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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발명한 창작물, 그 권리는 누가 가질까

중앙일보 2020.02.13 11:03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25)

어느덧 2020년이다. 어릴 적 기억에 2020년은 분명 미래 사회였다. 그 시절 보았던 책에서 예상한 미래 사회의 몇몇 장면이 떠오른다. 재택근무, 1인 방송, 하늘을 나는 자동차…. 미래의 모습 중 어떤 것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실이 되었고, 어떤 것은 예상보다 훨씬 늦어지고 있다. 2020년쯤이면 모든 자동차가 하늘을 날게 될 것이라고 상상했으나 그런 모습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 중 어떤 것은 희망을 주고 어떤 것은 두려움을 준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분명 멋진 상상이다. 그런데 이미 상당히 구체화된 미래 기술인 인공 지능은 우리에게 희망과 동시에 두려움을 주고 있다.
 
인공 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지만, 인공 지능에게 우리의 직업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두려움이 앞선다. 인공 지능에 의해 향후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에 대한 기사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다. 인공 지능이 인간의 통상적 업무 수행에 요구되는 사고 능력을 이미 능가하고 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육체 노동자의 일자리가 공장 기계, 로봇에게 넘어갔듯이 화이트칼라로 자부해왔던 지식 노동자의 일자리는 이제 상당 부분 인공 지능에게 넘어가게 될 판이다. 어디 이뿐인가. 인공 지능은 오랜 기간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에도 발을 뻗고 있다.
 
현대의 지식재산제도에서의 주요 창작물은 기술적 창작인 발명, 미적 창작인 디자인, 문화적 창작인 저작물 정도가 될 수 있다. 이 중 디자인과 저작물에 대한 창작은 인공 지능에 의해 이미 상당 부분 가능해졌다. 디자인은 물품의 형상, 모양, 색채를 결합한 것인데 인공 지능을 통해 이들의 기계적인 선택과 조합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인공 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지만, 인공 지능에게 우리의 직업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두려움이 앞선다. [사진 pixabay]

인공 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지만, 인공 지능에게 우리의 직업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두려움이 앞선다. [사진 pixabay]

 
어문 저작물로 분류되는 신문 기사가 인공 지능에 의해 작성된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발명의 창작을 인공 지능이 해내는 것은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발명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문제점을 먼저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들을 채택하고 이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는 고도의 가치 판단과 사고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일부라도 발명의 창작 과정에서 인공 지능으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인공 지능에 의한 창작물에 대한 권리인 특허권, 디자인권, 저작권 등의 권리를 누가 소유할 것인가이다. 현재의 지재권법은 원칙적으로 창작자에게 권리가 귀속됨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 지능의 창작물에 대해서는 인공 지능이 권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현행 민법에 의하면 자연인 또는 법인만이 권리를 가질 수 있기에 생명체도 아닌 인공 지능이 권리를 갖게 된다는 상상은 터무니없다.
 
이처럼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론이 직접 확인된 사례가 있다. 그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원숭이 ‘나루토’의 셀카 사진 사건이다. 영국의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가 2011년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다가 원숭이에게 카메라를 빼앗겼는데, 이 원숭이가 카메라로 셀카를 찍은 사건이다.
 
이 셀카의 작품 완성도가 높아 전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되었는데 2015년 PETA(동물에 대한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는 사진으로 발생한 수익을 사진 촬영자인 원숭이 나루토를 위해 쓸 수 있도록 자신들을 관리인으로 지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인공 지능의 창작물에 대해 인공 지능이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 그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원숭이 ‘나루토’의 셀카 사진 사건에 답이 있다. [연합뉴스]

인공 지능의 창작물에 대해 인공 지능이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 그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원숭이 ‘나루토’의 셀카 사진 사건에 답이 있다. [연합뉴스]

 
이 사안에서 2016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은 동물은 저작권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진작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처럼 비록 동물이 사진 촬영을 통해 저작물의 창작을 하였다고 해서 저작권이 동물에게 귀속될 수 없다는 선례를 참고할 때 생명체도 아닌 인공 지능이 창작했다고 해서 권리를 소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인공 지능이 창작에 대한 권리를 소유할 수 없다면 누가 권리를 갖게 될 것인가? 먼저 인공 지능 시스템의 소유자, 관리자, 조작자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창작에 간접적 기여나 보조를 하였을 뿐 실질적 기여를 인정받기 어렵다. 창작에 대한 권리는 창작의 노고와 창작물에 의한 산업 발전 또는 문화발전에의 기여에 대한 보상이다.
 
인공 지능의 창작은 노고가 없거나 인간의 창작에 비해 매우 작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누가 소유하던 그 권리의 기간이나 효력 범위를 감축시킴이 타당한 이유다. 아울러, 장래 인공 지능 창작물이 대량 생산되어 과도한 독점권으로 인해 발생할 폐해를 고려하면 인공 지능에 의한 창작물은 독점의 영역으로 둘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자산의 영역으로 남기는 방안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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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필진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 15년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지적재산권 창출, 보호, 활용을 도운 변리사. 변리사 연수원에서 변리사 대상 특허 실무를 지도했다. 지적재산은 특허로 내놓으면 평생 도움이 되는 소중한 노후자금이자, 내 가족을 위한 자산이 된다. 직장과 일상에서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특허로 내기 위한 방법을 안내한다. 특허를 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아이디어 많으신 분들 특허부자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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