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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이 선거인단 장악, 정의당 비례 절반 차지할 수도

중앙일보 2020.02.13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심상정 정의당 대표(오른쪽)가 1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항공부문 노동자·정의당 시민선거인단 참여 협약식에서 박창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오른쪽)가 1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항공부문 노동자·정의당 시민선거인단 참여 협약식에서 박창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汎與)가 강행처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이례적 정치 현상을 낳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것 말고도다. 특히 ‘민주적 심사 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 절차에 따라 추천할 (비례대표) 후보자를 결정한다’(개정 전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이유가 되고 있다.
 

민노총 출신에 조직표 몰리면
장애인·여성 몫 뺀 나머지 독식

민주당선 영입인재 비례 우대 고민
선관위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가”

◆ 민주노총 출신 선거인단 효과=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사람들의 총선 출마 발표가 이어졌다. 그간 여의도의 문법대로라면 지역구 출마자들이어야 하는데, 정의당의 경우엔 비례대표 경선 후보자였다. 일종의 ‘선거운동’ 차원이다.
 
개정 선거법에 따라 정의당은 권리당원 투표(70%)와 시민선거인단 투표(30%)를 합산해 비례대표 후보의 순번을 정하기로 했다. 2019년 11월 이전 입당자 중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당비를 납부해 온 ‘진성당원’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권리당원 모집 기간은 이미 완료된 상태다. 지난달 8일부터 시민선거인단을 모집 중인데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민주노총 등에 선거인단 가입을 독려한 이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12일 현재 가입 의사를 밝힌 사람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정의당 당직자 출신 한 인사는 “이 중 절반 가까이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운동장이 급격히 민주노총에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경선 후보자는 현재 30명이 넘는다. 권리당원은 상당수가 경선 참여자들이 모집한 터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게 정설이다. 자연히 시민선거인단의 조직표가 가동하면 그쪽에 힘이 실리게 된다.  
 
경선은 ‘박힌 돌’(당직자 출신)과 ‘굴러온 돌’(영입 인사)의 대결 구도다. ‘굴러온 돌’에 해당하는 민주노총 출신의 경선 후보는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양경규 전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박창진 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 등 5명이 넘는다. 민주노총의 조직표가 이들에게 쏠릴 공산이 크다.
 
정의당에 돌아갈 비례대표 의석수는 현재 최대 10석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비례대표 후보 상위 순번 중 청년·여성·장애인 몫으로 할당되는 번호가 있어 당직자 출신과 노총 출신은 5개 안팎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흥행을 위한 선거인단 개방이 정의당 건설에 기여해 온 활동가를 잡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비례대표 영입 우대 가능?=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자의 최대 20%까지 당 대표가 전략공천을 할 수 있도록 한 당규 조항의 삭제를 검토한다.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형태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당에서 비례대표 후보 선출 전에 당헌·당규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에 해당 당규가 위배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선관위는 지난 6일 “비례대표 전략공천은 불가하다”고 결정했다. 정치권에선 “선거법을 고친 당사자가 위반 여부도 몰랐다는 건 코미디”란 주장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난감한 기류다. 당이 어렵게 ‘인재’로 영입하고도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순번은 당 중앙위원회에서 정하는데, 가령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출마자가 조직표를 등에 업을 경우 당 ‘영입 1호’인 최혜영(41) 강동대 교수의 당선권 배치(4, 5석 예상)를 장담할 수 없게 돼서다.
 
이태윤·하준호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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