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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재현 등 만난 文 "대기업 너무 잘해" 이례적 칭찬세례

중앙일보 2020.02.13 19:49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엔 주문할 것이 별로 없다. 너무 잘 해주고 계신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 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6개 그룹 총수와 경영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의 자리에서 칭찬 일변도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 발언부터 대기업을 돌아가며 치켜세웠다. CJ그룹이 투자한 영화 ‘기생충’을 맨 처음 언급하며 “한류 문화의 우수성을 또 한 번 세계에 보여준 쾌거”라고 했다. 이재현 CJ 회장은 “(아카데미 수상 소식은) 큰 힘이다. (코로나 19 사태 중에도) 영화 얘기를 하면 국민 마음이 풀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LG전자 ‘롤러블(말아지는) TV’,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로봇 ‘볼리’, SK의 불화수소 가스 생산공장 완공 등 대기업이 최근 거둔 성과를 일일이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끊임없이 도전과 혁신으로 국민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이재현 회장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기존에 대기업 총수와 자리를 가질 땐 ‘칭찬’보다는 ‘당부’에 초점을 맞췄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하자 청와대로 30대 그룹 총수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기업의 애로사항 등을 듣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핵심기술, 핵심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대기업을 강하게 격려한 배경에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 19 사태에서 대기업이 기부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롯데그룹은 우한 교민에게 생필품을 적극적으로 후원해줬고, 중국 적십자사 등에도 후원금을 전달해 양 국민의 우호 감정을 높여줬다”고 말했다. 이에 황각규 부회장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정적 위기가 넘어가고 있다”면서 “롯데는 상생협력 대책을 강구 중이다. 대통령이 쇼핑몰에 한번 들르시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최태원 회장이 “SK는 일주일에 한 번 직원들에게 구내식당 이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이 “청와대도 일주일 중 하루는 아예 구내식당을 문을 닫고 있고, 강제적으로 바깥에 나가 식사를 하도록 했다”며 화답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br>  왼쪽부터 손경식 경총회장, 최태원 SK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재현 CJ 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br> 왼쪽부터 손경식 경총회장, 최태원 SK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재현 CJ 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연합뉴스]

문 대통령 칭찬의 근본적인 배경엔 성장률 저하 등 최근 경제 악화를 벗어나기 위해선 대기업의 협조 없이는 힘들다는 인식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집권 3년 차 들어 현장을 일일이 방문하는 등 '경제 드라이브'에 방점을 두던 상황에서 코로나 19 사태는 예상 밖 악재였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해외에 진출한 기업을 국내로 다시 유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LG가 중국이 좋은 조건을 제시했는데도 2차 전지 소재 공장을 구미에 세운 사례를 언급했다. 구광모 회장은 “핵심소재부품의 특정 지역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화와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부정적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미 FTA를 추진했는데, 비판이 나오니 ‘나는 좌파 신자유주의자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서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 초기엔 대기업을 기득권 집단으로 간주보고 비판적 입장을 취했는데,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일정 정도 변화를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과거에도) 대기업 성과를 높이 평가하곤 했지만, 광주형 일자리 사업 이후부터 대기업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 총수들은 고용 창출을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기업의 본분은 고용창출과 혁신, 투자다. 2년 전 약속 꼭 지키겠다”고 했고, 최태원 회장은 “전년 수준의 투자와 고용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재계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인 만큼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일할 수 있게 마스크 등 방역물품 지원이 필요하다”(윤여철 부회장)는 요청도 나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코로나 19와 관련해 “방역 당국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국외 유입 등 긴장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국내에서의 방역 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선 것 같다”고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판단에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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