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망 1000명 넘었는데…"코로나는 사스" 의심받는 中전문가 수준

중앙일보 2020.02.13 13:55
전시도 아닌 평시에 그것도 불과 한 달 만에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며 중국 사회의 치부가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쥐를 잡아먹는 기상천외의 식도락에서 최초 폭로자의 죽음을 부른 사회 통제 등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라 하기엔 부끄러운 게 많다.
중국에서는 사람 간 접촉을 피하기 위해 드론을 띄워 차량의 통행 요금을 계산하는 방법을 쓰고 있기도 하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에서는 사람 간 접촉을 피하기 위해 드론을 띄워 차량의 통행 요금을 계산하는 방법을 쓰고 있기도 하다. [중국 신화망 캡처]

13일에는 통계 조작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중국 사망자와 확진 환자 수가 폭증했는데 이와 관련 후베이(湖北)성 당국이 축소 발표해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한달 새 1000명 이상 사망자 나오며
대처 나선 중국 전문가 수준 의혹 일어
“사스”라 했다가 “말실수”라 변명하고
“에어로졸 전파” 말했다가 이튿날 수정
1300여 바이러스와 ‘마귀 실험실’ 보유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유출 의심 받아
39세 소장은 자질 있느냐 신상 털리기도

 
그런가 하면 최근엔 중국 전문가의 ‘수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9일 후베이(湖北)성이 개최한 신종 코로나 상황과 관련한 정례 기자회견에서 깜짝 놀랄 뉴스가 나왔다.
중국 화중농업대 천환춘 교수는 후베이성이 주재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는 사스"라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화중농업대 천환춘 교수는 후베이성이 주재한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는 사스"라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화중(華中)농업대학 교수이자 중국 공정원 원사인 천환춘(陳煥春)이 “신종 코로나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라고 말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를 사스라며 지인들에게 문자를 돌렸다가 경찰의 훈계를 받았고 이후 감염돼 숨진 리원량(李文亮)과 같은 말을 한 셈이다.
 
천 교수의 발언 여부를 확인하는 중국 언론의 질문이 쇄도하자 그제야 그는 “작은 착오가 있었다”고 했다가 나중엔 “말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의 말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사태는 심상치 않게 커졌다.
 
다급해진 천 교수는 웨이보에 변명의 글을 남겼다. “두 글자가 빠졌다”는 것이다. 즉 비슷하다는 뜻의 중국어 ‘샹스(相似)’ 두 글자가 생략돼 일어난 오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기엔 늦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우한으로 중국 각지에서 구호 물자와 의료 장비 기증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우한으로 중국 각지에서 구호 물자와 의료 장비 기증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의사가 그것도 아무나 함부로 가질 수 없는 원사(院士) 타이틀을 가졌으며 대학의 지도자이기도 한 사람의 단순 말실수로 돌리기엔 너무나 기막히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천환춘 교수가 사고를 치기 전날에도 혼란을 주는 중국 당국의 발언이 나왔다. 정췬(曾群) 상하이 민정국 부국장이 8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의 주요 전파 경로 중 하나로 에어로졸 전파를 꼽은 것이다.
 
에어로졸 전파는 병원균이 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을 통해 감염시키는 것으로 전파 범위가 비말을 통한 전파보다 크게 넓어진다. 이에 불안이 확산하자 이튿날 중국 당국은 “아직 에어로졸 전파를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가오푸 박사가 주임으로 있는 중국 질병통제센터가 발표한 한 논문이 사람 간 전염 유무를 미리 알고 있었느냐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 바이두 캡처]

가오푸 박사가 주임으로 있는 중국 질병통제센터가 발표한 한 논문이 사람 간 전염 유무를 미리 알고 있었느냐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 바이두 캡처]

혼란만 부추기는 식이다. 현재 중국에선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과 발언 때문에 오히려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표적인 게 사람 간 전염 가능성 유무와 관련한 중국 질병통제센터의 지난달 31일 논문이다. 논문 골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밀접 접촉자 사이에 사람 간 전염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한데 우한(武漢) 위생 당국은 1월 초 세 차례나 “명확한 사람 간 전염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1월 16일이 돼서야 “사람 간 전염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물러섰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바이러스 유출과 소장의자질 시비 문제에 휩싸였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바이러스 유출과 소장의자질 시비 문제에 휩싸였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그러자 중국 언론에선 도대체 질병통제센터는 사람 간 전염이 있다는 걸 언제 알았느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혹시 한 달 간 사실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논문 발표 전에 당국에 먼저 그 위험성을 알렸다면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냔 것이다.
 
중국 질병통제센터와 함께 구설에 오른 또 하나의 기관이 있다. 바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다. 지난달 31일 인도 연구진이 한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신종 코로나의 특정 유전정보가 에이즈 바이러스와 ‘묘하게’ 닮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곧 신종 코로나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급기야 이 연구소의 스정리(石正麗) 연구원이 “내 목숨을 걸고 실험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기에 이르렀고 인도 연구진은 글을 내렸다.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왕옌이 소장은 현재 39세로 연구소를 이끌 만한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특히 연구소가 바이러스를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왕옌이 소장은 현재 39세로 연구소를 이끌 만한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특히 연구소가 바이러스를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었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그러자 중국 민심의 분노 화살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30대 소장으로 향했다. 한 마디로 소장 자질이 있느냐는 것이다. 260여 명의 직원과 320여 명의 연구생을 거느린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2015년 아시아 최초의 P4 실험실을 갖춘 곳으로 유명하다.
 
P4는 생물안전 4등급이라는 걸 말한다. 등급은 전염병의 세기에 따른 것으로 1등급 미생물은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등급은 병을 낳지만 중하지는 않다. 3등급은 엄중한 병을 일으키나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4등급은 엄중하며 목숨도 빼앗는데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한 것이다. 사스 바이러스나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엔 1300여 바이러스를 보유 중이며 P4 실험실은 ‘마귀 실험실’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수훙빙은 중국 정치협상회의 위원으로 부인 왕옌이의 출세 가도를 이끌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수훙빙은 중국 정치협상회의 위원으로 부인 왕옌이의 출세 가도를 이끌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이 곳이 화난(華南)수산시장과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기에 유출 소문이 퍼진 것이다. 문제는 이 연구소를 맡은 39세 소장 왕옌이(王延軼)에 대한 자질 시비다. ‘미녀 소장’으로 불리는 그에 대해 신상털기가 가해진 건 물론이다.
 
중국 네티즌이 올린 자료에 따르면 왕옌이는 2000년 베이징대학 생명과학원에 입학했는데 합격자 중 유일하게 전형 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예술 특기로 입학했다는 이야기가 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며 자신보다 14살 많은 교수 수훙빙(舒紅兵)과 결혼한다. 수훙빙의 네 번째 아내가 됐다고 한다. 이후 부부가 함께 미국으로 떠났는데 왕의 석사 학위 지도 교수가 남편이었고 귀국 후 우한대 생명과학원에서 박사를 할 때 원장 역시 남편이었다.
 
2012년 왕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연구원이 되는데 당시 남편은 중국 과학원 원사가 됐다. 수훙빙은 2014년엔 전국 정치협상회의 위원이 되며 왕은 연구원이 된 지 불과 6년 만인 2018년 소장에 오른다.
사스 퇴치의 영웅 중난상 중국 공정원 원사는 중국에서 몇 안 되는 존경받는 호흡기 질병 분야의 권위자다. [중국 중신망 캡처]

사스 퇴치의 영웅 중난상 중국 공정원 원사는 중국에서 몇 안 되는 존경받는 호흡기 질병 분야의 권위자다. [중국 중신망 캡처]

중국판 큐리 부인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하는데 그런 자질이 아니란 비난이 많다. 베이징 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인 라오이(饒毅) 교수는 이미 공개적인 형식을 통해 왕옌이의 사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 힘을 합쳐야 할 중국 전문가들이 각종 말실수와 오해를 빚을 행동으로 물의를 빚으며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11일엔 잠복기가 24일이나 된다는 전문가의 발언이 또 나왔다.
 
이와 관련 현재 중국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중난산(鍾南山) 공정원 원사는 “1099개의 사례 중 단 한 케이스로 24일 잠복기란 서술이 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단정하기엔 이른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모든 게 혼란스러운 중국의 현실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