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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의 식당] 2 그때 그때 만들어주는 냄비밥에 비벼먹는 청국장 '광주식당'

중앙일보 2020.02.13 07:12
올해 50대가 된 아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다.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 클럽도 열심히 가고, 하루에 1만보 이상을 걷지만 별로 날씬하진 않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재의 최애 맛집은 가성비 좋은 노포다. “가격은 저렴한데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킬 정도면 믿고 먹을 만한 맛집이 아닌가”라는 게 아재의 주장이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아재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아재의 식당을 과연 요즘 젊은층도 좋아할까. 그래서 25살의 뽀시래기 한 명이 아재의 식당에 동행하기로 했다. 

 
아재의 식당, 두 번째 집은 청량리 청과물 시장 안에 있는 ‘광주식당’. 갓 지은 냄비밥에 청국장을 비벼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주말이면 아재가 아내와 함께 과일 등의 장을 보러 왔다가 한국식 브런치를 먹는 곳이다.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동태찌개, 제육볶음 등 메뉴 종류는 여럿 있지만 이 집의 일등 메뉴는 청국장이다.  

 
'광주식당'의 냄비밥과 청국장.

'광주식당'의 냄비밥과 청국장.

아재 :청국장(淸國醬)은 전국장(戰國醬)이라고도 하는데, 조선 시대 병자호란 무렵 청나라 군인의 군량으로 쓰던 장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 전쟁 시에는 자주 이동해야 하니까 장이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만들어 바로 먹을 수 있는 부식품으로 생겨난 것 같아.  
 
아재의 말에 설명을 덧붙이면 『증보산림경제』의 ‘치선(治膳)조’와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전국장(戰國醬)’으로 나와 있고,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는 ‘청육장’으로 나와 있다  
 
'광주식당'의 메뉴. 모두 가격이 저렴하다.

'광주식당'의 메뉴. 모두 가격이 저렴하다.

아재 : 여기서 파는 청국장은 꼬릿한 냄새가 안 나고 구수한 냄새가 나. 꼬릿한 냄새가 안 난다는 건 청국장을 잘 띄웠다는 얘기지. 냄새가 심한 건 안 좋은 균이 배양된 거야.
뽀시래기 : 저 집에서 엄마가 해준 것 말고, 밖에서 사 먹는 청국장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재 : 헐!  
뽀시래기 : 그런데 엄마가 해주신 것보다 더 맛있어요. ㅋㅋ. 사실 우리 엄마가 반찬을 조금 짜게 하시거든요. 그런데 이 청국장은 간이 더 잘 맞고, 콩 맛이 고소해요. ㅋㅋ.  
아재 : 뽀시래기 어머니 의문의 1패. ㅋㅋ. 역시 음식은 사 먹는 게 제일 맛있어.  
 
아재 : 어렸을 때 안방 아랫목에서 메주를 띄우고 나면, 내가 하는 일은 절구에 메주를 넣고 찧는 일이었어. 굵은 소금하고 찐 마늘을 넣고 찧어서, 냉동고에 넣어놨다가 청국장을 해주셨지.  
뽀시래기 : 음…안방 아랫목에서…메주를….  
아재 : 개인적으로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나오는 사직분식보다 난 여기 청국장이 더 맛있더라고.  
뽀시래기 : 사직분식 청국장도 먹어보고 싶네요.  
 
냄비밥과 청국장에 넣어서 함께 비벼 먹을 반찬들. 반찬은 거의 무한리필.

냄비밥과 청국장에 넣어서 함께 비벼 먹을 반찬들. 반찬은 거의 무한리필.

이때 아주머니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양은 냄비를 들고 와서 밥을 퍼주셨다. 작은 공기에 밥을 덜어주시기도 하는데, 아재는 처음부터 큰 대접에 밥을 가득 담아달라고 했다.  
냄비밥과 청국장을 비벼 먹을 때 꼭 필요한 참기름과 고추장. 플라스틱 참기름 병이 조금 찐득한 것도 이런 노포만의 특징일 것이다.

냄비밥과 청국장을 비벼 먹을 때 꼭 필요한 참기름과 고추장. 플라스틱 참기름 병이 조금 찐득한 것도 이런 노포만의 특징일 것이다.

 
'광주식당' 부엌에서 한창 끓이고 있는 양은 냄비밥.

'광주식당' 부엌에서 한창 끓이고 있는 양은 냄비밥.

뽀시래기 : 이 냄비밥은 주문하면 그때그때 해주는 거예요?  
아재 : 맞아. 부엌에 가면 양은냄비들이 불 위에 줄지어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따 봐봐. 그런데 혼자 오면 이 냄비밥은 먹을 수 없어. 냄비밥은 2인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거든. 그런데 혼자 와서 꼭 냄비밥이 먹고 싶다면 2인분을 시킬 게 아니라 2000원을 더 내면 돼. 냄비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이따 숭늉을 먹을 거야. 너무 배불러서 누룽지를 지금 안 먹고 싸달라고 하면 또 싸주시지.  
뽀시래기 : 아재, 밥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아재 : 이걸 고봉밥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는 먹어줘야지. ㅋㅋ.
뽀시래기 : 고봉밥?  
 
고봉밥에 반찬을 산더미 같이 쌓고 청국장까지 듬뿍 넣어 비빈 아재의 밥그릇.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고봉밥에 반찬을 산더미 같이 쌓고 청국장까지 듬뿍 넣어 비빈 아재의 밥그릇.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아재는 대접에 산같이 쌓은 밥 위에 무생채, 콩나물을 듬뿍 올리고 청국장을 그득그득 담아 비비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뽀시래기는 일단 아재가 하는 대로 따라 해본다.  
 
'광주식당'의 여러 가지 반찬 중 가장 인기 있는 고등어 조림.

'광주식당'의 여러 가지 반찬 중 가장 인기 있는 고등어 조림.

뽀시래기 : 원래 청국장집에 오면 다 이렇게 비벼먹어요?  
아재 : 대부분 그렇지. 그런데 우리 집사람은 여기 오면 절대 비벼 먹지 않아. ㅋㅋㅋ. 다 각자의 취향대로 먹는 거지. 그런데 이렇게 비벼 먹는 게 한국인 특유의 식사법이기도 해. 마이클 잭슨도 한국에 왔을 때 비빔밥을 엄청 좋아했거든.  
뽀시래기 :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 왔었어요? 그가 비빔밥을 먹었다고요? 와, 신기하다.
 
뽀시래기 : 아재, 오늘은 소주보다 막걸리?
아재: 놉. 느낌 같은 느낌으론 막걸리가 어울리는데, 먹어보면 알 거야. 엄청 배불러서 막걸리처럼 배부른 술은 노!  
 
냄비밥의 밥을 다 푸고 뜨거운 물을 부어두면 누룽지밥과 숭늉을 먹을 수 있다.

냄비밥의 밥을 다 푸고 뜨거운 물을 부어두면 누룽지밥과 숭늉을 먹을 수 있다.

아재 : 이 집 밥값이 6000원이야. 엄청나게 싸지. 그래서 아쉽게도 1인분은 카드 계산이 안 돼. ㅠㅠ. 1만원 이상부터만 되거든. 그래서 나는 혼자 오면 1인분은 먹고, 2인분은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 물만 부으면 끓일 수 있도록 청국장과 채소를 다 싸주시니까 집에 가서 또 끓여 먹을 수 있지. 눈누난나~.  
 
아재 : 아주머니, 우리 누룽지 덜어먹게 밥 그릇 3개만 줘요.  
뽀시래기 : 쉬지 않고 벌써 누룽지를 먹는다고요? 헐.
아재: 어제 새벽까지 술 마시고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안 먹었단 말야.  
 
뽀시래기 : 이 양은냄비, 볼수록 포스가 있네요.  
아재 : 옛날에는 알루미늄이나 스텐 그릇이 귀했으니까. 양은은 가볍고 싸서 많이 썼지.  
 
뽀시래기 :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아재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 요즘은 ‘안 봐도 유튜브’라고 하는 거 알아요? 유튜브 검색하면 다 나와요.  
아재 : 안 봐도 유튜브? 쳇!  
뽀시래기 : ㅋㅋㅋ.
아재 : 누룽지 더 먹을래?  
'광주식당'의 냄비밥과 청국장. 오늘도 맛있는 한 끼였다.

'광주식당'의 냄비밥과 청국장. 오늘도 맛있는 한 끼였다.

진행=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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