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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데 폐쇄 공간에 넣겠나” 예산만 날린 반려동물 보관함

중앙일보 2020.02.13 06:00
서울 서초구청 내에 설치된 반려동물 쉼터. 함민정 기자

서울 서초구청 내에 설치된 반려동물 쉼터. 함민정 기자

일부 관공서와 대형마트에 반려동물 쉼터라는 이름으로 설치된 보관함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자가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사물함 형태의 공간에 두는 ‘반려동물 쉼터’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인식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쉼터 사용 건수는 1년에 2건”

서울 서초구는 구청과 주민센터에 방문하는 반려동물 주인을 위해 2017년 반려동물 쉼터를 도입했다. 서초구청 내 2곳을 비롯해 주민센터 4곳 (반포1동·서초1동·양재2동·방배4동)에 보관함 형태의 반려동물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1달에 1건 이상의 이용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반려동물을 보관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보관함은 가로·세로 70cm, 폭 60cm로 전자레인지 2배 정도의 크기다. 서초구는 바닥 난방과 환기, 조명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반려동물 주인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달 17일 방배4동 주민센터의 반려동물 쉼터는 텅 비어있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용자는 2명에 그쳤다고 한다. 반포 1동 등 다른 주민센터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반포 1동 반려동물 쉼터의 지난해 이용자는 4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반포1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전숙희씨는 “반려견이 폐쇄된 공간을 싫어해 쉼터에 넣어 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용법 모르고, 고장 난 채 방치  

양재 2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반려동물 쉼터가 지난달 17일 패드도 깔려있지 않은 채 비어있다. 함민정 기자

양재 2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반려동물 쉼터가 지난달 17일 패드도 깔려있지 않은 채 비어있다. 함민정 기자

이용자가 적다 보니 관리가 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지난달 21일 양재2동 주민센터 출입구 옆에 설치된 반려동물 쉼터의 전원은 꺼져 있었다. 이 센터 관계자는 “자물쇠가 작동하지 않아 고장이 났다”며 “반려견과 같이 오는 민원인이 많지 않고, 다른 업무가 있다 보니 신경 쓰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열쇠를 곧 수리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방배4동 주민센터의 경우 쉼터 내 온도를 조절하고 환풍기를 가동하는 방법 등을 관리자가 알지 못했다. 구청 차원에서의 사용법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등 이용자가 없다 보니 주요 업무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대형마트도 보관함 이용자 거의 없어

비슷한 형태의 반려동물 보관함을 운영하는 대형마트의 사정도 관공서와 다르지 않다. 롯데마트 서초점은 고객센터 앞에 6칸의 반려동물 보관함을 운영 중이다. 전면이 투명한 유리로 돼 있어 내부가 보일 뿐 물품 보관함과 유사한 형태다.  
롯데마트 서초점에 설치된 반려동물 보관함. 함민정 기자

롯데마트 서초점에 설치된 반려동물 보관함. 함민정 기자

롯데마트 해당 지점 관계자는 “이용자가 한 달에 10여건 정도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송파점 역시 반려동물 보관함의 이용자가 한 달에 5~6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방문자의 편의를 위해 설치하긴 했으나 실효성은 없는 셈이다. 롯데마트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통상 마트 쇼핑이 오래 걸리지 않다 보니 반려동물을 마트에까지 데리고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반려동물은 가족…보관함 안 맞아"

전문가들은 보관함 형태의 반려동물 쉼터가 반려인들의 인식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반려인들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 보니 이용자가 없다는 것이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서국화 변호사는 “보관함 형태의 반려동물 쉼터는 스트레스 유발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동물복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권혜라 활동가도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고 해도 폐쇄적인 공간은 반려동물이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의 이지연 대표는 “보관함 형태의 반려동물 쉼터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반려동물복지계획'과는 상반되는 것이다”며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용자가 적다면 보관함 형태의 시설을 아예 없애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함민정·정진호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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