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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싸움에 재판관 되지 말라" 다둥이 부모의 지혜

중앙일보 2020.02.13 13:00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54)

꽃잎이 떨어질세라 사뿐히 내리는 봄비. [사진 pxhere]

꽃잎이 떨어질세라 사뿐히 내리는 봄비. [사진 pxhere]

 
봄비는 분무기
 
물오른 땅 위로
애써 맺은 꽃잎이 떨어질세라
버선을 신은 듯 사뿐히 내리는
봄비
 
겨우내 쌓인 상심
생채기 내지 않고
너른 대지에 골고루
눈까풀처럼 파르르 스며든다
 
한소끔 졸던 언덕
빗방울 맞아 번쩍 잠을 깨고
 
어머니는 봄비를 사발에 받아
우리에게 한 모금씩 나눠주셨지
 
침묵의 암반 틈새로
눈물의 까끄라기를 둥글게 깎아내는
봄비
 
내 심장 먼 곳까지 흘러
봄꽃의 박동을 틔워놓는다
 
해설
지난 회에 이어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조카딸의 손녀는 돌잡이에서 청진기와 엽전을 잡아 모두를 흐뭇하게 해주었다. 아무쪼록 건강하게 자라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돌잔치와 설 명절에 자주 낯을 익히니 내게도 거리낌 없이 손을 내민다. 아이의 맑고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저절로 아이와 가깝게 지내고 싶고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가족 카톡으로 보내온 아이 사진과 동영상을 자꾸 열어보게 된다.
 
돌쟁이 아기는 보호자의 얼굴을 아주 집중해 바라본다. 주로 눈가와 입술을 세심하게 살펴본다. 타인과 소통하려는 본능이 깨어나는 시기이다. 시각과 청각 체감각 정보는 대뇌 시상에 모였다가 측두엽과 두정엽, 전두엽을 거쳐 처리하게 된다. 외부 자극을 받아들여 기억했다가 기억에 따른 반응을 연습하는 과정이다.
 
여러 아이를 낳아 기를 때 종종 아이들끼리 놀다가 다투며 우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가 엄마가 아이를 교육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냥 단순히 짜증을 낼 게 아니라 하늘이 준 기회라고 여기자. [사진 pxhere]

여러 아이를 낳아 기를 때 종종 아이들끼리 놀다가 다투며 우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가 엄마가 아이를 교육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냥 단순히 짜증을 낼 게 아니라 하늘이 준 기회라고 여기자. [사진 pxhere]

 
모든 동물은 같은 종끼리 어떤 동작과 소리로 의사소통을 한다. 새, 개와 고양이, 원숭이 등은 각자 필요한 만큼 의사소통을 할 줄 안다. 주로 어떤 감정적 충동이 생겨야만 몸동작이나 소리표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사람은 감정 표현뿐만이 아니라 정보를 나누기 위해서도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언어소통은 듣기와 발성이라는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이 여타 동물이나 유인원과 다른 점이 발성기관을 대뇌가 직접 아주 빠르고 예민하게 조절한다는 거다. 예를 들면 ‘ㅂ’음과 ‘ㅍ’음의 입술모양은 같은데 소리 내는 속도에 0.25초의 차이가 난다. ‘ㅍ’음이 미세하게 늦다. 두 음의 속도차이를 구별해 음성을 판단하는 게 인간이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려고 아기들은 엄마의 입술모양과 음성에 집중하게 된다. 이때 보호자들은 아이 얼굴을 마주 보면서 입술과 눈의 일치된 정보를 반복해서 전달해야 한다. 특히 음성표현이 서툰 할아버지는 아이 발달을 위해 세심하게 노력해야 한다. 눈가에는 항상 사랑이 담겨야 한다.
 
아기들은 엄마의 입술모양과 음성에 집중하게 된다. 이때 보호자들은 아이 얼굴을 마주 보면서 입술과 눈의 일치된 정보를 반복해서 전달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아기들은 엄마의 입술모양과 음성에 집중하게 된다. 이때 보호자들은 아이 얼굴을 마주 보면서 입술과 눈의 일치된 정보를 반복해서 전달해야 한다. [사진 pixabay]

 
보호자의 음성과 입술을 세심하게 관찰한 아기는 조만간 옹알이를 시작한다. 옹알이는 타자와 의사소통하려는 본능의 첫 단계이다. 앞에 대상이 없이 혼자서 입술과 발성기관을 연습해보는 리허설이다. 이때부터 엄마는 응원과 칭찬의 ‘지지적 피드백’을 해주어야 한다. 정말 중요하다. 지지적 피드백은 사람이 나서 죽을 때까지 한시라도 멈추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피드백은 단순한 반응이나 응원이 아니다. 사람이 인간사회에서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피드백에는 네 종류가 있다. 지지적 피드백, 교정 피드백, 무의미한 피드백, 학대적 피드백이다. 보통 부모가 흔히 오해하고 실수하는 게 ‘교정 피드백’이다. 아이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교육한다고 자칫 잘못하는 걸 지적하는 버릇이 든다. 또 지지적 피드백인지 교정 피드백인지 모호하게 말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너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하지 않아”하고 헷갈리는 정보를 얼버무려 주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듣는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헷갈리게 된다.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아 그걸 해석하려고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그러곤 귀찮아져 엄마가 자기를 학대한다고 느끼게 된다. 엄마는 잘되라고 충고하였겠지만, 이런 말을 계속 듣는 아이는 엄마는 자기를 간섭하고 학대하는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보호자는 무조건 지지적 피드백만 한다고 각오해야 한다. 교정은 정말 심사숙고해 정확한 때에 한 번씩만 따끔하게 해주어야 한다. ‘정한따 법칙’이다.
 
지지적 피드백은 아이의 외모, 행동, 인품 세 가지 면에서 골고루 확실하게 말해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부모가 바라는 모습을 싹이 트기 전에 칭찬과 응원을 통해 조금씩 가꾸어간다고 생각하면 쉽다. 방 정리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방 정리를 잘했을 때, 그때마다 칭찬해주면서 함께 정리하면 된다. 인사성 좋은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역시 미리 칭찬하는 말로 이끄는 것이다. 책을 열심히 읽게 하려면 엄마도 옆에서 같이 책을 읽으며 모범을 보여준다. 인품을 칭찬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여러 아이를 낳아 기를 때 종종 아이들끼리 놀다가 다투며 우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가 엄마가 아이를 교육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냥 단순히 짜증을 낼 게 아니라 하늘이 준 기회라고 여기자. 인간은 듣기 본능보다 말하기 본능이 훨씬 강력하다. 아이들이 싸우는 원인은 상대방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형은 모처럼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즐겁게 노는데 작은애가 같이 놀아달라고 방해한다. 또 작은애는 작은애대로 자기를 알아달라고 부탁했는데 형이 무시하는 게 서럽다. 그래서 장난감을 던지거나 때리고 큰소리쳐 싸우게 된다. 이런 소란을 들은 엄마는 할 일도 많은데 우선 짜증이 난다. 그래서 집안이 전쟁터가 된다. 흔히 보는 광경이다.
 
엄마가 쿨하게 아이의 말을 들어주면 아이는 쓸데없이 변명하거나 설득하려고 잔머리 굴리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아이는 점차 정직이라는 전략을 쓰게 된다. [사진 pxhere]

엄마가 쿨하게 아이의 말을 들어주면 아이는 쓸데없이 변명하거나 설득하려고 잔머리 굴리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아이는 점차 정직이라는 전략을 쓰게 된다. [사진 pxhere]

 
여기서 엄마는 아이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검사와 재판관처럼 이런 사태를 처리하려고 덤비곤 한다. 이게 잘못이다. 그러면 두 아이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된다. 어쨌든 둘 다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진정을 시키고 한 아이씩 조용한 방으로 데리고 간다. 그 대신 남은 아이에게는 확실하게 기다리라고 엄명을 한다.
 
방으로 들어가선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보라고 한다. 이때 아이가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해도 말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잠자코 다 들어주고 네 상황을 알아들었다고 인정해준다. 세세한 잘잘못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네 심정은 이해하겠다. 속으로 분한 마음이 생겼겠구나” 말하고 한소끔 쉬고 나서 “사람은 분하고 억울한 심정이 들어도 욕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장난감을 던지면 안 돼. 상대방이 다치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어”라고 합리적이 이유를 들어 가르친다. 아이가 울어 얼굴이 엉망이 되었으면 얼른 세수를 하게 하고 욕실에서 나오면 잠자코 아이를 껴안아준다. “엄마가 너를 믿지만, 다음에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볼 거야”하고 마무리 짓는다.
 
엄마가 쿨하게 아이의 말을 들어주면 아이는 쓸데없이 변명하거나 설득하려고 잔머리 굴리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아이는 점차 정직이라는 전략을 쓰게 된다.
 
다둥이를 키울 때 쓰는 지혜가 있다.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 자기를 최고로 사랑한다는 의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자랑할 수도 있으니 증거가 남는 물건이나 먹을 것을 사주면 세심하지 못하다. 다른 아이보다 더 사랑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해도 안 된다. 심정적으로 확실히 느끼게 하여주면 된다. 그래서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난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어. 늘 다른 형제보다 나만 더 받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라고 고백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의 트라우마는 자기가 다른 형제보다 부모의 사랑을 적게 받았다고 오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성경에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라는 말이 있다.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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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윤경재 윤경재 한의원 원장 필진

[윤경재의 나도 시인] 시를 시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쓰기를 어려워들 합니다. 그러나 시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이든 아니든 시를 쓰면 모두 시인입니다. 누구나 그저 그런 일상을 살다가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 특별한 체험이라면 감정을 입혀 쓰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시인으로 등단한 한의사가 연재하는 시를 보며 시인이 되는 길을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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