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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오프 아픈 기억 때문?” 중진만 유리해지는 ‘이해찬식 공천’

중앙일보 2020.02.13 05:00 종합 10면 지면보기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정치 입문자가 현역 중진을 꺾는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까.

하위 20% 명단 비공개 결정으로
신인이 현역 꺾는 드라마 힘들 듯

당내 “이해찬, 물갈이 흥행보다
내부 불협화음 방지에 더 주력”

 
한 수도권 의원은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까지 “(현역에 유리한) 경쟁의 불공정성을 시스템적으로 해소해 청년들이 많이 도전할 것”(최재성 의원, 1월 28일 한국일보 인터뷰)이라고 장담했지만 최근 그런 기대감은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경선 운영과 관련한 룰을 하나둘씩 확정해가면서 생긴 일이다.  
 

"문재인 프리미엄 막으려다 기득권 보호막 세워"

지난 11일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최운열)는 경선에 반영되는 여론조사를 할 때 ‘노무현 청와대 출신’‘문재인 청와대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달지 못하게끔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가 경선에 앞서 실시되는 후보 적합도 조사에 전ㆍ현직 대통령의 실명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12일 남대문 시장에서 홍삼 제품을 시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12일 남대문 시장에서 홍삼 제품을 시음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행정관ㆍ비서관 출신 인사들에게 ‘문재인’‘노무현’ 프리미엄을 허용할지는 지난해 12월 총선기획단 출범 때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총선기획단에 관여했던 한 의원은 “당시엔 청와대 경력이 없는 원외 도전자들이 강하게 어필했지만, 최고위원들은 (실명 사용을) 대체로 허용하자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기류가 완전히 달라졌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1월 말 최고위에 참석한 설훈ㆍ이형석ㆍ남인순 최고위원 등이 실명 사용 불가 입장을 피력했고 박주민 최고위원 등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중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 설 최고위원(부천 원미을)을 상대로 서헌정 전 행정관, 이 최고위원(광주 북을)에게 전진숙 전 행정관, 남인순 최고위원(서울 송파병) 상대로는 여선웅 전 청년소통정책관이 도전장을 냈다. 설 최고위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 이름이 들어가면 조사가 20% 이상 왜곡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며 “(최고위 내부에선) 사용 불가에 큰 이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명 사용 불가를 두고는 반발도 크다. 한 수도권 의원은 “‘문재인’ 브랜드에 무임승차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청와대 출신 상당수는 현역 중진에 맞서는 도전자”라며 “대표적인 경력 사용을 차단해 얻는 결과는 현역의 기득권 보호”라고 지적했다.   
 

잡음만 낸 하위 20% '살생부'

민주당은 인재영입 과정에서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법관들을 대거 영입했다. 민주당의 20호 영입인재 최기상 전 판사 [뉴스1]
민주당은 인재영입 과정에서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법관들을 대거 영입했다. 민주당의 20호 영입인재 최기상 전 판사 [뉴스1]
민주당 영입 13호 이수진 전 판사 [연합뉴스]
민주당 영입 13호 이수진 전 판사 [연합뉴스]
민주당 10호 영입인재 이탄희 변호사. [연합뉴스]
민주당 10호 영입인재 이탄희 변호사. [연합뉴스]
 
민주당이 ‘시스템 공천=물갈이’라고 홍보해 온 핵심적 근거는 ‘의원 평가 하위 20%=경선 총점 20% 감점’ 룰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 명단이 공개되면 경선 과정에서 낙인효과가 발생해 10%~25% 사이의 가산점을 받은 신인들이 이변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하위 20%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실질적 효과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신인이 가산점을 받아도 다선 의원의 조직력을 극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의원 지역구에 영입인사들을 투입하겠다는 구상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11일 최기상 전 판사를 끝으로 인재영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경선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영입인재들은 대개 비례대표를 생각했는데, 지역구 출마에 그것도 다선 중진과 경선하라면 가혹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하위 20% 명단을 지금이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원래 공개하려다 중진들의 반발로 비공개로 전환하지 않았나"라며 "그 사이에 '찌라시'가 돌며 곤혹스러워하는 이들이 많고, 비공개가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가짜 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컷오프 기억있는 이해찬은 잡음 차단만 생각"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2일에도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2일에도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민주당 공천 룰의 최종 결정권자는 이해찬 대표다. 하위 20% 비공개나 대통령 실명 사용 금지 결정에도 이 대표의 의중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원한 한 최고위원은 “흥행에는 실패하더라도 인위적 물갈이로 인한 내부 진통과 불협화음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확고한 의사”라고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도 “이 대표는 본인이 지난 총선 당시 컷오프됐던 아픈 기억이 있지 않나"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도 이 대표가 안정 기조를 고수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정 지상주의가 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민주당은 전체 지역구의 60% 정도가 내부 경쟁자가 없는 단수 후보 지역"이라며 "통합과 물갈이 등으로 유권자의 시선을 끄는 보수진영과는 달리 우린 자칫 '뉴스 없는' 공천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임장혁ㆍ김효성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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