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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떠나는데…정경심 사건 재판장의 무죄 예단?

중앙일보 2020.02.13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민사 재판에서 투자냐 대여냐를 다툴 때 원금이 보장되고 수익을 지급했다면 일반적으로 대여로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검찰은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내주세요.”
 

“조범동에 준 돈은 투자 아닌 대여
아니라면 검찰은 확실한 증거 내라”
법조계 “판결 전에 부적절 발언”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열린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재판장인 송인권(51·사법연수원25기) 부장판사가 검찰 측에 한 말이다. 검찰과 변호인은 그 동안 정 교수가 조국(56)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가 실질 대표로 있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에 낸 돈이 투자인지 대여인지를 두고 다퉈온 상황이라 “송 부장판사가 판결 전에 부적절하게 예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송 부장판사는 그 동안 검찰로부터 “정 교수 측에 편향된 재판을 한다”고 비판받아왔을 뿐 아니라 인사 발령에 따라 곧 서울남부지법으로 옮길 예정이라 발언에 대한 뒷말이 커지고 있다.
 
송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대여나 투자는 민사에서 섞어 쓰는 개념이기는 한데 투자라면 조범동씨와 피고인의 지분율이나 손익분배비율을 중점적으로 설명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재판부가 말한 손익분배비율은 전형적인 투자에서 나오는 요소지만 검찰은 비전형적 형태의 투자를 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조씨도 수차례 투자라고 진술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송 부장판사는 “조씨가 수십번도 넘게 투자라고 얘기했다면 검찰은 왜 손익분배비율에 관해 묻지 않았느냐”고 되물어 “원금 보장에 더해 일정 수익을 주는 거로 돼 있다”는 답을 얻었다. 그러자 송 부장판사가 “민사 재판에서는 원금이 보장되고 일정 수익이 지급되면 대여로 보는 게 일반적이며 그렇지 않다면 이를 뒤집을 확실한 증거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양측의 쟁점이 첨예하게 맞붙은 사안에 대해 재판장이 판결 전에 한쪽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예단할 수 있는 발언을 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사 발령이 나서 이달 말 자리를 옮길 재판장이 다음 재판부에 재판 자료를 넘겨야 하는 마당에 굳이 ‘민사에서 볼 때는 대여’라고 말하는 게 무슨 뜻이겠냐”며 “검찰은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동시에 판사의 말을 깨야 하는 이중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전형적인 투자계약이 아닌 일종의 이면 계약에서 손실보장약정 증거를 내라는 재판부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정·백희연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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