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팩플]마스크·생리대 아픈 기억…MZ세대, 재활용업체 꽂히다

중앙일보 2020.02.13 06:00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소비 방식 '제로 웨이스트' [사진 픽사베이]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소비 방식 '제로 웨이스트' [사진 픽사베이]

 
7000만원→9억원. 사물인터넷(IoT) 쓰레기 분리배출함을 만든 스타트업 '오늘의 분리수거'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3배 늘었다. 서울 강남 송파구와 부산 등 지자체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탄력이 붙었다. 앱 사용자가 IoT 쓰레기통에 재활용품 바코드를 찍은 뒤 실제 분리배출을 완료하면, 앱에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가 쌓인다.
배태관(36) 대표는 "전체 가입자의 75%가 '필(必)환경 세대'"라며 "MZ세대(1980~2000년생 밀레니얼과 1995~2004년생 Z세대를 합친 말)가 여기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을 위해 분리배출을 잘하는 행동을 '보상'으로 칭찬해주는 참여형 모델이 통했다"고 덧붙였다. 
 

필환경이 뭐야?

-친(親)환경이 선택의 문제라면, 필(必)환경은 환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개념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2019 소비트렌드로 꼽았다.
 

MZ세대랑 무슨 상관?

-Z세대가 청소년이던 2013년 수도권 미세먼지 예보가 시작됐다. 이들은 마스크에 익숙하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2016년 "지금처럼 매년 최소 800만t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인다면 2050년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진다(무게 기준)"고 발표했다.
-Z세대가 초경을 시작했을 무렵인 2017년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 11종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그해 국내 생리대 생산은 전년 대비 12.7% 줄고 수입은 31.7% 늘었다.
-2019년 지구 온난화로 인한 '호주 산불'이 야생동물 10억 마리를 죽인 것에 MZ세대는 분노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는 2018년 UN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주류 기득권층이)자녀를 사랑한다면서 기후 변화는 적극 대처하지 않는 것은 자녀의 미래를 훔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오늘의 분리수거 IoT 분리배출함 [사진 오이스터에이블]

오늘의 분리수거 IoT 분리배출함 [사진 오이스터에이블]

 

관련기사

그래서 MZ세대가 뭘 하는데?

-필환경 '창업'에 도전 중이다. 2017년 적발된 쓰레기 무단투기는 2013년 대비 200% 증가한 53만 건(환경부). 고재성(35) 대표가 폐기물을 대리 수거하는 스타트업 '빼기'를 창업한 이유다. 배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진짜 '재활용'되는 재활용품은 20%뿐, 나머지 80%는 일반 쓰레기가 섞여 있어 소각·매립된다"고 말했다. 
-환경 논문은 많아도 사업모델은 드물다. 서동은(22·UNIST 2학년) 대표가 창업한 '리본'은 직접 발견한 미생물 12종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기업이다. 서 대표는 "화학 용매는 폐수 처리비가 비싸고 규제도 많다. 미생물이 플라스틱 내 불순물만 골라먹게 하면 재활용 산업의 경제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소비재 제조사 4개가 모인 'JK인스피레이션'은 호주에 친환경상품연구소를 설립했다. 호주 원료와 한국의 K뷰티 기술을 결합한다. '약국 생리대'로 알려진 오드리선도 이 중 하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재학 중인 서동은(오른쪽) 리본 대표는 플라스틱 분해 기술 기업을 창업했다. [사진 유니스트]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재학 중인 서동은(오른쪽) 리본 대표는 플라스틱 분해 기술 기업을 창업했다. [사진 유니스트]

돈은 잘 벌어?

-이들 기업이 만든 제품 사용자는 평균 50%가 MZ세대다.
-'빼기'의 매출은 2018년 11월 출시 이후 538% 증가했다.
-'오늘의 분리수거'는 전국 200여 곳에 IoT 분리배출함을 설치했다. 올해는 지난해(매출 9억원) 대비 5~10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드리선'의 매출은 2014년 2억원에서 매년 8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75억원. 한국·호주·미국에 이어 올해는 프랑스에도 진출한다.
-냉정하게 보면,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벤처투자자는 "비건(Vegan, 채식주의) 레스토랑의 확산, 임파서블 푸드(대체육류 개발 기업) 상장 등을 경험한 미국·유럽에 비해 국내는 아직 '친환경 소비'에 이르지 못했다. 초기 스타트업들이 이제 막 부상하는 정도"라고 평했다.
 

해외에선?

-대형마트에 자주 보이는 '무인 빈병 회수기'를 만든 노르웨이 톰라, 시가총액 5조원짜리 기업이다(오슬로 증권거래소 기준).
-1968년 설립된 미국 웨이스트매니지먼트는 수집한 폐기물을 재생 에너지로 바꿔, 매출 18조원의 미국 최대 폐기물 처리 기업이 됐다.
-10대 청소년 과학자들이 창업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바이오셀렉션은 미생물에서 힌트를 얻었다. 플라스틱 폐기물 70%를 옷·자동차용 나일론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 등에게 약 12억원을 지원받았다.
 

관련기사

※"그래서, 팩트(fact)가 뭐야?"
이 질문에 답할 [팩플]을 시작합니다. 확인된 사실을 핵심만 잘 정리한 기사가 [팩플]입니다. [팩플]팀은 사실에 충실한 '팩트풀(factful)' 기사, '팩트 플러스 알파'가 있는 기사를 씁니다. 빙빙 돌지 않습니다. 궁금해할 내용부터 콕콕 짚습니다. '팩트없는 기사는 이제 그만, 팩트로 플렉스(Flex)해버렸지 뭐야.' [팩플]을 읽고 나면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게끔, 준비하겠습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