국으로 가고 싶다. 한국으로 가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베란다에 태극기를 걸어 두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크루즈 내 격리 생활은 어떤가.  
밖에 못 나가서 갑갑하지만, 우리는 베란다가 있어서 밖에 나가서 체조하고 스트레칭도 해서 조금 낫다. 식사는 계속 똑같은 밥이라 질리긴 하다. 어제 (영사관에서) 보내주신 김치를 남편과 둘이서 다 먹었다. 밥 안 먹고 라면과 김치를 먹었다. 어제 둘이서 너무 좋아서 웃었다. 어제는 제일 기분 좋은 하루였다.  
 
선내에서 한국인 만났나.  
격리 전에는 식사할 때 보긴 했지만, 격리 이후엔 못 만났다.
 
선내 확진자가 수십명씩 나와서 불안하지 않나.  
매일 같이 나오니 불안하다. 오늘 44명이 병원으로 다 이송됐다고 선내 방송이 나왔다. 다행히 베란다가 있어서 바람을 쐬는데, 영사관에서 될 수 있으면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해서 안 나간다.
 
보호복을 착용한 사람들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호복을 착용한 사람들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선내 안내 한국어 방송이 있나.  
영어와 일본어 어쩌다 중국말만 나온다. 
 
청소 상태는 어떤가.  
한 번도 안 해줬다. 그냥 우리가 한다. 빨랫비누가 다 떨어져서 빨래도 못 하고 있다. 대신 소금으로 하고 있다. 안 그래도 영사관님에게 부탁해서 빨랫비누를 좀 달라고 할까 생각 중이다. 샴푸와 린스도 다 떨어졌다. 
 
검역하는 사람이 와서 체온은 재고 있나.  
안 했다. 다행히 몸 상태가 이상은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 영사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웬만하면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해서 베란다에서만 왔다 갔다 한다.  
 
하선 관련해 안내받았나.  
연세가 80~90세 고령자들만, 그것도 검사해서 음성 나와야 하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연세 80대이신 분들이 200여명이다. 90세가 넘는 분도 있다. 또 창문 없는 곳에 계신 분들이 우선이다. 그런데 이분들의 하선마저도 금방 진행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다.  
 
선원들이 음식 갖다 줄 때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있나.  
전부 다 마스크 쓰고,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준다. 서로가 손만 내밀어 주고받는다. 우리 발이 조금이라도 밖에 나가지 않게 한다.“    
 
빨리 나오고 싶겠다.  
빨리 나가고 싶다. 남편(일본인)이 나보고 만약 한국에서 한국인들만 데려간다고 하면 가라고 하더라. 중국 우한의 경우 한국 국적 가진 분들은 전세기로 데리러 오지 않았느냐면서 검사받은 후에 집으로 가라고 하더라. 아직 영사관 등에 그런 요청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인들만 데려간다고 하면 가야 한다. 가고 싶다. 가겠다.  
 
그는 “남편이 크루즈 여행을 좋아해서 배를 많이 탔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두 번째 탑승인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임선영·이유정 기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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