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보균 칼럼] 문재인 정권의 고약한 인내

중앙일보 2020.02.13 00:43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위기는 시험대다. 정권의 역량이 노출된다. 위기의 속성은 폭로다. 괴질(怪疾)은 체제 내면을 들쑤신다. 권력의 실체가 드러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렇게 작동한다. 문재인 정권의 정체성이 선명해졌다. 그 본색은 친중·반미다. 문 정권은 대륙으로 달려간다.
 

신종 코로나가 드러낸 친중 본색
중국의 위압, 북한 욕설을 참는
문 정권은 해양 세력과 결별
통제·은폐의 대륙에 편입하려해

우한 폐렴은 창궐 중이다. 중국 내 사망자가 1100명을 넘었다(12일). 거대한 재앙이다. 중국의 민낯이 까발려졌다. 그 속은 통제와 억압으로 얽혔다. 은폐와 조작은 대륙 방식이다.  
 
공산당 독재의 어둠은 짙다. 감염병 치료는 나중이다. 정보 차단이 먼저다. 중국은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의료 체계는 열악하다. 권력 집중은 황제식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지배다. 역병(疫病)은 집단원성을 일으킨다. 시진핑 리더십은 흔들린다. 그의 중국몽(夢)은 초라해졌다.
 
“앞에는 병독(病毒·바이러스), 뒤에는 중국의 법률과 행정역량이 있다.” 이 구절은 중국 시민기자 천추스(陳秋實)의 절규다. ‘법률·행정’은 공안(公安)기구다. 그는 우한의 참상을 알렸다. 지금은 구금 상태다. 숨진 리원량(李文亮)도 정보 억압에 저항했다.  
 
두 사람의 갈망은 진실의 수호·전파다. 체제의 반응은 차단과 탄압이다. 공안은 그런 압제의 도구다. 그 기관은 문 정권의 공수처 모델이다.
 
문 대통령의 중국 예찬은 허망해졌다. 그 찬사는 공통점 엮기다. “중국 소강(小康)사회의 꿈과 한국의 사람 중심 경제 목표가 서로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근본정신이 같기 때문이다.”(2017년 12월 베이징대학 연설)
 
그 말들은 조각나 부서졌다. ‘사람 소중’ 자세는 개인중시·정보공유다. 그 정신이 지켜졌으면 어땠을까. 전염병 위기는 일찍 진정됐을 것이다. 그런 가정은 문 정권에 적용된다. 한국 사회는 분열로 신음하지 않을 것이다. 문 정권은 자기 편 사람만 감싼다.
 
문 정권은 중국몽에 감화됐다. ‘한·중 운명 공동체’는 문 대통령 언어다. 그 말은 외교 수사로 머물지 않는다. 거기에 386 운동권식 역사관·이념이 담겼다. 그는 그것을 작심하듯 꺼냈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 투사했다. 그 어휘의 과시 기회로 삼았다.  
 
그로 인한 현상은 중국 눈치 보기다. 중국인 입국 금지의 확대 여론은 거세다. 하지만 정부는 미적거린다. 그런 태도로 역설이 생겨난다. 다수 한국인의 중국인 거부감을 키운다. 이념적 고려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정책 우선순위가 뒤틀린다. 민생경제 현장은 아우성이다. 그런 고통의 대처는 다음 순서다.
 
시진핑의 다짐은 “감염병과의 인민 전쟁”이다. 문 정권은 후방의 위생 지원에 앞장선다. 한국은 중국을 도와야 한다. 그 자세는 당당해야 한다. 그래야 고맙다는 소리가 돌아온다. 한국의 의술은 우수하다. 의료진의 헌신과 능력은 돋보인다. 그 투혼은 가려지고 있다. 그것은 문 정권의 저자세 친중 행보 탓이다.
 
문재인 외교의 자부심은 일본 쪽이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목표에 온 국민이 함께했다. 수십 년 동안 못한 일이었지만 불과 반년 만에 성과를 이뤄냈다.(올해 대통령 신년사)” 그 언어는 뻗지 못한다. 대륙 쪽의 장면은 반대여서다. 중국은 한국을 마음대로 흔든다. 중국 외교관들은 한국을 깔본다. 그들의 언행은 조선시대 종주국의 무례함이다.  
 
다수 한국인은 거기에 분노한다. 하지만 문 정권은 침묵한다. 외교는 의연함의 연출이다. 얕잡아 보이면 치명적이다. 상대방은 위압적으로 나온다. 그것은 한·중 관계의 오랜 관성이다. 문 정권은 그런 전통적 지혜를 외면한다.
 
문 정권의 균형 파괴는 상투적이다. 미국·일본과의 갈등 때는 발끈한다. 그 편향성은 집요하다. 그런 침묵과 인내는 북한에도 맞춰진다. 북한의 욕설은 너절하다. “삶은 소대가리”식 모욕은 오래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가만있다.
 
그런 풍광은 고약하다. 그런 침묵에 민심은 통탄한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섬뜩하다. 그 지독한 인내는 의도적이다. 거기에는 해양 세력과의 결별 의지가 담겼다. 해양 쪽 가치는 개방과 자유다. 대한민국은 그것을 생산·교류해 왔다. 문재인 외교의 지향은 뚜렷해진다. 그것은 대륙에 예속·편입으로 비친다. 중국과 남북한이 엮이는 구도다. 그것으로 주류 역사관은 뒤집어진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도는 재편된다.  
 
그 속에서 한·미 동맹은 헝클어진다. 한·미·일 3국 공조는 해체 상태다. 문 정권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카드를 다시 꺼내려 한다.
 
역병은 나라 이미지를 바꾼다. 한국인의 시선은 재조정됐다. 그 관점은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다. 시각 재구성의 요인은 축적돼 왔다. 그것은 시진핑 체제의 공세적 발동, 사드 사태, 북한 핵문제의 이중적 접근이다. 기업인들의 대응은 본능적이다.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문 정권은 중국 리스크 대처에 소극적이다. 문재인 외교의 깃발은 ‘한반도 주인의식’이다. 세련된 균형감각만이 그것을 보장한다.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